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집중] “배가 너무 고프다”… 차 한 칸이 전부였던 그의 삶에 손을 내밀다

시사인터뷰


 

[시사집중] “배가 너무 고프다”… 차 한 칸이 전부였던 그의 삶에 손을 내밀다

일요시사 0 103

오클랜드 한인회, 심장수술 후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인에게 따뜻한 손길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오클랜드 어딘가에서 차 안에 웅크리고 있는 한인이었다. 메시지는 짧았지만 무거웠다.

집이 없습니다. 차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배가 너무 고픕니다. 먹을 것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인들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차마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 낯선 이에게 보내는 작은 구조 신호, 그 신호가 오클랜드 한인회 공식 이메일에 전달됐다.

 

버텨온 날들, 그리고 한계

그의 사연을 들은 홍승필 오클랜드 한인회장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2년 전, 그는 심장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생계를 위해 몸을 쉬게 둘 수 없었다. 청소일, 페인터 등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했다. 아무에게 어렵다는 말 한마디 못 한 채, 조금씩, 조금씩 버텨왔다.

그러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수입은 끊겼고, 렌트집을 나와야 했다. 짐 몇 개를 챙겨 차에 올라탔다. 그것이 그의 임시숙소가 됐다.

그 이메일이 도착한 건, 한창 무더운 여름이었다. 오클랜드의 뜨거운 햇살 아래, 그는 차 안에서 밤을 보내고 있었다.

 

한인회가 움직였다

홍승필 회장은 사연을 접한 뒤 곧바로 한인회 임원 단체 채팅방에 내용을 공유했다. 망설임이 없었다.

임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한인회 차원에서 쌀, 누룽지, 라면, 식혜 등 식료품을 제공했고, 당장 버틸 수 있도록 현금도 지원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홍승필 회장, 유광석 수석부회장, 신창훈 부회장, 김영학 부회장, 정희윤 부회장이 직접 주머니를 털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보탠 돈이 모여 새 보금자리의 보증금이 됐다. 낯선 땅에서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작은 땅 한 평이 생긴 것이다.

일자리도 연결됐다. 심장수술의 후유증이 남아있는 몸 상태를 감안해, 무리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줬다. 먹을 것, 잠잘 곳, 그리고 일터.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하나씩 갖춰졌다.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문을 열었다. 삶을 다시 시작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었다.

 

제가 일어서면, 저도 돕겠습니다

여러 도움이 이뤄지고 나서, 그는 몇 번이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한두 달만 지원해 주시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제가 자립해서 일어서면, 저도 어려운 분들을 돕겠습니다.”

홍 회장은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도움을 받으면서도 언젠가 나누겠다는 다짐. 그 말 한마디가 이 일이 옳았음을 확인시켜줬다.

그로부터 시간이 지났다. 최근 그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짧은 메시지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그는 일을 하고 있다. 편히 쉴 수 있는 집에서 지낸다. 심장수술의 여파로 몸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넉넉하진 않지만 굶지는 않는다. 그것으로도 충분한 시작이었다.

 

어려울 땐 한인회 문을 두드려 주십시오

홍 회장은 이번 일을 통해 보람과 함께 무거운 현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오클랜드에도 이런 분들이 분명 더 계실 것입니다. 영주권자라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주변에 말도 못 하고 지내시는 분들이요.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그는 한인회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당장 자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데는 함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다른 한인 단체들과 협력해 보다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제안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어려울 때 한인회 문을 두드려 달라는 것이 그의 당부였다. 할 수 있는 부분은 반드시 돕겠다고 했다.

 

차 한 칸이 전부였던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쌀 한 포대, 보증금 한 뭉치, 일자리 하나. 그러나 그것은 누군가의 삶을 다시 세우는데 충분했다. 이 작은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글 박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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