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백동흠 작가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 'Heavens 지금 여기'
수필집 'Heavens 지금 여기' 제40회 현대수필문학상 수상
오클랜드에서 시내버스 운전을 하고 있는 교민 백동흠 작가의 수필집 'Heavens 지금 여기'가 한국수필문학진흥회가 제정한 '제40회 현대수필문학상'으로 선정됐다.
현대수필문학상은 1977년에 제정해 같은 해 3월 피천득 작가가 대상을 받았고, 이듬해 정진권 작가가 본상을 받으며 출발했다. 지난 44년간 총 94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현대수필문학상은 그동안 한국 현대수필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참여하면서 나날이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수상 작가로는 정진권, 유병근, 반숙자, 이정림, 정목일, 손광성, 맹난자, 최민자, 목성균, 최원현, 정성화, 류창희, 최장순, 박경주, 이복희 등이 있다.
백동흠 작가는 2003년 1월 '세아트 문학상 공모전'에 입상하면서 한국 문단에 연을 맺은 후 '한국수필 신인상', '에세이 포레', '한국미소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2015년 '에세이문학'에 수필로 등단했다. 이후 오클랜드 교민지에 일상 칼럼을 기고하며 독자들과 만남을 이어오다가 지난 2017년 '제19회 재외동포 문학상 대상' 수상, 그리고 올 3월 '제40회 현대수필문학상'으로 다시 한번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됐다.
이번 수상작인 수필집 'Heavens 지금 여기'는 그동안 백 작가가 교민지에 기고했던 54편의 수필을 책으로 엮었다. 현재는 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지난 19년간 택시를 몰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택시 창에서 바라본 뉴질랜드 풍경과 일상, 뉴질랜드 손바닥 소설, 콩트 등을 모아 총 여섯 편의 스토리로 나눠 담았다. 책 속에는 전 세계 사람들을 실어 나르며 겪었던 기상천외한 에피소드가 모두 담겨있다.
인터뷰에 앞서, 백동흠 작가의 담담하고도 가슴 먹먹한 마지막 인사를 담은 글귀를 소개하며 시작해본다.
어머니는 Heavens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신다.
‘어머니, 이제 편히 쉬세요. 아버지와 함께 하늘나라에 잘 계세요.’
수필집 <Heavens 지금 여기> 중에서
작가님의 작품세계가 궁금합니다.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지, 작가님만의 어떤 철학이 있으신지요.
말과 글이 다른 뉴질랜드 이민 생활, 26년째를 맞았어요. 말은 안 통해도 마음이 통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지요. 그 마음을 간직해 두었다가 틈나는대로 썼어요.
새벽부터 해질 무렵까지 일하다 집에 돌아오면 연민의 해독제 같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이야기를 써 내려갔어요. 소소하면서도 잔잔한 생활 속 이야기였지요. 공감이 가는 좋은 글은 친구의 이야기처럼 살가웠어요. 그 글을 쓰다 보면 감동받아 삶의 에너지가 솟아났지요. 세상의 누군가에게 소소한 내 삶의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 거예요.
글에 눈물과 웃음이 함께 있길 바래요. 웃음과 울음은 똑같이 우리 영혼을 정화하는 카타르시스 효과를 지녔으니까요. 눈물이 헹굼이라면 울음은 빨래 같은 것이기도 해요. 마음이 피워낸 꽃이 웃음이라면, 마음이 빚어낸 보석은 눈물입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글 쓰는 일을 즐기셨는지요.
초등학교 때부터 책 읽고 쓰는 걸 즐겨했습니다. 국어 시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지요. 일기는 계속 써왔고요. 중고등학교 때, 대학시절, 직장 생활 중에도 신문매체나 잡지에 글을 써 보냈습니다. 뉴질랜드에 이민 와서는 겪은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지요. ‘오클랜드 성가정 성당 월간지’에 꾸준히 일상 칼럼을 썼어요. 이후 교민지 뉴질랜드 타임즈에 20여년간 고정 칼럼, ‘택시 창에서 바라본 뉴질랜드 풍경’을 기고했어요. 일요시사에도 ‘남십자성 아래서’와 ‘손바닥 소설’ ‘일상 톡톡’ 칼럼을 8년간 썼어요.
글의 소재나 영감은 어떻게 받는 편인지요.
삶의 현장에서 보고 듣는 일이나 책을 보면 마음을 움직이는 소재가 나왔습니다. 영감이랄 수도 있지요. 수첩이나 노트에 바로 메모하고 적었습니다. 대학노트 150권가량이 나오더군요. 제 글의 원천이지요. 그걸 다듬어서 수필로 엮었습니다.
주로 수필을 쓰는 특별한 이유라도.
감동받은 이야기를 말하듯이 쓰게 됐어요. 노인대학이나 단체 초청 강의 부탁에도 적극 다녔지요. 말하고 쓰는 게 즐거운 낙이었어요. 서로 공감하고 나누는 관계가 보람도 있었고요. 한국문단이나 호주 캐나다에 있는 매체에도 제 글이 실렸어요. 독자들 격려와 응원도 기폭제가 되었지요.
다른 장르에 도전해본 적도 있는지요.
제 수필과 칼럼 기고 글이 400여 편에 이르면서 수필로 등단도 하고 여러 문학상을 받았지요. 제 이야기, 즉 1인칭 시점의 주관적 글쓰기였지요. 이어서 남의 이야기, 3인칭 시점의 객관적 글쓰기로도 지평을 넓혔어요. 그게 바로 소설이지요.
그동안 5편의 단편 소설을 썼어요. 2015년 ‘문학의 봄’에 응모한 ‘갯바위’로 소설가로도 등단한 이래 계속 소설도 쓰고 있지요.
2021년에는 웹소설에도 도전을 했어요. 매일 시내 버스 운전을 마치고 남은 시간에 몰입해서 썼어요. 날마다 5,000자씩 써서 연재하는 방식이었어요. 또 문피아 공모전에 66일간 2권 분량의 웹소설 ‘회귀한 자동차 천재’를 연재했고, 네이버 공모전에 100일간 4권 분량으로 ‘뉴질랜드 천재 택시운전사’ 웹소설을 썼지요. 현대판타지 부문에서 베스트 리그 2등까지도 올라갔어요.
어찌보면 글쓰기 철인 삼종경기를 하는 셈이었지요. 평생 그렇게 글에 몰두하며 빠진 적이 없었어요. 새로운 세상을 펼쳐나가는 주도적인 삶이 매력적이었습니다.
2017년 제19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부문 대상을 받은 ‘깬~니~프!’라는 작품은 어떤 글인가요.
원어민 교사로 한국 경주에 다녀온 오클랜드 여대생이 한 이야기를 듣고 쓴 글이에요. 택시 안에서 나눈 이야기지요.
경주에서 먹은 깻잎이 기억난다고 불쑥 말하더라고요. 발음이 ‘깬~니~프!’라고 해서 처음엔 못 알아들었어요. 이민생활에서 고국 언어를 키위들이 한 개씩 쓰는 걸 가상히 여겨 썼던 건데, 해학과 위트를 가진 고국 사랑 정서를 심사위원들이 높이 산 글이었어요.
글은 어떻게 쓰는 걸까요? 누구든 작가라는 꿈을 한번쯤 가져본다면.
적자생존.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글은 일단 써야 합니다. 하루 단 한 줄이라도요. 작가란 쓰는 자입니다. 지금 여기 글을 쓰는 자가 작가입니다.
나의 이야기를 그려내면 됩니다. 내가 감동받으면 남도 공감합니다. 진솔함이 생명입니다. 거대 담론보다는 소소한 일상을 묘사하면서요. 서서히 서사를 묘사나 대화 속에 깔면 독자는 바로 느낍니다. 군더더기 없이 묘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맛있다고 외치면 안됩니다. 나는 맛있는 느낌을 묘사하면 되고요. 독자가 ‘아, 맛있겠다’ 하고 말하도록 하는 거지요.
앞으로 어떤 글을 더 써보고 싶으세요?
순문학으로 수필과 단편소설을 써왔는데요. 이민 생활 속에서 우러나는 생생한 이야기를 계속 쓸 생각입니다. 한 가지 더 있다면 현 시대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웹소설로 더 쓰고 싶습니다. 한 편당 250화 분량으로 10권 정도 되는 장편을 계획하고 있어요. 최소 세 편이요.
자신이 좋아하는 큰 일 하나를 하기 위해서 마음에 선뜻 내키지 않은 작은 일 열 가지를 하는 게 인생이라고 합니다. 나이 들수록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점점 더 나를 좋아하는 것이 행복이겠지요.
글 박성인 기자
사진 백동흠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