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 식당 입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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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내 식당 입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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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의원회관 신관 '작은식당' 위탁운영업체에 대기업인 신세계푸드가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상생과 중소기업 살리기를 외치던 여야가 정작 자신들이 이용하는 국회식당 만큼은 대기업이 운영해야 한다고 손을 들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홀 규모가 450㎡인 신관 작은식당은 지난 8일 운영을 시작했으며, 하루 약 250여명의 국회의원들과 직원들이 이용하고 있다. 한 끼 식사 가격은 조식 3000원, 중·석식 6000원이다.

식당에 들어서자 직원이 자리를 안내하고 곧이어 고급스런 식기에 음식이 담겨 나왔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만큼 구내식당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맛과 서비스의 질이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

이기적인 국회

하지만 이 식당을 운영하게 된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구내식당 위탁운영업체에서 배제를 권고한 6개 대기업 중 하나다. 당시 86개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던 181개 식당 중 41%인 74개에 대기업 업체가 입점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비판이 일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급거 시행한 조치였다.

국회 사무처 측은 "재정부의 대기업 배제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다. 지키지 않아도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식경제부가 공공기관 내 구내식당에 대기업의 입점을 배제하기로 한 것은 권고에 불과하다. 대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영업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공공기관들의 사정은 달랐다. 정부 정책 협조는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중요한 평가항목이기 때문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경영평가는 사장 연임이나 임직원 성과급을 좌우하는 중요한 항목이라 1점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혈안인데 권고사항을 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직원인 A씨는 최근 국회에 신세계푸드가 입점한 것에 대해 "대기업 급식업체가 아무래도 맛과 품질이 더 뛰어난 것은 누가 모르겠는가? 그래도 다른 공공기관들은 상생의 취지로 중소업체를 선정해 이용하고 있는데 정작 국회는 대기업 식당을 입점시켰다고 하니 이기적으로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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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권고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재정부의 간섭도 엄청나다. 지난 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측은 상주직원이 2000명이 넘어 중소기업에 식당 운영을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대기업을 급식업체로 선정했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즉각 KIST 관계자를 불러 권고를 따르지 않는 이유를 캐물으며 강하게 질책했다는 후문이다.

KIST와 달리 현재 국회 작은식당을 이용하는 하루 평균 인원은 250여명 정도로 중소업체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한 규모다. 그러나 재정부는 이번 국회식당의 대기업 선정이 큰 논란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고 있다. 국회는 매년 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힘 있는' 기관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지난 3월 식당 운영업체 선정 시 신세계푸드를 포함한 5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2개 업체는 중소업체였고 나머지 3개 업체는 이번에 선정된 신세계푸드를 비롯해 CJ, 현대 등 대기업이었다.

국회는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을 선정심의위원장으로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과 국회사무처장 등 10여 명이 참여하는 선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업체들을 평가했다. 그런데 중소업체인 2개사는 각각 1차 서류심사와 2차 프레젠테이션 심사에서 탈락했다.

최종 심사에는 당시 심의위원장을 맡았던 손인춘 의원과 야당 쪽 심사위원인 서영교 의원이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았지만 회의는 강행됐다. 절차상의 문제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대기업 식당 국회 입점에 비난 쇄도
최대 화두 '상생'인데 국회만 '역주행'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입찰에 참여했던 중소업체 관계자들은 "심의위원장이 참석 안했는데 회의를 진행하는 게 말이 되냐"며 "미리 회의시간도 조율하지 않고 회의를 강행한 것은 분명한 문제다. 중소업체는 이 같은 계약하나를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정작 의원들은 이렇게 허술하게 심사를 진행했다니 국회가 중소업체의 눈물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문제가 불거지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위원으로서 참석하라는 것을 심사 직전에야 연락을 받았다"며 "당시 다른 일이 겹쳐서 참석을 못했고, 다만 심사위에 연락을 해서 직영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다"고 해명했다.

또 심의위원장을 맡았던 손 의원은 당초 "다른 식당 심사에는 모두 참여했는데, 당시에만 다른 회의가 있어서 참여를 못했다"며 "그 때 본회의 때문에 그랬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본지 기자가 손 의원 측에 '본회의는 이미 일정이 정해져 있는 사안인데 미리 일정을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자 다시 말을 바꿔 "당시 지역구에 시급한 일이 있어 양해를 구하고 참석하지 못한 것이었다. 잠시 착각을 했다"고 해명했다.

손 의원 측은 또 "심사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중소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는 최근에도 중소기업 관련 행사를 개최하는 등 중소업체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국회사무처 측은 "중소업체는 아무래도 프레젠테이션이나 제안서 내용이 일반 대기업보다는 부족했다"며 선정이유를 설명했다. 국회에는 현재 신세계푸드 뿐 아니라 급식시장에서는 대기업으로 통하는 이씨엠디(ECMD)가 운영하는 식당도 들어와 있다.

무소불위 권력

한 전문가는 "중소기업을 살리자며 온갖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 국회가 정작 본인들은 좀 더 맛있는 밥을 먹겠다며 중소업체를 배제한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국회가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먼저 모범이 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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