뉴질랜드 최대 한국 문화축제, 전통과 현대 어우러진 공연·체험·먹거리로 풍성
오클랜드 한인의 대표적인 문화축제 ‘2025 한인의 날’이 지난 12월 6일 Eventfinda Stadium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오전 10시부터 문을 연 행사장은 이른 시간부터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오클랜드 한인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뉴질랜드 최대 규모의 한국 문화 축제로, K-컬처와 K-팝의 세계적 확산에 힘입어 한인 동포뿐 아니라 현지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전통과 K-POP 넘나든 무대
행사는 박성훈의 기타와 성기준의 플루트 협연으로 시작됐다. '섬집아기'와 'Amazing Grace'의 잔잔한 선율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이후 JSW Dance Academy의 K-pop Dance가 행사장의 열기를 더했고, 한인 여성회가 사물놀이와 부채춤으로 전통의 멋을 선보였다. 징과 장구, 북이 어우러진 사물놀이 장단에 맞춰 펼쳐진 부채춤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광석, 이삼율, 도현우는 K-트로트 무대로 중장년층의 흥을 돋웠다. 익숙한 트로트 가락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기타 앙상블이 'Libertango Astor Piazzolla'와 '아리랑 랩소디'를 연주하며 클래식의 품격을 더했고, 행복누리 사물놀이단이 흥겹게 길을 터주고 이어 해병기수대가 관객들 사이로 등장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오클랜드 한인합창단은 '뉴질랜드 아리랑'을 합창하며 객석과 하나되는 순간을 만들었다.
죠이플 오케스트라의 한국 애국가와 뉴질랜드 국가 연주가 이어졌고, 홍승필 오클랜드한인회장과 김홍기 총영사, 멜리사 리 의원이 차례로 축사를 전했고, 자매도시 부산시의 박형준 시장은 영상으로 오클랜드 한인의 날을 축하했다. 이어 홍승필 회장은 멜리사 리, 변방우, 최유진, 허경애 등 네 명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며 한인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치하했다.
울림 어린이 합창단의 맑은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진 뒤, 한백 무용단이 아리랑 공연으로 전통춤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Golden' 댄스 공연은 현대적 안무와 에너지로 젊은 관람객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플레디스 주최 첫 K-POP 콘테스트 열려
올해 한인의 날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한국의 연예기획사 플레디스가 참여해 뉴질랜드에서 처음 연 K-POP 콘테스트였다. 재능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행사 한 달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신청접수를 받았고, 이번 콘테스트에는 총 16팀이 참가해 무대에 올랐다.
참가자들의 열정적인 퍼포먼스에 객석에서는 환호와 응원이 쏟아졌다. 한국 기획사가 직접 뉴질랜드에서 콘테스트를 개최한 것은 드문 일로, K-팝의 세계적 인기를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한인 참가자들의 실력은 현지에서도 K-팝에 대한 관심과 재능이 얼마나 높은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긴 줄 이어진 먹거리 부스
올해 행사에서 가장 인기를 끈 곳은 단연 식음료 부스였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서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떡볶이, 오뎅, 핫도그, 떡꼬치, 치킨, 붕어빵, 만두 부스가 관람객들로 붐볐고, 베이커리, 쿠키 등 다양한 디저트를 즐기려는 인파로 먹거리 구역은 행사 내내 활기를 띠었다. 더운 날씨 덕에 아이스크림과 음료 품목은 예상보다 일찍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전통 체험에 빠진 현지 시민들
체험 부스에서는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치만들기 체험에 참여한 한 현지 가족은 "김치를 직접 만들어보니 한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남국선사의 차 시음 부스에서는 전통차의 향을 음미하는 관람객들이, 서예체험 부스에서는 붓으로 한글을 써보는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투호, 제기차기, 공기놀이 등 전통 놀이 체험 공간에서는 관람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실내 행사장 입구에 설치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테마존에는 Huntrix캐릭터 분장을 한 스태프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했고, 포토존에는 Saja Boy와 Huntrix 캐릭터가 그려진 보드를 설치해 나이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사진을 찍으며 즐기는 모습이 이어졌다.
전시 부스에서는 도박예방, 한국어강좌, 금융서비스 등 실생활에 유익한 정보들이 제공됐다.
푸짐한 경품에 뜨거운 관심
행사 당일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라플 추첨은 행사의 백미였다. 한국행 왕복 항공권 3매와 LG TV 1대가 주요 경품으로 준비되었고 KB치킨바우처, 오뚜기 라면 등도 경품으로 제공되었다. 특히 올해는 전주쌀, 누룽지, 대천김, 배숙 식혜 등 전주시와 보령시에서 날아온 좋은 품질의 특산품 덕분에 경품이 더욱 풍성했다.
행사장 입구에서 라플 티켓을 구매한 관람객들은 추첨 시간마다 무대 앞으로 모여 티켓을 손에 쥐고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당첨자 발표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올해는 라플 참여율이 매우 높아 교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홍승필 오클랜드한인회장은 "한인 사회의 자랑스러운 문화축제인 한인의 날이 올해도 성공적으로 개최돼 기쁘다"며, "교민 여러분의 참여가 한인 커뮤니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자매도시인 부산시와 함께 더 풍성한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무료 입장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오후 5시 폐막할 때까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한국 문화를 알리고 한인 사회의 화합을 다지는 자리가 됐다.
글 박성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