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부터 온몸이 쑤시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로 피곤하다. 손까지 붓고 뻣뻣한 느낌이 든다. 그동안 몇몇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 소견은 없다. 진통제도 맞아봤지만 나아지지 않는다. 남편은 꾀병이 아니냐는 말까지 한다. 주위에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왜 그런지 알 수는 없다. 급기야 최근에는 우울하고 모든 일에 의욕마저 사라져가는 것 같다.
주부 A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학병원을 찾았다. 여기서 받은 진단명은 이름도 생소한 ‘섬유근통 증후군’.
섬유근통 증후군은 국내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으로 전체인구의 0.5~5% 정도가 이 질환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로 30~40대의 여성들에서 많이 발생되며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온 몸에 대못을 박아 놓은 것 같은 심한 전신 통증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증을 느낄 수 있으며 통증의 정도와 위치가 계속 바뀌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섬유근통은 관절 부위에 통증이 있고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이 뻣뻣하고 때로는 붓기도 하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관절통이 아닌 근육통
섬유근통은 80% 이상의 환자에서 중등도 이상의 피로를 호소하며 일부에서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환자의 65%에서 수면장애가 나타난다. 잠들기도 힘들고 자주 깨며 아침에 일어날 때가 오히려 잠들 때보다 힘들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잠을 자고도 잔 것 같지 않으며 수면을 통해 피로가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을지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 심승철 교수는 “만성적인 통증과 피로를 겪기 때문에 이차적으로 우울증과 불안이 동반되기도 하며 긴장성 두통이나 편두통, 과민성 대장증후군 증상, 하복부 통증이나 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치료는 크게 비약물 치료와 약물 치료로 나뉘며 비약물 치료에는 운동과 인지행동 치료 등이 있다. 약물치료는 섬유근통 증후군의 주된 치료방법으로 통증과 피로 등의 증상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치료 위해 진통제 사용은 금물
섬유근통 증후군 환자에게는 통증을 억제하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 감소돼 있기 때문에 항우울제인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나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등이 효과가 있다고 보고돼 있다.
최근에는 통증유발물질을 직접 차단하는 섬유근통 증후군 전문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으며 수면장애가 있는 경우 수면제 등의 처방으로 수면을 조절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반면 일반적인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 등은 효과가 떨어지고 위장 장애를 일으키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섬유근통 증후군 환자들은 몸을 움직이면 아프기 때문에 자꾸 움직이지 않게 돼 근육의 근력이 떨어지고 점차 약해지며 인대와 연골이 외상을 받기 쉬우므로 약간의 통증은 감수하고서라도 적어도 하루에 몇 분씩은 운동을 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운동량을 점차 늘려나가야 하며 건강해졌다고 생각해 갑자기 무리해서는 안 되고 ▲근육을 늘려주는 맨손체조 ▲근력을 강화시켜주는 윗몸일으키기 ▲근육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빠르게 걷기, 자전거타기, 수영 등이 좋으며 일주일에 3회씩 20~30분 정도 하는 것이 적당하다.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근육이 긴장하게 되고 근육의 긴장은 통증과 피로감을 증가시키므로 가정과 직장에서 무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태가 좋아졌다고 해서 많은 활동을 무리하게 해서는 안되며 반대로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서 모든 활동을 중단한 채 하루 종일 누워 지내는 것은 섬유근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올바른 수면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잠들기 어렵다면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한 목욕이나 독서, 편안한 음악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
주 3회 20~30분 운동
술이나 담배를 삼가고 과도한 카페인 섭취도 제한해야 하며 자신의 통증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함으로써 통증에 대한 관심을 돌리는 것이 좋다.
섬유근통의 여러 증상들을 내가 잘 조절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되고 부정적인 생각들은 경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 교수는 “섬유근통은 다른 관절염에 비해 그 고통이 심하지만 잘만 치료 받으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증상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은 혼자서 고통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환자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