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와 장소 안 가리는' 신종 학폭 사이버불링 피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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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와 장소 안 가리는' 신종 학폭 사이버불링 피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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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끝나고 더 괴롭힌다

학교 폭력이 진화하면서 피해자들은 더 괴로워하고 있다. 학교 밖에서도 폭력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사이버상에서도 폭력을 가하는 ‘사이버불링’에 대해 파헤쳤다.


ⓒpixabay
▲ ⓒpixabay

학교폭력 경험은 트라우마로 남는다. 체육계와 연예계에서 나온 학교폭력 폭로를 보면, 피해자가 받은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는 십여년이 지났어도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학교폭력 종류는 다양하다. 폭행을 하거나 금품을 갈취하는 등 물리적 폭력이 많다. 집단적으로 한 명을 괴롭히는 형태도 발생해 집단 따돌림이나 언어폭력도 이어진다. 또 빵을 사오라고 시키는 등 강제적인 심부름도 시킨다.


한 명만


이전에는 학교폭력이 교내에서만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학교 밖에서도 괴롭힌다. 사이버상에서 괴롭히는 새로운 학교폭력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이라고 불리는 이 형태는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 학생을 상대로 물질적·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버불링은 카카오톡이나 SNS 등에서 여러 형태로 일어난다. 오프라인에서의 왕따 행위가 모바일 공간으로 옮겨진 형태다. 카카오톡에서 특정인을 왕따시키는 것을 ‘카따’라고 한다. 카따 중에는 ‘떼카’라는 것이 있다. 단톡방에 피해 학생을 초대한 뒤 다른 멤버들이 일제히 욕설을 퍼붓는 형태다. 


단톡방에 피해 학생을 초대한 뒤 한꺼번에 나가버리는 ‘방폭’도 있다. 피해 학생을 채팅방으로 초대해서 괴롭히는 ‘카톡 감옥’도 있다. 방을 나가면 계속해서 초대하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힘들다. 


단톡방에서 피해 학생을 유령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의도적으로 채팅방에서 피해 학생의 말을 무시하며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다. 피해 학생이 어떤 말을 해도 멤버들이 한꺼번에 공격하거나, 아예 무시하면서 대화에 끼워주지 않는다. 


피해 학생을 단톡방에 초대한 뒤 대화 주제와 상관없거나 아무런 의미도 없는 메시지를 보내 스트레스를 주거나 휴대전화를 마비시키는 행위도 있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왕따나 욕설, 비방 등 ‘학교’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언어폭력 등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카톡방 초대해 노골적 왕따
흔적 없어 타인이 못 알아채


지난 1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피해 유형별 비중은 ▲언어폭력(33.6%) ▲집단따돌림(26%) ▲사이버 폭력(12.3%)순으로 2019년 1차 조사 대비 다른 피해 유형의 비중이 감소했지만 사이버 폭력은 3.4%p나 증가했다. 2013년 실태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방과 후 피해 장소’ 1순위로 사이버 공간, 다음은 놀이터, PC방으로 응답했다. 예전에는 학교폭력은 주로 학교 내에서 발생했으나 학교폭력 유형이 다양해짐에 따라 학교 밖에서는 물론 방학 기간에도 발생하고 있다. 


도망칠 수 없는 감옥을 연상시키는 사이버불링은 피해자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긴다. 어디서나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피해자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피해자 개인정보가 유출돼 지속해서 피해를 보게 되는 위험도 존재한다. 


ⓒ고성준 기자
▲ ⓒ고성준 기자

사이버불링의 또 다른 특징은 피해 학생이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직접 만나서 신체를 때리면 학생의 피해를 또 다른 누군가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겠지만 사이버 폭력은 신체에 흔적을 남기지 않아 타인이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이버불링은 피해를 인지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피해자가 당황해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사이버 공간 속의 2차 피해 등을 우려해 괴롭힘을 당하는 사실을 숨기다 보니 주변 사람도 잘 모르다가 결국 심각한 사태에 이를 수도 있다.

피해자들은 심각한 우울증과 정신적 스트레스, 불명증과 두통, 소화불량 등을 호소한다. 행동적으로는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고 사회적으로는 교우관계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난해 페이스북 등 SNS에서 여학생에게 사이버 폭력을 가한 한 남학생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남학생은 2018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여학생을 성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여학생은 비방글이 올라온 당일 인천시 남동구의 한 고층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렇다 보니 사이버 폭력을 규제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소년 간 사이버 괴롭힘으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학교 소속이 아닐 경우, 학교폭력으로 다루기 어렵다. 또 협박이나 명예훼손 등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현행법상 만 19세가 안 되는 청소년들은 소년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처벌 수위는 높지 않다.


증거 수집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기적인 사이버 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하며 사이버 폭력이 무엇인지, 어떠한 유형과 사례가 있는지 자세히 소개하고 최근 급증하고 있는 SNS상에서의 사이버 폭력 사례와 그에 대한 처벌의 엄중함 및 올바른 인터넷 윤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 구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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