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사회, 다음 세대를 잇는다 6 Mt. Wellington Police 한창희 경찰

시사인터뷰


 

한인 사회, 다음 세대를 잇는다 6 Mt. Wellington Police 한창희 경찰

일요시사 0 1,834


마음이 따듯한 경찰이 되고 싶습니다

고속도로에서 한 시간 추격전도 벌여투철한 사명감 무엇보다 중요해

 

 1990년대 중반 내 이민 초창기 때 신기하게 느껴진 게 하나 있었다. 길거리에서 경찰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또 신기한 건 경찰이 필요하겠다 싶으면 언제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현장에 금방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때 그게 바로 선진국 경찰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없어도 되지만 필요할 때는 꼭 있어야 하는 경찰 말이다.

 스무 해가 넘은 지금, 거리에서 종종 경찰을 만날 수 있다. 오클랜드의 경우,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인구 때문에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잦아 경찰이 해야 할 일들도 많아졌다. 그 가운데 아시안 경찰, 특히 한국 경찰들이 더러 눈에 뜨인다. 멋진 제복을 입고 성실히 임무를 수행하는 그들을 보면 말 그대로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이 느껴진다. 그만큼 편하고 믿음직스럽다는 뜻이다.

 

기숙사 생활하며 영어 실력도 늘어

 한창희 경찰.(영어 이름 Jason Han)

 창희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먼저 그의 듬직한 체구에 놀랐다. 국가가 내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 제복을 입고 있지 않아도 그 누가 감히 대들 수 없을 정도로 위풍당당해 보였다.

 “! 키가 무척 크네요.”

 나는 감탄조로 말했다.

 “186cm입니다. 요즘 살이 좀 쪄서 문제입니다.”

 얼굴에 핀 순박한 웃음이 예뻤다. 큰 덩치와는 달리 최대한 예의를 갖춰 답했다. 인터뷰가 술술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순간 보통 사람이 바라는 경찰상’(警察像)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창희는 1999 12월 부모 형제와 함께 오클랜드로 이민을 왔다. 그다음 해 타카푸나 그래마 스쿨에 Form 3(Year 9)로 입학, 삼 년을 다녔다. 하지만 생각만큼 영어 실력은 늘지 않았다. 같은 학년에 한국 친구가 몇 명 있어 영어보다 한국말을 더 편하게 하고 지냈다. Form 6(Year 12)가 되던 해, 창희는 해밀턴에 있는 조그마한 칼리지로 옮겼다.

 “학교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한국 친구가 하나도 없는 그곳에서 2년을 지냈습니다. 그때 영어가 부쩍 늘었습니다. 단체 생활을 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훗날 경찰학교에서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장학금 받아 대학 입학, 1년 만에 중퇴

 칼리지를 마친 뒤, 창희는 장학금을 받아 와이카토대학 스포츠 레저학과에 입학했다. 칼리지 시절 학교 농구 대표팀으로 뛴(센터) 경력을 인정받아서였다. 하지만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적성에 맞지 않았다.

 20대 초반, 창희는 뉴질랜드를 떠나 호주, 중국,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다. 한국에서 유치원 영어 교사로 근무할 때 조금은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다. 젊은 신부는 타카푸나 그래마 스쿨을 함께 다닌 여자 친구였다.

 창희 부부는 2012년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왔다. 하지만 신혼부부에게 닥친 현실은 냉혹했다. 생활비를 벌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창희는 낮에는 스시 가게에서, 밤에는 한국 식당에서 일을 했다. ‘투 잡스’(Two Jobs)였다. 젊었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여섯 달을 하다가 한국 식품점 본사에 취직, 풀타임 직원으로 생계를 꾸렸다.

 창희는 어떻게 경찰이 되었을까?

 “어느 날 아내가 제게 경찰이 되면 어떨까?’하고 제의했습니다. 제가 당장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서 경찰이 될 수 있었습니다. 아내의 제안이 제 인생을 바꿨다고 믿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2.4km 달리기, 마지노선 10 15초로 합격

 창희는 바쁜 직장 일을 하면서 차근차근 경찰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갔다. 체력 검사, 영어 시험, 수영, 인터뷰 등등. 어느 한 과목도 낙오하지 않고 한 번에 다 합격했다.

 “제가 달리기를 잘 못합니다. 경찰학교에 들어가려면 2.4km 10 15초 안에 달려야만 합니다. 아무리 연습해도 그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달리기 시험을 보던 날,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정확히 10 15초에 주파했습니다. 시험관이 저 보고 럭키’(lucky)라고 했습니다.”

 창희는 청운의 꿈을 안고 웰링턴에 있는 경찰학교(NZ Police College)에 입학했다. ‘뉴질랜드 경찰 282.’ 21주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창희는 드디어 경찰이 되었다.

 빛나는 경사’(constable) 계급장을 단 창희는 임관 뒤 마운트 웰링턴 교통과에서 열 달 정도 근무했다. 그리고 퍼블릭 세이프티’(Public Safety) 부서로 옮겼다. 뉴질랜드 비상전화인 111에 걸려 오는 사건을 담당하는 곳으로 이해하면 된다.

 나는 좀 익사이팅’(exciting)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잠시 숨을 고르던 그가 보름 전 있었던 추격전을 말해 주었다. 그 줄거리를 간단하게 담는다.

 오클랜드 한 지역에서 새벽 세 시쯤 동료 경찰의 무전을 받고 도주 차량을 쫓아 갔다. 동네 골목골목을 돌다가 고속도로에 진입, 남쪽 봄베이(Bombay)까지 도망갔다. 그 차량은 갑자기 유턴해 오클랜드로 쏜살같이 달렸다. 결국, 경찰이 뿌려 놓은 스파이크(타이어를 터트리는 못 종류)에 도주 차량이 미끄러졌다. 차는 불에 타고 더는 어찌할 수 없던 범인은 두 손을 들고 투항했다. 한 시간 가깝게 펼쳐진 심야의 활극은 그렇게 경찰의 승리로 끝났다.

 

칼 든 중국 여자 따듯한 마음으로 감싸

 경찰은 활극의 주인공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더 많이 마음씨 착한 경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줄거리 역시 간단하게 소개한다.

 힐스보로(Hillsborough)에 있는 어느 집에서 가정 폭력 신고가 들어왔다. 급하게 출동해 도착해보니 한 젊은 중국 여자가 칼을 들고 남자 친구를 위협하고 있었다. 진정을 시킨 뒤 경찰서로 데리고 왔다. 유치장에 갇힌 중국 여자가 바르르 떨었다. 너무나 낯선 풍경에 어찌할 줄 몰라서였다. 창희는 그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을 베풀었다. 중국 여자는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아직은 길지 않은 경찰 생활이지만 창희는 그 무엇보다 이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을 도와주고, 범죄를 지은 사람을 찾아 벌을 받게 하는 게 기쁘다고 했다. 장래 꿈이 경찰인 후배들에게 창희는 어떤 도움말을 해주고 싶을까?

 “돈을 보고 와서는 안 됩니다. 초봉은 좀 많은 편이지만 경력이 늘어도 생각만큼 월급이 많지 않습니다.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또 하나 팁을 드리자면 인종 차별을 많이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아셔야 합니다. 제가 범인을 체포할 때마다 경험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예비 경찰도 그 점을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현실적인 도움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 생겨 경찰 만나면 무조건 솔직해야

 한국인 출신 경찰로서 교민들에게 무슨 말이 해주고 싶은지 궁금했다.

 “문제가 생겨 경찰이 왔을 경우, 무조건 솔직히 말씀하시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괜히 숨기고 있거나 틀린 말을 하면 생각지도 않은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습니다. 경찰이 왔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정보를 갖고 왔다는 뜻입니다.

 가정 폭력의 경우, 경찰이 왔을 때 절대 싸우면 안 됩니다. 공무 집행을 방해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 아무리 화가 나고 자기가 잘못 한 게 없다고 하더라도 경찰 말에 순순히 따라야 합니다.”

 스물아홉 살, 젊은 경찰 한창희. 그는 자기 마음속의 경찰을 이렇게 말했다

 “주위 동료 경찰을 보며 저런 경찰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혹은 꼭 저런 경찰이 되어야지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제가 꿈꾸는 경찰상은 따듯한 마음을 지닌 경찰’, 어떤 일에도 열심히 하는 경찰입니다.”

 앞서 얘기했지만 창희는 체격이 무척 좋다. 경찰 몸으로는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나는 그 체격을 넘어 그 마음이 더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터뷰 내내 겸손했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배려가 묻어 있었다. ‘민중의 지팡이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절로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_프리랜서 박성기

 


*경찰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www.newcops.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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