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투톱 총선’ 염두에 둔 국민의힘 전대 전략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3월 대선에서 지고 5개월 동안 내분을 겪었지만 8월28일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의원을 당 대표로 뽑은 후 대선 패배에 대한 당내 후유증을 없애고 당 외 진보층의 지지를 받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현재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중도층의 지지까지는 얻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이 문제만 잘 해결되면 당 대표 중심으로 차기 총선을 무난히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도 대선에서 이긴 지 딱 1년이 되는 오는 3월8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잡음을 없애고 당 외 보수층과 중도층의 힘을 모아 총선을 승리로 이끌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 당내 집토끼와 당 외 산토끼 두 마리를 잡을 수 있는 대표를 뽑아야 총선 승리와 함께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 뽑힌 민주당 대표나 올해 3월에 뽑힐 국민의힘 대표는 우선 당내 잡음을 없애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당 외 힘을 모아 차기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국회 다수당이 되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년에 치러지는 총선에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70여일 앞둔 지난해 연말 당 대표를 뽑는 경선 룰을 ‘당원투표 100% 반영’과 ‘결선투표제’로 개정했다. 그런데 이는 친윤(친 윤석열)계 전대 후보가 당선될 수밖에 없는 룰이기에 3월 전대서 당내와 당 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표가 나오기 힘들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당원투표 100% 반영’만으로도 친윤계 후보에 유리한 방식인데 거기다 친윤계 후보 표가 분열돼 오히려 비윤(비 윤석열)계 후보에게 유리해질 것을 예상해 이 같은 표 분열을 막기 위해 ‘결선투표제’까지 도입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비대위가 아직 ‘소급적 무효’ 카드까진 꺼내지 않았다. 작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49.33%를 득표해 결선투표를 해야 했지만, 당 선관위는 중도 사퇴한 후보(정세균·김두관)의 득표를 무효처리하면서 50.29% 득표율을 인정했고 결국 결선투표 없이 이 후보를 대선후보로 뽑았다.
그러나 본선에서 상대 후보 측의 지지를 받지 못해 본선에서 0.7%p 차로 패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국민의힘 비대위라 ‘소급적 무효’ 카드는 꺼내지 못한 것 같다.
현재 국민의힘은 정권 창출 일등공신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한마디만 해도 당내 잡음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대표 후보 대부분은 윤핵관과 연대하려 하고 있고 윤 대통령과 소통이 잘된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지만 당내보다 더 중요한 당 외 차원의 차기 총선에 대한 언급은 아예 하지도 않고 있다.
물론 차기 총선이 전대를 치른 후 1년 이상 남아 있어 먼저 당내 잡음을 수습하고 대통령과 소통이 잘 되는 후보가 당선돼 윤정부 지지율을 올려놓으면 총선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친윤계 후보가 당 외까지 아우르면서 윤정부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장담할 상황도 아니다.
친윤계 후보가 대표에 당선되면 대통령실과 소통하며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할지는 몰라도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을 흡수하지 못해 지기라도 하면 국민의힘으로선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윤정부가 남은 임기 4년 내내 계속 여소야대 상황에서 식물정부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혹시 국민의힘이 2017년 5월 민주당이 대선에서 이긴 후 1년3개월 만인 2018년 8월 전대를 통해 이해찬 의원을 대표로 선출하고, 이 대표 체제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84석)을 누르고 163석을 얻어 압승한 것을 벤치마킹하려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당시 중도층에 인기가 없는 이해찬 대표는 당내와 청와대 소통에 앞장섰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진보층과 중도층의 힘을 모아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즉 대표는 당내를 맡고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당 외를 맡아 성공한 케이스다.
국민의힘도 친윤계 대표는 당내를 맡고, 중도층의 힘을 모을 수 있는 선대위원장은 당 외를 맡아 22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 속셈인 것 같다.
그러나 21대 총선과 22대 총선은 다르다. 21대 총선은 2017년 5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후 당시 문재인정부 지지율이 높았고 여야 의석 수(더불어민주당 123, 새누리당 122)도 비슷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반면 22대 총선은 국민의힘이 지난해 5월 대선서 승리했어도 윤정부 지지율이 아직까진 그리 높지 않고 여소야대(국민의힘 115, 더불어민주당 169) 상황에서 총선이 치러져야 한다.
즉, 여당인 국민의힘이 꼭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당 외형(총선형) 후보를 대표로 뽑지 않고 당내형 후보를 대표로 뽑으려는 국민의힘 전대 전략이 궁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혹자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21대 총선 전략처럼 향후 전국적 인지도가 높은 선대위원장을 내세우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 게 총선이다.
대선에 비해 총선은 공천권을 가진 당 대표의 얼굴이 중요하다.
애초 전대 경선 룰 개정 문제가 불거졌을 때 윤 대통령은 사석에서 3·8 전대는 ‘당원 투표 100% 반영’으로 당원 비중을 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을 겪으면서 힘들었던 윤 대통령이 당정 원팀을 위해서 당 대표는 친윤계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아무래도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무리해서라도 당내형 친윤계 대표를 뽑아 당내 기틀을 잡은 후, 22대 총선서 투톱체제로 승리하겠다는 희망을 염두에 두고 3·8 전대 전략을 세운 것 같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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