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의 적은 이란” 윤 대통령 발언 파장 ‘일파만파’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외교부가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는 언급에 대해 “현지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크부대는 비전투병으로 UAE 군에 대한 교육과 훈련,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등을 주요 임무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윤 대통령은 UAE 파병 부대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다.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국방력이 이렇게 강다하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면 그만큼 적의 도발 의지를 꺾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이 보도된 후 이란에서는 “비외교적인 발언”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제기됐다.
지난 16일, 현지 매체 <IRNA통신>은 나세르 칸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국가들 간의 역사적 유대관계 및 관계 발전의 급진전을 전혀 모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해당 매체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외교적’이라고 평가했으며 이란 외무부는 한국 대통령의 ‘이란-UAE 관계’ 발언을 비롯해 한국 측의 입장을 심각하게 살펴보고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 측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란 외무부는 해당 발언에 대해 ‘불필요한 참견’으로 평가하고 있어 내정간섭으로 비화될 우려마저 감지된다.
그렇다면 실제 페르시아만의 국제 정세는 어떨까? UAE와 이란은 중동 국가들로 페르시아만의 툰브섬, 아부무사를 사이에 두고 영유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아오고 있다. 실제로 이란과 UAE는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지리학적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툰브섬은 대툰브섬과 소툰브섬으로 나뉘어져 있다. 대툰브섬은 UAE 건국 이전의 한 토후국 영토였으나 1971년 11월, 영국이 철수하기 며칠 전에 이란에 의해 점령됐다.
이에 비해 소툰브섬은 섬이 작은 데다 식수가 충분치 않았던 탓에 1971년 11월, 이란에 의해 점령당할 당시엔 단 한 가구만 거주하고 있었다.
UAE는 ‘UAE 소유의 섬에 연방으로 새롭게 출발하기 직전이었던 1971년 11월에 이란이 군대를 보내 강제 점유해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이 3개의 섬을 두고 이란에게 지속적으로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해당 섬에 대한 지배권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거부해오고 있다.
다만 3개 섬의 영유권 분쟁은 크게 악화되지 않았는데 이는 워낙 두 국가 간 경제적·문화적 교류가 깊은 덕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UAE의 적을 이란으로 명시한 것을 두고 외교 참사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7일, 윤 대통령의 UAE 순방 관련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해외에 나가기만 하면 외교 참사를 일으키며 국격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참사 때마다 문제없다고 우겨대는 게 습관이 됐느냐”며 “윤 대통령의 UAE 적은 이란이라는 외교적 실언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며 장병 격려를 위한 말씀이라고 변명한다”며 “대통령 발언이 작심발언은 아닐 것이다. 한·이란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한 발언이라는 점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의전 하나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순방외교서 대통령이 정제되지 않은 말을 하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며 “말실수, 외교 참사가 한두번도 아니고 윤 대통령 실수를 막지 못하는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쏴붙였다.
아울러 “이제 고작 임기 8개월 지났다. 남은 4년 내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정상 외교의 장에서 외톨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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