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귀몰 유병언 도피루트 입체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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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출귀몰 유병언 도피루트 입체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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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계열사 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이 지난 11일 오전,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진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망자 뒤만 졸졸…꽁무니 쫓기 바쁘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신창원의 악몽'이 재현될 것인가. 구원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체포 작전이 장기화되고 있다. '유병언 검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검·경은 연이은 허탕수사로 궁지에 몰렸다. 교회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열성신도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유 전 회장은 오늘도 공권력을 유린하며 도피행각을 거듭 중이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다시 전라도에서 충청도로 이어지는 유 전 회장의 도피루트는 검거에 목마른 수사진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과거 오사마 빈라덴처럼 비밀 은신처만 수백여 곳에 달할 것이라는 유 전 회장.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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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체포 작전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지난 10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유병언 검거를 위해 검·경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못 잡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검토해서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노한 대통령
움츠러든 검찰

박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유 전 회장에 대한 조속한 검거를 지시한 건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그간 검찰은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인에 나선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검·경의 연이은 '허탕 수사'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됐다.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군 당국은 즉각 유병언 체포 작전에 투입됐다. 중앙 정부부처는 각 지역 유지들에게 긴급 반상회를 부탁했다. 먼저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1일 "유병언 검거와 관련해 밀항으로 의심되는 인원이나 선박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수배 중인 특정 민간인을 검거하기 위해 군 인력이 작전에 투입된 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또 안전행정부는 12일 "도피 중인 유병언의 조속한 검거를 위해 전국에서 일제히 '임시 반상회'를 열기로 했다"고 알렸다. 민간인 체포를 안건으로 정부가 반상회를 요구한 것 역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민·군의 수사 협조에도 불구하고 유 전 회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정권 차원의 강력한 검거 의지와는 별개로 점차 수사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최근 한 검찰 관계자는 "'잡범(유병언)' 하나 잡으려고 우리(검찰)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정작 책임질 사람들은 위에서 꿈쩍도 안 하는데 밑에 있는 말단들만 고생한다"고 씁쓸해했다. 체포 작전이 장기화되면서 내부 피로도가 상당해진 것으로 추론된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구원파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을 집중 수색하는 한편 경찰과 공조해 유 전 회장의 도피 경로를 추적 중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새벽 금수원에 수사 인력 6000여명을 투입해 일명 '신엄마(64·여)'와 '김엄마(59·여)'에 대한 검거 작전을 펼쳤다.

당시 검찰은 금수원에 들어간 지 1시간여 만에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임모(62)씨와 김모(67)를 차례로 검거하며 기세를 올렸다. 임씨와 김씨는 각각 유 전 회장의 도주 차량과 도주로 확보에 관여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어진 수색에서 검찰은 쓴맛을 봤다. 기대를 모았던 신엄마와 김엄마 등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핵심조력자 구인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유병연 최측근
김엄마 신엄마

무엇보다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인 '두 엄마'를 놓쳤다는 점이 뼈아팠다. 이들은 이른바 강경파에 속하며 '유병언 도주 작전'의 '컨트롤타워'로 전해진다.

김엄마는 이재옥(49·의사)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이 구속된 후 금수원 내부에서 구원파 간부들을 지휘하며 유 전 회장의 도주 작전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엄마는 본인의 지명수배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금수원에서 도피했다고 전해진다. 검찰은 검·경의 금수원 2차 압수수색(11일) 직전 김엄마가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평신도어머니회의 간부급인 신엄마는 전직 대기업 임원의 부인으로 유 전 회장의 자금줄을 쥔 인물로 불린다. 김엄마보다 내부 직급이 높았던 신엄마는 평신도였던 김한식(72)씨를 청해진해운 대표로 세울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신엄마는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내부 입지가 축소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신엄마는 지난 13일 검찰에 전격 자수했는데 이 배경을 놓고 '신엄마가 자신의 딸이 언론에 노출되자 심적압박을 받았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검·경 자존심 걸린 체포 작전…번번이 허탕
'키맨' 김 엄마 잠적…'측근' 신 엄마 자수

당초 검찰은 이주께 김엄마도 함께 검거해 유 전 회장의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는 한편 유 전 회장 쪽으로 흘러가는 도피자금을 원천 봉쇄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대책을 마련 중이다. 현재로서는 김엄마와 함께 유병언 도피 작전을 공모한 혐의로 체포된 박모씨의 입에 기대를 거는 상황이다.

구원파 측은 "김엄마의 소재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워낙 내부 결속력이 강한 구원파라 체포된 신도들도 지도자의 은신처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검찰은 유 전 회장에 대한 신고 보상금을 역대 최고액인 5억원으로 올리며 밀고를 기대했지만 그의 행적을 알 만한 신도들은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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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유 전 회장 검거에 애를 먹는 것은 그가 일반 범죄자와 달리 구원파 신도들의 조직적인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유 전 회장을 따르는 여신도가 많아 남신도에 비해 추궁이나 강제 수색이 어려운 점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유병언의 사도'를 자처한 이들은 사법처리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유 전 회장을 비호하고 있다.

실제로 유 전 회장의 도피루트로 추정되는 곳에는 항상 신도들이 있었다. 이들은 수사팀이 들이닥치면 유 전 회장 대신 체포됐는데 그 사이 유 전 회장은 또 다른 조력자와 함께 현장을 빠져나가는 상황이 반복됐다. 즉 다수의 조력자가 유 전 회장을 번갈아 수행했던 셈이다.

조력자 바꿔
번갈아 수행

유 전 회장의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은 금수원에서 시작된다. 그는 검찰 조사에 불응한 후 지난달 17일까지 금수원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 등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금수원 안에는 구원파 간부급들만 공유하는 비밀 통로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회장은 구원파 토요예배 당일 신도들과 함께 이 비밀 통로를 이용해 금수원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유 전 회장은 같은 달 19일까지 금수원 인근에 자리한 비밀별장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다. 검찰은 관련자 통신내역 등을 토대로 체포 작전에 나섰으나 신원 확보에 실패했다. 이틀 뒤인 21일에는 금수원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철수했다.

유 전 회장은 금수원이 압수수색당할 거란 사실을 알고 현장을 빠져나와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서 그는 구원파 신도의 자택에서 은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유 전 회장은 신도들로부터 도주에 필요한 차량 등을 지원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이 다시 검·경의 포위망에 걸린 건 5월23일이다. 유 전 회장은 전남 순천에 있는 송치재휴게소 인근에서 도주 중인 모습으로 포착됐다. 하지만 측근들의 체포 소식이 신도들로부터 전해지자 서둘러 별장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부터 유 전 회장은 자신을 수행했던 운전기사 양모씨와 따로 움직여 수사에 혼선을 줬다.

5월29일 유 전 회장이 도주에 이용했던 EF소나타가 수배됐다. 그런데 이 차량은 다음날(30일) 전주 덕진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발견됐다. 양씨의 작품이었다. 같은 날 유 전 회장 측근 명의로 된 승합차량이 전남 영암군 한 휴게소 CCTV에 포착됐다. 이 차량은 전남 해남군과 완도군 일대 CCTV에 여러 차례 찍혔다. 때문에 검찰은 유 전 회장이 해남이나 목포 쪽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유 전 회장이 몸을 숨겼던 '숲속의 추억'에는 유 전 회장 외에도 30명가량의 수행인원이 있었으며, 별장에서 확인된 차량만 30대라는 증언이 나왔다. 즉 유 전 회장이 어떤 차량으로 도주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산속 비밀별장에 숨었다?"
충남 홍원항 잠입·밀항설
구원파 본산 대구 은신설도

실제로 유 전 회장 도피 직후 '숲속의 추억'을 급습한 검찰은 유 전 회장의 것으로 추정되는 옷가지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확인 결과 압수물에선 유 전 회장의 지문이나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 신도들이 꾸민 위장술에 속은 것이다.

더불어 장례식장까지 차를 몰고 가 EF쏘나타에서 빠져나온 인물은 유 전 회장으로 위장한 양씨였다. 수사팀은 차량을 정밀 분석했지만 누구의 지문도 찾지 못했다. 다시 말해 유 전 회장의 행적은 단 한 번도 확인된 적 없는 셈이다.

검찰은 지난 3일 유 전 회장이 프랑스로 정치적 망명을 시도했다가 '단순 형사범'이란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어 8일에는 해남에서 목포에 이르는 구원파 관련 시설과 신도 자택에 은신했을 가능성을 포착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을 붙잡진 못했다.

12일에는 부산항 일대에서 청해진해운 관련 선박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밀항대금으로 100억원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보도됐다. 이날 경찰은 유 전 회장이 중국 밀항을 시도하기 위해 충남 홍원항으로 잠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또 일부 검찰 수사팀은 전남 신안군의 도초도란 섬에 파견됐다. 염전으로 유명한 이 섬의 실소유자는 유 전 회장. 따라서 검찰은 이 섬이 밀항루트로 사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어느 하나 확실한 제보가 없어 검·경은 속을 태우고 있다.

일반적인 도주범들은 수사기관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한 곳에서 칩거하거나 은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년6개월간 도피생활을 했던 탈옥수 신창원도 "낮에는 독서실에서, 밤에는 차 안에서 자야만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유 전 회장은 은신처를 계속 옮겨 다니며 검찰을 교란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검찰이 검거를 포기하고 기소중지한 뒤 지명수배하는 방안이 검토될지 모른다.

검찰 안팎에선 "유 전 회장이 서쪽이 아닌 동쪽, 즉 대구에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중순 대구 지역의 한 남성이 전남 완도의 선박중개업자에게 배를 빌릴 수 있는지 문의한 데 이어 이달 초 유 전 회장 측 부탁을 받은 해남의 조직폭력배가 부산의 조직폭력배에게 큰 배를 빌릴 수 있는지 수소문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구원파의 본산이 대구라는 사실이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 역시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하다.

밀항설 고개
의외의 은신처

일반적으로 언론에 노출된 수배자가 검문검색에 걸려 체포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범죄자는 홀로 불안감에 시달리다 '실수'를 하거나 내부자 혹은 시민들의 제보를 통해 행적이 노출된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은 검문검색을 요리조리 빠져나감은 물론 내부자도 입을 닫고 있어 체포가 난망한 상황이다. 워낙 부릴 수 있는 손발이 많아 직접 도피자금을 인출할 일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유 전 회장이 이미 밀항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숨겨진 은신처만 수백여 곳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 됐던 유 전 회장이 한국을 빠져나간다면 혹은 빠져나갔다면 그 여파는 단순히 검·경이 아닌 정권 전체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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