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시민들과 머리 맞대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듣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4번이나 서울시민의 부름을 받은 ‘최다선’ 서울시장이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는 1.5선의 시장이라 생각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시정을 제대로 운영해본 기간이 6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일’하고 싶은 그에게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4선에 성공해 다시 4년을 보장받았고, 시의회의 구성도 그에게 유리하게 짜여진 것이다. 이제 오 시장은 본인의 능력을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지난 10년간, 서울시장 선거는 유독 여러 번 치러졌다. 비극적인 사건으로 전임 시장이 세상을 떠나기도 했고, 무상급식 파동으로 그 전 시장이 사퇴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 시장직에 4번이나 도전해 당선된 사람이 있다. 11년 전, 무상급식 파동으로 스스로 물러났던 오세훈 서울 시장이다.
그는 지난해 보궐선거와 이번 해 지방선거에 연이어 당선되며 서울시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일요시사>는 추석을 맞아 오 시장에게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시정 계획을 물었다. 다음은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
-역대 최다선 서울시장이 되셨습니다. 초선, 재선, 3선, 그리고 지금 중 어떤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총 4번 당선된 건 맞지만 실질적으로 일한 기간으로 따지면 이제 6년을 좀 넘겼습니다. 사실상 1.5선이라는 시장이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중입니다. 시기마다 중요한 사업이나 이슈들이 있었고 모든 순간들이 다 각별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0년 만에 시장으로 복귀한 지난해 여름입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민들께서 서울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적임자로 저를 선택해주셨습니다. 10년 동안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서울시와 시민을 위해 진심으로 분골쇄신해서 시민분들의 성원에 보답할 생각입니다.
-유례없는 전폭적인 지지였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25개 자치구, 426개 동에서 모두 승리한 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에서까지 승리했어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체적으로 분석해 봤는데요, 제1호 공약인 ‘약자와의 동행’ 덕분이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약자와의 동행’처럼 양극화와 빈부격차의 대물림 문제에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 경우는 그동안 많이 없었습니다. 그 진정성을 공감하신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제 표를 위한 구호가 아닌 서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이정표라는 것을 증명해내겠습니다.
-‘식물시장’으로 1년을 보내셨는데.. 지난 1년간 가장 아쉬웠던 점은?
▲지난 1년은 과거로 역주행하던 서울시정을 정상화하고 미래로의 도약을 다지는 새로운 출발의 시간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사실상 민주당 1당 독제체제였던 시의회에 의해 서울시의 미래구상이 번번이 제동 걸렸던 점입니다.
과거 시의회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서울 미래사업’이나 ‘서울시 바로 세우기’에 ‘오세훈 치적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예산삭감을 계속 시도했어요. 결국 ‘반의 반’ 성과로 끝났죠. 서울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내재된 문제를 뿌리 뽑고 흔들림 없는 여정을 이어가려 합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시의회 과반을 가져오면서 동력이 생겼습니다. 어떤 정책을 최우선으로 실행하실 건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들께서 현명한 선택을 해주셨습니다. 이제 협력할 땐 협력하고 견제가 필요할 땐 견제할 수 있는 균형구도가 회복됐습니다. 저는 시급한 민생과 안전 현안 해결을 위해 ‘동행·매력특별시’ 구현에 힘을 쏟으려합니다. 지금은 밑그림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가는 단계인데요.
생계·교육·주거·의료 등에 대한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미래공간기획관과 디자인정착관도 신설하겠습니다. 누구나 살고, 일하고, 투자하고 싶은 도시로 만들 거에요. 부정·부패 척결도 중요합니다. 민간위탁 사업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이뤄져온 ‘끼리끼리 채용’을 차단하고 특정 기관 독점, 장기 수탁 방지를 위해 동일 기관이 10년을 초과해 장기 수탁할 수 없게 하는 지침도 마련하겠습니다.
4번 임기 중 작년 기억 남아…분골쇄신 다짐
물난리, 11년 전 제안한 정책 시행됐더라면…
-이번 물난리로 서울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됐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 보시나요?
▲전임 시장 시절, 비용과 진영논리를 핑계로 2011년 제가 발표한 ‘빗물 터널’ 설치 구상을 철회했습니다. 잘못된 결정이라고 봐요. 빗물 터널만 철회하지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난리가 나진 않았을 겁니다.
-빗물 터널이요?
▲네, 제가 2011년 강남 등 7곳에 빗물 터널을 만들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계획이 변경돼 신월 시설만 완료됐더라고요. 전임 시장님께서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이유와 함께 이 계획을 ‘토목공사’로 치부한 결과죠.
빗물 배수 터널은 지하 50m 깊이에 홍수기 빗물을 가둘 수 있는 시설입니다. 신월의 경우 시간당 95~100mm의 폭우가 왔는데도 감당이 가능했습니다. 32만톤 규모의 저류 능력을 갖고 있거든요. “이걸 7곳 모두 실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현재 정부, 여당, 시의회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순조롭게 재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코로나가 끝나가며 서울시를 찾는 관광객들도 많아졌습니다. 많아질 관광객에 대한 대처방안은 준비해놓으셨는지?
▲코로나로 멈췄던 관광시장이 재개되면서 서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기간 K-콘텐츠가 글로벌 대세로 부상한 점도요. 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서울의 보물 같은 매력을 계속 발굴해낼 생각입니다. 관광 수요 회복을 위한 노력은 이미 착수 중입니다.
정부와 협의를 통해 일본·대만·마카오 대상 무비자 입국 연장을 허용하기로 했고요. K-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축제와 한층 다채로워진 한강, 그리고 새롭게 문을 열 문화역사 랜드마크를 준비하려 합니다.
-준비 중이신 것 한 가지만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신다면?
▲예를 들어, 한강에서 보는 석양이 아름답잖아요? ‘그레이트 선셋 한강 프로젝트’를 통해 한강을 세계적 석양 명소로 만들 생각입니다. 매일 저녁 황금빛 물결을 만드는 낙조를 뷰포인트로 만들겠습니다. 여기에 세계적 규모의 대관람차, 수상 공연장, ‘노들섬 선셋랜드마크’까지 조성할 계획입니다.
-서울시 집값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폭락까지 우려하는데?
▲현재 서울시 집값이 기대보다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난 5년 서울 집값이 두 배 이상 뛴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 폭락을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안정세를 보다 확실하게 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현재 서울시는 부동산시장에 재건축과 재개발 정상화를 통해 서울시내 신규 주택이 지역별, 시기별로 안배돼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신뢰와 시그널을 주려 합니다.
-그렇다면 그 계획은?
▲서울시는 정부 발표 이전부터 2026년까지 53만호의 신규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앞으로도 주택공급 확대, 규제 완화를 골자로한 정부의 ‘8·16 국민주거안정 실현방안’을 기초로 국토부와 정책 정합성을 맞춰가며 서울 집값의 연착륙을 이끌겠습니다.
-TBS의 기능 전환을 자주 언급하셨습니다. 왜 전환해야 하나요?
▲TBS는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공영방송입니다. 그런데 그 기능이 쇠퇴한 것 같아요. 이미 교통정보를 얻기 위해 TBS를 켜는 시민이 없고, 다가온 미래인 ‘자율주행시대’에서는 교통방송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집니다. TBS의 기능 전환은 시민의 신뢰와 사랑받는 방송으로 자립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늘어나는 관광 수요 걱정 없어 ‘만반의 준비’
“TBS 소임은 끝났다…지금부터 기능 전환해야”
-현재 구체화된 계획은 있나요? ‘교육방송’으로의 전환도 얘기하셨던데?
▲TBS의 구체적 개편 방향은 향후 시의회와 함께 논의할 예정입니다. 제가 당초 제안한 ‘교육방송’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시일 뿐입니다. 교육에서 더 나아가 문화예술, 직업교육, 교양방송 등 외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주고 계십니다.
시의회가 TBS 지원 폐지 조례를 발의하는 등 자립과 존립 요구를 이미하는 중이고 TBS 자체적으로 기능 전환을 비롯한 주체적인 자구책 논의가 시작됐다고 들었습니다. TBS 내부는 이미 진행자 교체 및 출연료 삭감 등 프로그램의 개편을 통한 자립 노력을 개시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에 인연이 많으십니다. 이번에 유치원까지 확대하셨던데?
▲그동안 학교 급식법에 적용받는 초중고교는 2011년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해온 데 반해, 유치원 급식은 별도의 제도적 지원이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유치원별 급식단가에 편차도 생기고 식재료의 안전성과 품질도 어린이집 급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유치원도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며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의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유치원 무상급식 확대에 서울시가 더 적극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서울시는 교육청의 제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울시는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성장기 아이들에 차별 없이 안전하고 영양 높은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어린이집 급식비를 유치원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방안도 시가 먼저 제안한 거구요.
올해부터 시비를 추가 책정해 어린이집 급식비 단가를 인상, 유치원 급식비 단가와 동일하게 맞추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미래인 아이들이 건강한 급식과 올바른 식생활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시와 교육청 모두 한 마음입니다.
-청년의 시정 참여 필요성에 동감하시는 걸로 압니다.
▲청년의 시정 참여는 청년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서울시정 전반에 청년의 창조적 역량을 수혈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청년참여제도는 확대·개선하고, 다양한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새로운 참여 채널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습니다.
-현재 서울시는 청년들과 어떤 형태로 일하고 있나요?
▲전문성을 가진 청년들이 각 분야별 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청년친화위원회를 확대했습니다. 위원회의 위원 중 10% 이상은 반드시 청년으로 위촉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도 신설해놨습니다.
청년정책 콘테스트 ‘내가 청년 서울시장이다’ 등 참여 채널도 다양화했고, 올해로 10년 차를 맞은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도 지속해서 운영 중입니다. 실효성 있는 정책 제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 현장방문 등을 통해 지원 중입니다.
-끝으로, 서울시민과 독자분들에게 추석인사 한마디 해주신다면.
▲서울시민 여러분, 그리고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은 풍성한 결실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민생경기와 치솟은 밥상물가로 추석을 앞둔 우리 주변의 풍경이 예년처럼 활기차지만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크고 환한 보름달의 빛이 모든 시민을 고르게 비춰주듯이 서울시 역시 한가위의 풍요로움이 서울시민 모두에게 와 닿을 수 있도록 ‘동행·매력 특별시’를 힘차게 만들어 가겠습니다. 서울시민 여러분,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 건강하고 행복하며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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