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앞에 놓인 세 갈래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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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앞에 놓인 세 갈래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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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정치다. 비주류 정치인이 주류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고, 강력한 권력자가 한순간에 쪽박을 차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앞날을 두고 많은 이가 이런저런 예측을 하고 있다. 여권, 친명, 비명 세력은 과거 권력자들을 소환해 이 의원과 빗대며 그의 정치력을 시험하고 있다. 각자 돌리는 행복회로에 맞춘 시험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이 멈추지 않고 있다.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이 의원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의 여러 원로와 중진 의원들은 그의 출마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심지어 몇몇 의원들은 그가 나오면 당이 쪼개진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분당론’까지 제시했다. 이들은 ‘당이 쪼개진다’는 위협과 함께 그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중이다.

사퇴론 속
투표 압승

그러나 이들의 만류를 비웃듯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이 의원에게 표를 몰아 찍어주었다. 이 의원은 최근 평균 75%라는 어마어마한 득표율을 기록하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를 당내에 재확인시켰다. 비록 전체 권리당원 숫자와 일부 지역의 권리당원 투표율이 전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대세론’에 힘을 실어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첫 선거에서의 압도적인 지지율은 전체 권리당원 선거와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셋째 주에 있을 ‘김혜경씨 법카 유용 의혹 발표라는 악재가 이 의원을 기다리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의 당 대표 당선을 믿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다.

그의 당 대표 당선이 가시화되자 ‘여권’과 ‘비명’계, ‘친명’계에서는 그의 앞날을 두고 각자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각 측에서 예측하는 그의 미래는 각 진영에서 ‘바라는’ 그림과도 닮아 있다. 세 진영은 각각 이 의원이 이준석의 길, 이회창의 길, 문재인의 길을 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선 여권에서는 그가 당에서 아웃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같은 길을 갈 것이라 호언장담한다. 여권에서 이렇게 예측하는 근거는 이 의원에 대한 검찰의 기소 의지에 있다.

한 여권 내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검찰 내부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 의원에 대한 수사는 이미 끝마친 상태다. 대장동 의혹 하나만 가지고도 기소가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기소는 확정된 상태고 그 시기를 조율중인 상황”이라 전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부터 크고 작은 고발을 6건이나 당했다.

우선 가장 큰 사건은 ‘대장동 로비·특혜 개발’ 의혹이다.

이 의원이 민주당 경선 운동을 진행하고 있을 당시 정적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의원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특정 업체에 개발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문제는 화천대유라는 자산관리 회사가 대장동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을 과도하게 챙겼다는 점이다. 신용등급도 없던 신생회사인 화천대유가 어떻게 이런 막대한 이익금을 챙긴 건지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이 ‘의아함’은 곧 당시 개발 사업을 주관했던 성남시에 대한 ‘의심’으로 바뀌었다. ‘혹시 개발 이익을 챙겨주고 뒤에서 뇌물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었다. 그리고 성남시개발공사와 성남시청 의혹의 정점에는 이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사업 심사부터 선정, 수익배분까지 모든 것에 관여되어 있는 성남시장 직함상 이 의원은 이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이준석·문재인·이회창 
셋 중 누구의 길로 갈까?

실제 당시 심사와 업체 선정을 도맡아 했던 성남시개발공사(이하 도개공)에는 이 의원의 측근이라 불리는 사람이 대거 연루됐다. 그의 최측근이라 알려진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은 초대 도개공 사장인 황무성씨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1월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자로 꼽히는 유동규 전 도개공 기획본부장 역시 화천대유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는 빠르게 진척되는 모양새다. 검찰은 최근 대장동 사건에 대한 수사를 반부패수사3부 중심으로 재편했다고 알렸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수사는 본래 서울중앙지검 4차장 산하의 대장동 수사팀이 전담했지만 지난달 18일 수사팀은 이를 수사3부에게 넘긴 것이다.

재편된 계기는 이 의원의 연루 의혹을 보다 정확히 밝히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서원 7명 규모의 수사3부가 집중적으로 수사해 이 의원과의 연결고리를 꼭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장동 특혜 의혹 이외에도 이 의원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뇌물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의 비션캠프 전용 의혹 ▲무료 변론에 따른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 5건의 검찰 조사가 더 남아있다.

당초 불거졌던 이 의원 장남의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건 수사에서는 이 의원의 이름은 거론 되지 않았다. 최철호 KBS PD의 명예훼손 혐의 고발 건은 논외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그의 당 대표 행을 말리는 이들도 그의 사법리스크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을 자주 지적한다. 여권 내부에서는 오히려 이런 ‘흠 많은’ 당 대표가 야당을 장악하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는 눈치다.

<일요시사>와 만난 여당 관계자는 “검찰 또한 이 의원의 전당대회 결과를 보고 시기를 조율할 것”이라며 “그런 모습(야당 대표가 기소되는)이 대중에게 비춰지면 솔직히 우리(여권)는 좋다.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이기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의원이 대표를 맡는 2년 동안 검찰에 기소되고 계속해서 조사받는 그림이 연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은 ‘야당 대표를 탄압한다’는 평가보다는 ‘당초 불거진 의혹을 해소한다’는 평가가 여론을 지배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여론이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준석처럼
재판 위기?

그동안 정당 대표가 검찰 수사를 이렇게까지 전방위적으로 받은 사례는 없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펼쳐질 이 의원의 검찰 조사가 어떻게 그려질지 정계 전문가들조차 예측하지 못하는 상태다.


<일요시사>가 취재 중 만났던 다수의 인사들도 “야당 대표가 검찰로부터 기소당하는 경우는 본적이 없어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내놨다.

검찰 기소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이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다. 그는 현직 당 대표 신분으로 윤리위원회에 ‘성상납 사건 증거 인멸 지시’ 의혹을 받아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지난 6월 경찰조사에서 “이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대가로 수차례 뇌물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이 대표를 20차례 넘게 접대했고, 이 과정에서 ‘성접대’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리위에 회부된 건은 뇌물과 성접대가 아닌 증거 인멸 의혹이었다. 지난 대선 기간 해당 의혹이 불거지자 측근인 김철근 정무실장을 보내 증거 무마를 시도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한창 설왕설래가 이어지던 중 해당 사건 관련 제보자가 이 대표의 목소리가 녹음된 파일을 공개하며 의혹은 한층 짙어졌다. 해당 녹취 파일에는 이 대표가 “사람 하나 보내면 혹시 만나볼 수 있냐”는 목소리가 담겨있었고 윤리위는 이를 핵심 판단 증거로 인정했다.

이 사건은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사법시험준비생모임,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등 세 개의 단체가 이 대표를 고발하며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이미 당에서 쫓겨난 수순을 밟고 있는 이 대표는 이제 검경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그에 대한 검찰의 기소도 결정될 전망이다.


이 의원은 이런 이 대표에 대한 검경의 수사를 관심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집권여당 대표라고 해도, 단 하나의 의혹만으로 당에서 아웃되고 기소 위기에 놓여진 그가 이 의원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여권 내부의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비명계에서는 이 의원과 또 다른 인사를 빗대어 설명하곤 한다. 제15대 대선에서 패배한 뒤 야당 대표가 됐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총재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12월18일 대선서 야당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당시 역대 최소 득표 차(1.35%)로 패배하며 대통령 자리를 내줘야 했다.

당시만 해도 이 전 총재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급부상하며 당선 승리가 유력시되는 분위기였다. 이 전 총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계로 끌어들인 인물이다. 1993년 당시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중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감사원장 자리를 제안받았다.

제왕적 대표
친명계 장악

고심 끝에 감사원장 자리를 수락한 그는 이후 당시 성역으로 일컬어지던 청와대 비서실과 국방부, 평화의댐 관련 인사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많은 우려를 이겨내고 감사를 강행해 그는 결국 전직 참모총장, 전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6명을 수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전 총재가 대권후보로 떠오른 것은 이때부터다. 부당한 압력을 이겨내고 정의를 구현한 ‘대쪽 행보’라는 평가가 이어졌고 그의 전 국민적 인기는 하늘을 찌르게 됐다. 이 같은 인기를 감안한 김 전 대통령은 그를 국무총리로 등용하기에 이르렀다. 

둘의 악연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전 총재는 본인에게 주어진 법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사사건건 대통령과 대립하며 수많은 갈등을 야기했다.

그전까지 얼굴마담이나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전임 총리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이때 쌓은 인기는 그를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로까지 만들었다.

이 의원이 문 전 대통령과의 악연을 이겨내고 여권의 대선후보로 거듭났던 것과 매우 흡사한 상황이다. 둘은 대선에서 역대 최소 득표 차로 패배한 점도 닮아있다.

지금 이 의원의 상황과 똑같이 이 전 총재는 당시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여권 대권후보로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 전 총재는 대선 패배 몇 달 뒤 있었던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총재로 선출됐다. 당시 그는 전례 없는 ‘제왕적 총재’로 평가받는다.

강력한 당내 장악력과 범보수권에 대한 영향력은 이 전 총재의 강력한 무기가 됐고 이를 십분 활용해 화려한 정치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분당 우려 속 ‘어대명’ 재확인
여전한 사법리스크…기소 여부는?

그러나 그렇게 강한 리더였던 이 전 총재도 두 번의 대권 패배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2002년 대선에서 이 전 총재는 다른 당내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보수진영의 대권주자로 다시 한 번 선출됐다. 두 번째 도전에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지면서 ‘패배의 아이콘’으로 전락했고 보수진영의 ‘주류’ 정치인에서 ‘비주류’ 정치인으로 순식간에 밀려났다.

많은 원로 정치인은 두 번의 대선 패배 원흉으로 ‘포용력 부족’을 들었다. 그는 김 전 대통령과의 대립을 끝까지 이어간 결과, YS계 인사들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출당시켰으며 당 대표 재직 시절엔 김종필 전 총재까지 배척하는 등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제 살 깎아먹기’에 사용했다.

이 의원 역시 ‘제 살을 깎아먹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그는 현재 민주당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과 여러 형태로 대립 중에 있으며 이들에 대한 당심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18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회창은 대선에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제왕적 당 총재를 계속해서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또 패배했다”며 “지금 여론조사를 봐도 50%가 넘는 국민이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명계 측은 이 의원이 “문재인의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한 번의 대선 패배 후 당 대표를 다시 맡아 민심을 회복한 뒤, 그 다음 대선에서 당선되며 민주당을 여당으로 되돌려 놓은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역대 최고 득표 수로 진 대선후보’라는 결과를 낳은 바 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약 1469만표를 얻어 1577만표를 얻은 박 전 대통령에게 약 108만표 차이로 낙선했다.

그러나 그는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와는 달리 ‘주류’ 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앞서 당선된 국회의원직을 계속 유지한 채로 민주당의 당내 규합을 이끌었으며 본인이 진두지휘한 제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누르며 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올려놨다. 그가 전당대회에 참여한 2015년 당시에도 이 의원에 대한 견제처럼, 그의 전당대회를 만류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초대 공동대표였던 김한길 전 의원과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은 공개적으로 그의 출마를 반대하며 그가 나오면 ‘탈당한다’는 경고까지 날리던 참이었다.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나간 전대에서 문 전 대통령은 결국 대표로 당선됐고, 분당은 현실화됐다. 김 전 의원과 안 의원이 실제로 ‘탈당’한 것이다.

계파 갈등과 주요 인사들의 탈당 선언, 분당의 현실화 등은 지금 이 의원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많이 닮아있다. 친명계 측은 그런 어려움을 뚫고 대통령까지 당선된 문 전 대통령처럼 이 의원도 다음 대선에 나가 당선될 정도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정치생명 
걸려있다

이제 막 여의도에 입성한 이 의원 앞엔 ‘이준석·이회창·문재인’ 세 사람의 정치인이 서있다. 그의 입장에서 가장 좇고 싶은 길은 문 전 대통령의 길이다. 그러나 친문 세력과 대립을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문 전 대통령의 ‘꽃길’을 걸을 가능성은 낮아진다. 당 대표가 된 후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당내 통합이다. 어떤 역량을 발휘해 당을 하나로 이끌지, 이제 이 의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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