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우리말 우리글이 다음 세대를 이어줍니다”
오클랜드 한국학교 신임 교장 이은영
지난 1994년 2월, 남편과 함께 뉴질랜드 땅을 밟은 이은영 씨. 선교사로 파송받아 뉴질랜드로 건너온 그는 오클랜드 대학 내 KYCF(한국기독학생선교회)를 결성한 이래 NZ KOSTA(국제복음주의 학생연합회) 사역을 시작한 남편과 함께 청년들을 교육하는 일에 헌신했다. 이후 10년간 한국학교 교사로 학생들을 교육하다 지난 해 12월 1일자로 오클랜드 한국학교를 이끄는 신임 교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이은영 신임 교장은 ‘우리말 우리글이 다음 세대를 이어줍니다.’라는 말에 매우 공감한다. 뉴질랜드에 살며 건강한 가정을 세우기 위해서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동일한 언어인 한국어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인터뷰를 통해 “교민 가정마다 부모와 자녀가 원활한 의사 소통을 바탕으로 단단한 결속력과 아낌없는 지원을 보여준다면, 우리 자녀 세대들이 이끌어 갈 교민 사회가 좀 더 풍요로워지고 현지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재 오클랜드 한국학교는 North Shore City의 북오클랜드 한국학교, Manukau City의 동남오클랜드 한국학교, Waitakere City의 서오클랜드 한국학교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오클랜드 한국학교 교육과정은.
학사 일정은 1년 34주, 4학기로 매주 토요일 9시 40분부터 오후 1시 20분까지 40분 단위 수업이 4교시로 진행됩니다. 학급은 유치부, 초등부, 중등부로 나누어 나이별, 능력별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올바른 정체성 확립과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데 교육목적을 두고, 우리의 말과 글,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치부는 34주의 학사 일정에 따라 다양한 활동 내용을 포함한 34가지의 주제별 교육과정을 마련하여 실시하고 있습니다. 초등, 중등부의 정규 과목은 한글, 재외동포를 위한 한국어, 한국 초, 중등학교용 교재를 사용한 국어, 국어 활동, 국사, 그리고 특별 과목은 전통, 한문, 음악, 체육 교과목입니다.
방과 후 특별학습은 학생들의 특기 및 취미 교육을 돕기 위한 미술, 공예, 음악(악기), 종이접기, 코딩, 가야금, 태권도 등 다양한 특활반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클랜드 한국학교만의 특색있는 교육과정이 있다면.
한국학교의 정규 및 특별 과목 이외에 3개 학교별로 특별한 교육 활동 및 과정이 있습니다.
북부 학교에서는 매년 초, 중등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용어구, 속담, 사자성어 대회를 열고 있으며, 초등 고학년 및 중등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물놀이와 K-POP 댄스 동아리를 조직하여 매주 토요일 아침 시간을 할애하여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동남부 학교는 한국어와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지역적 관심과 응원 속에 매년 학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으로 함께 하는 민속의 날 행사를 통해 다양한 전통 문화 체험 과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서부 학교는 3개 학교 전체가 실시하는 고학년 및 중등부 ‘나의 꿈 말하기 대회’를 전 학년으로 확대하여 매년 유치부는 동시, 동화 발표하기, 저학년은 나의 꿈그림, 일기 및 일화 소개하기 등 학생들의 발표력 향상에 중점을 둔 말하기 교육 과정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케이팝이나 케이드라마 등 한국 예술문화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간혹 외국인 입학문의도 오는지요.
현재 외국인의 입학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한국학교 등록 대상은 한인 가정 또는 다문화 가정 자녀입니다. 한두 해 정도 시범적으로 북부학교 오후 특활반에 외국인 한글교실을 개설하여 운영했지만, 지속적으로 학급을 구성할 만큼 충분한 학생들과 전담할 교사 수급의 어려움이 있어 올해는 개설하지 못했습니다. 현지 사회의 한국어 및 한국 문화 보급을 위해 한국학교가 해결해 가야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문화 가정의 경우 집에서 한국어를 쓰는 일이 드문 것 같습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한 한국학교 학습이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다문화 가정 자녀들만으로 특별반을 구성하여 영어와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했던 적이 있는데,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발견되어 오래 지속할 수 없었습니다. 학급 구성원의 다양한 나이와 실력 차로 교사가 수업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오히려 다문화 가정 학부모님들이 또래들과 한국어로 소통하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정규반에서 공부시키기를 원했기에 학급 정원이 자연스레 축소되고 결국 폐지된 적이 있습니다.
사실 한국학교를 한국어만 배우려고 찾는 것 같진 않습니다. 한국 문화를 배우고 한국인들만의 정서도 나눌 수도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28년의 뉴질랜드 삶에서 가장 값진 열매는 만 세 살에 뉴질랜드에 온 첫째와 이 곳에서 태어난 두 아이들까지 모두 매주 한국학교를 다니며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역사를 배우고, 한국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가정에서도 꾸준히 지도한 결과, 한국인으로 뚜렷한 정체성과 부모 공경하는 마음, 그리고 한글과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진 자녀들로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한국학교 교감을 했을 때나 현재 교장의 일을 하는 저에게 누구보다도 물심양면으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우리 아이들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뉴질랜드에 살며 건강한 가정을 세워 가기 위해서는 한국인 부모인 저와 자녀 세대가 동일한 언어인 한국어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 생각했습니다. 사회의 최소 단위인 교민 가정마다 부모와 자녀가 원활한 의사 소통과 사랑의 교제를 바탕으로 단단한 결속력과 아낌없는 지원을 보여준다면, 우리 자녀 세대들이 이끌어 갈 교민 사회가 좀 더 풍요로워지고 현지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합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한국인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한글교육’을 고민합니다. 그 고민을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요.
지난 10년간 한국학교에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학교를 통한 한글 교육은 빠를수록 좋으며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모든 교육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국학교는 만 3세부터 중등 3학년 교육 과정까지 마련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 한국학교가 존재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한국학교가 존재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자 한국학교의 비전(Vision 2030)은 뉴질랜드에서 자라는 한인 및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우리의 말과 글,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익히게 하여 바른 정체성과 인성을 겸비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성장하게 하며, Korean-New Zealander로서 이중 문화와 언어의 경쟁력을 갖추게 하여 세계 속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 그 목표가 있습니다.
현재 한국학교의 난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해결 방법은.
이민 가정 또는 다문화 가정 부모님들의 자녀의 한글, 한국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인식되면서 매년 등록 학생수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해가 갈수록 한국학교 교육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야하는 선생님들을 충원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한국학교가 이민 1.5~2세들이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본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교육의 순기능이 강화되는 건강한 교육기관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기관과 교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소정의 급여는 있으나 봉사직에 가까운 교사에 많은 분들이 지원하여 시간과 재능을 기부해 주시고, 교사들의 연구 및 지도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금과 학생들의 지속적인 한국어 학습을 장려하기 위한 장학금 등의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글 박성인 기자
사진 이은영 교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