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집중] 오클랜드 타운홀에 울려 퍼진 감동의 하모니

시사인터뷰


 

[시사집중] 오클랜드 타운홀에 울려 퍼진 감동의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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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VoCo 합창제, 오클랜드 한인합창단의 '아오테아로아 아리랑'으로 절정 달해

 

지난 7 26일 오클랜드 타운홀은 10개국 합창단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선율로 가득 찼다. 2025 VoCo(Voice Community Concert New Zealand) 합창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린 이날, 1000여 명의 관객들은 음악을 통한 문화 융합의 진수를 목격했다. 특히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오클랜드 한인합창단(Auckland Korean Choir, 단장 겸 지휘자 이건환)의 공연은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한국과 뉴질랜드가 만나는 순간

이날 공연의 백미는 단연 '아오테아로아 아리랑' 연합 합창이었다. 작년 오클랜드 한인합창단이 선보였던 '뉴질랜드 아리랑'을 새롭게 편곡한 이 곡은 한국인의 애절한 그리움과 뉴질랜드의 자연적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로 시작되는 친숙한 선율 속에서 노래 중간에 등장하는 "뉴질랜드 아라리요"로 개사된 이 가사는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교민들의 마음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계적인 아카펠라 그룹 'The King's Singers' 출신인 Timothy Wayne-Wright VoCo 무대감독으로 참여해 한국어로 1절을 솔로로 부른 순간이었다. 이어 400명이 넘는 연합 합창단이 웅장한 코러스로 화답하면서 타운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악기가 되는 듯한 감동을 연출했다. 무대 마지막에는 뉴질랜드 국기와 태극기가 동시에 내려오며, 모든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올해가 한- FTA 10주년을 맞는 해인만큼 더욱 의미 깊은 순간이었다.

 

창작의 힘으로 빚어낸 예술

오클랜드 한인합창단은 이번 무대에서 이건환 단장이 직접 작사·작곡한 두 곡의 창작곡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마음에 깊이 와닿는 감동을 선사했다. 루아페후 산 정상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그리움이 바람 타고(Longing Rides the Wind)'는 멀리 떨어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바람에 실어 보내는 서정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로토루아 호수의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히네모아(Hinemoa)'는 사랑을 위해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호수를 건너는 여인의 용기와 순수한 사랑을 담고 있다. 두 곡 모두 뉴질랜드의 자연과 전설을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관객들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오클랜드 한인합창단은 이 두 창작곡에 '여밈선' '뉴질랜드 아리랑' 원곡을 더해 총 네 곡을 선보인 후, 마지막에 모든 합창단이 함께 '아오테아로아 아리랑'을 합창하며 장관을 연출했다. 10개 합창단 중에서도 유독 오클랜드 한인합창단만이 자작곡을 포함한 독창적인 레퍼토리로 무대를 구성해 관객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이번 '뉴질랜드 아리랑' 공연에는 지난 5월 연합 합창 참가자 모집을 통해 함께 연습해오던 30여 명의 교민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오클랜드 한인합창단의 정기연습일에 참석해 하모니를 만들어왔고, 본 무대에서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감동을 더했다.

 


음악으로 하나된 가족 이야기

이건환 단장의 가족이 모두 합창단에 참여한다는 사실도 이번 공연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지휘를, 아내가 반주를, 막내딸이 부반주를, 큰딸이 소프라노 솔로를, 아들이 스폰서를 맡는 등 온 가족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았다.

"늘 문화나 예술에 기여할 수 있는 집안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이건환 단장의 말처럼, 그의 가족은 음악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단원들 역시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다. 타우랑가에서 매주 연습에 참여하기 위해 오클랜드를 오가는 한 단원의 열정은 음악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연습을 마치고 늦은 시간 귀가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빠지지 않는 그녀의 헌신은 합창단 전체에 귀감이 되고 있다.

 

지휘자의 철학과 소감

이건환 단장은 공연 후 소감을 통해 "뉴질랜드 아리랑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VoCo 측의 태극기 무대 연출로 효과가 극대화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 일을 하고 나니 감사 편지를 많이 받고 있다. 여러 번 울고 감동했다. 나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의 음악 활동에 대한 보람을 표현했다. "늘 어떻게 하면 모두의 마음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왔는데, 이런 무대를 통해 그 즐거움을 전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덧붙였다.

관객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한국의 정서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곡들로 현지인들과 한인들 사이의 문화적 경계를 허물며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울려 퍼진 아리랑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고, 이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만들어내지 못한 특별한 순간이 되었다.

 

이어지는 문화 나눔의 발걸음

오클랜드 한인합창단은 벌써 다음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920일 알바니 랑기토토 컬리지에서 '뉴질랜드 아리랑의 밤'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는 한일수 박사가 결성한 '뉴질랜드 아리랑 선양회'와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200년 이상 된 카우리 나무에 뉴질랜드 아리랑을 조각하고, 나무에 태극기를 덮은 후 타임캡슐을 나무 안에 넣어 카우리 송진으로 메우는 특별한 의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각계각층 인사들이 초청되어 더욱 의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조각 작업은 이건환 단장의 아들이 직접 맡아 가족의 예술적 재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에는 멜리사 리 국회의원의 축사를 비롯해 김홍기 총영사, 홍승필 오클랜드 한인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2025 VoCo 합창제는 음악이 가진 무한한 치유력과 소통의 힘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름다운 하모니는 뉴질랜드 다문화 사회의 밝은 미래를 예고하며, 한인 커뮤니티의 문화적 자긍심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글 박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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