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오클랜드 한인 합창단 이건환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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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터뷰] 오클랜드 한인 합창단 이건환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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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합창단 최초로 Voco 무대 초청 

 


오클랜드 한인 합창단(Auckland Korean Choir, 단장 겸 지휘자 이건환)2023 Voco(Voice Community Concert New Zealand) 무대에 올라 감동과 전율을 선사했다.

오클랜드 한인 합창단은 Voco 무대에서 가시리’ ‘아리랑등 한국의 정서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곡들을 선보여 현지인들과 한인들의 문화의 벽을 허물며 감동을 더했다. 특히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울려 퍼진 아리랑의 노래 가사는 그 뜻을 떠올리게 만들어 눈시울을 붉어지게 했다.

Voco는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콘서트로 2016년에 시작해 해마다 각국의 커뮤니티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마추어 합창단을 초청해 대중들을 위한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코로나 여파로 잠시 중단되었다가 올해 공연을 재개하면서 총 12팀이 무대에 올랐고, 그 중 오클랜드 한인합창단은 한인 합창단으로서는 처음으로 초청되어 교민사회에 반가운 소식을 알렸다.

오클랜드 한인 합창단은 이건환 단장 겸 지휘자를 비롯해 총 45명의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종교나 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순수하게 노래하는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아마추어 한인합창단으로 지난 해 9월 창단되었다. 단원으로 가입하더라도 회비 또는 수업료 등이 일체 없고 단원으로서 어떤 자격요건이나 오디션 역시 없다. 노래를 못해도 상관없고 그저 음악을 함께 즐길 줄 아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이처럼 오클랜드 한인 합창단이 순수한 음악단체로 구성되기까지 그 중심에는 이건환 단장이 있었다. 이 단장은 96년부터 3년간 Wellington Naenae College 음악교사로 근무하며 지도자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이후 Wellington City Council Multicultural Choir, Wellington United Church Choir, Wellington Japanese Choir, Wellington Samoan Choir, Christchurch Rolleston School Choir 등 여러 합창단을 지도 및 지휘했고, 가족들과 함께 크라이스트처치 한인 합창단(Christchurch Korean Choir)을 창단했다. 이후 오클랜드로 이주한 이건환 단장은 오클랜드 한인 합창단을 창단해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화합하는 리더로서 한뉴 문화 교류의 가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클랜드 한인 합창단을 어떻게 창단하게 되셨나요?

사업차 오클랜드에 오게 되었는데 지휘자인 저와 피아노 반주자인 제 아내가 합창단을 창단한 경험을 토대로 오클랜드 한인 합창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가족 모두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고 악보, 프로젝트 등의 일을 하는 엔지니어인 딸과 장소 임대 등 물질적인 스폰서이자 클래식 기타 연주자인 아들까지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최근 오클랜드 한인 합창단의 첫 연주회가 개최되어 반응이 좋았어요.

지난 5월에 Glenfield Baptist Church에서 작은 연주회를 열었어요. 정식 연주회는 아니었고 우리 단원들 가족들만 간소하게 초청해서 정기 연주회를 위한 예행연습 같은 공연을 마련했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한국의 노래들을 합창하고 뉴질랜드 민요도 부르고, 제가 작곡한 곡과 함께 뉴질랜드 명소들을 담은 스크린을 함께 비추니 관객들에게 듣는 즐거움이 더해졌던 것 같습니다.

 

Voco 무대에 초청받은 배경이 궁금하네요. 그런 큰 무대에 오른 적이 있었는지요.

오클랜드 한인 합창단의 작은 연주회를 계기로 Voco에 초청을 받았어요. 그게 인연이 되었던 거죠. 전에 여러 합창단을 지휘하면서 크고 작은 무대에 올랐지만 Voco와 같은 큰 무대에 오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단원들 모두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공연했는데 오래도록 행복한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공연이 되었습니다.  

 

Voco 공연이 어떤 점이 좋았나요?

상당히 역사적인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무엇보다 초청을 받고 한달 정도 짧은 연습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열의를 갖고 연습한 우리 단원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보코에 참여한 여느 합창단들은 대부분 10년 이상의 합창을 해온 분들인데, 우리 단원들은 길지 않은 시간에도 좋은 성과를 나타냈습니다. 아마도 열정과 의지와 더불어 장단을 느끼는 음악세포가 내재된 듯한 한국인만의 특별함때문일 것입니다.

 


Wellington Naenae College 음악교사로 근무했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웰링턴의 Lower Hutt Intermediatecollege 선생님들께 파트타임으로 음악이론과 작곡을 지도한 것이 인연이 되었고, 저와 제 아내의 한국 경력(1996-1999)이 인정되어 3년 동안 Wellington Naenae College에서 풀타임 음악교사로 근무하며 아내는 피아노를, 저는 일반적인 음악을 지도했습니다. 근무하는 동안 합창단을 만들고 뮤지컬 프로덕션(Holy Smoke)을 이끌며 일주일간 연장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웰링턴에서 지도하신 합창단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웰링턴시장의 요청으로 결성한 Wellington Multi Cultural Choir, Samoan Choir, Japanese Choir 등을 지도했고, Wellington Uniting Church Choir에선 지휘를 했습니다. 이전에 제가 뉴질랜드에서 처음 만든 합창단은 웰링턴의 Stokes Valley Uniting Church 찬양대였습니다. 당시 백인 70명이 전체 교인인 교회에서 단 3명으로 시작한 합창단은 교인의 절반인 35명으로 늘었습니다. 또 한 교민단체에서는 제가 만든 한국노래를 웰링턴 형무소에서 복역 중인 백인과 마오리들에게 한국어로 가르치며 함께 부른 적도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당시 뉴질랜드 한국대사였던 문봉주 대사님의 요청으로 대사관 행사 때마다 다른 나라 대사들이나 뉴질랜드 공직자들에게 한국의 높은 음악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도 선보이곤 했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드디어 첫 한인 합창단을 결성하셨어요.

저희가 사업상 이유로 웰링턴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옮겨간 이후 교회의 성가대 지휘와 반주를 간간히 하면서 Rolleston School Choir를 도왔어요. 그러면서 언젠간 한인 합창단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2019 9월에 아내와 딸, 아들의 도움으로 크라이스트처치 한인 합창단을 창단하였습니다.

창단 후 첫 연주회 일정을 잡아 놓은 상태에서 연습기간 중 제가 응급실에 두번이나 실려가고 한달동안 중환자실에서 위독한 상태로 있게 되는 일을 겪으면서도 단원들의 열정으로 202012월에 크라이스트처치 한인 합창단의 첫 공연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합창단을 통해 기부활동도 하셨는데, 기금 모금 연주회는 어떻게 하게 된 건지요.

어느 키위 합창단 관계자가 저희 합창단 연주회를 보고는 자신의 선교단체에 저희를 초청해 단독 공연을 요청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희는 2021 6월에 기금 모금 연주회를 열게 되었고, 저희가 받은 수고비에 자체적으로 모은 스폰서 기부금을 보태어 선교단체에 보냈습니다. 같은 해에 선교단체에서 또 한번의 앵콜공연을 요청했고, 4개월 만인 10월에 두번째 기금 모금 연주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저희가 받은 수고비에 스폰서 기부금을 더해 키위선교단체에 기부했습니다. 이 기부금들을 아프리카 가나에 보내 9개의 교회를 세우는 일에 쓰였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이후에도 크라이스트처치 시청 방문(도서관)연주회, 키위 양로원 방문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공연마다 어떤 것을 염두에 두는지요.

음악은 소리를 통해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하는 음악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게끔 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는 편입니다. 때론 합창에 있어서 공명이나 호흡을 강조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즐거운 감정을 갖으라고 지도합니다. 그래서 그 즐거운 에너지가 관객에게 잘 도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이 한인 합창단 창단한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합창단이 어려운 노래를 잘하는 합창단이기보단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로 즐거움을 느끼고 전달하는 합창단으로 지속되길 바랍니다. 오는 925일에 있을 오클랜드 한인 합창단의 첫 정기 연주회에 오셔서 그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 가시길 바랍니다. 제 딸이 쇼팽의 녹턴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아들이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면서 합창단과 함께 앙상블을 이루는 멋진 무대를 보여드릴 것입니다. 이번 정기 연주회 수익금은 모두 기부될 예정입니다.

 

글 박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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