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사고파는 동묘 벼룩시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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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추억 사고파는 동묘 벼룩시장 가보니…

일요시사 0 2119 0 0


홍대 안 부러운 노인들의 놀이터

[일요시사=사회팀]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동묘 벼룩시장은 전국팔도를 돌고 돌아 다시 부활한 다양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시대와 장르를 불문한 온갖 물건을 저렴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흔히 ‘노인들의 홍대’로 알려졌지만 요즘엔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 보물창고다. 동묘 벼룩시장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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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 벼룩시장에 가면 세상 온갖 만물과 마주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빠끔히 얼굴을 내밀며 입양을 기다리는 물건들로 즐비하다. 구석구석 향수가 묻어나는 시장으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끼기에 적합한 장소다. 이제 동묘 벼룩시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닌, 하나의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주말 평균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을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하루종일 북적

연중무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동묘시장은 ‘동묘 벼룩시장’ 혹은 ‘동묘 구제시장’이라고도 불린다. 온갖 잡다한 물건들이 거래되는 특별한 시장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동묘역 주변으로 많은 물건들이 거래된다. 평일 250∼300개, 주말 550∼600개 정도의 좌판이 모여 자연스럽게 거리시장을 형성한다. 주말에 찾은 동묘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길거리에는 수북이 쌓인 옷 더미로 가득한 좌판이 즐비했다. 돗자리 위에 깔린 옷들의 가격은 보통 1000원부터 시작했다. ‘사든 말든’. 길거리의 상인들은 판매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가격을 물어볼 때나 대답해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가격을 묻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다.

대부분의 좌판들은 쌓여 있는 옷들을 1000원이나 2000원에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시세’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형성돼 있었다.

조금 괜찮다 싶은 브랜드의 옷들은 대게 5000원 정도였다. 물론 명품 브랜드의 옷은 예외다. 명품 옷은 옷걸이에 걸어놓고 판매한다. 그렇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었다. 이 옷들은 만원짜리 몇 장이면 구매가 가능했다. 새 상품 구입가격을 생각해보니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잘 찾아보면 ‘보물찾기’가 가능한 것. 그렇다고 쉽게 보면 안 된다. 보물찾기가 간단할 리 없다. 수많은 옷들을 헤치고 자신만의 아이템을 찾는다는 건 그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기자도 수십분 만에 겨우 하나를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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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시장 길거리에는 옷 외에도 중고휴대폰, 카세트, 디지털카메라, 헤드폰 등을 판매하는 전자제품 전문 좌판도 있다. 노인들은 좌판에 모여 물건을 탐색하며 상인과 가격을 흥정하고 있었다. 상인들의 착한 ‘끼워 팔기’도 눈에 띄었다. 한 상인은 “카세트 사면 최신 헤드폰 3000원에 줄게요”라며 노인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도 했다.

제품의 성능을 확인하며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노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쇼핑’이 아닌 ‘놀이’로 보였다. 실제로 동묘시장엔 소일거리를 나온 노인들이 많다. 괜히 ‘노인들의 홍대’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좌판 근처엔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노인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역사박물관’ 아날로그 감성 자극 시장풍경
단돈 만원이면 옷 한벌…젊은세대도 모여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사방으로 좌판이 펼쳐져 있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옷들은 기본이며 잡다한 물건들이 돗자리 위에 있었다. LP판, 시계, 보온병, 글러브, 탄띠, 화장품, 도자기, 밥상, 액자 등 종류를 헤아릴 수 없었다. 옛 상품도 곳곳에 있었다.

굳이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역사박물관’으로서 구경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시대와 장르를 불문한 물건들이 동묘시장을 지탱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러한 가치 때문일까. 구경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출사’ 나온 이들도 여럿 보였다. 또 요즘엔 과거와 달리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다. 빈티지를 찾는 이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특히 패션과나 연극과 학생들에게 이곳은 새로운 쇼핑지다. 패션과 학생들에게 동묘시장은 일종의 배움터다. 과거 스타일을 곱?으며 패션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것이다. 연극과 학생 및 연극배우에게는 경제적인 소품백화점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연극 소품 등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젊은이들까지 동묘시장을 찾으면서 20∼30대의 또 다른 패션 메카로 떠올랐다. 여기에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수 빅뱅의 지드래곤과 개그맨 정형돈이 동묘시장에서 쇼핑한 옷들을 입고 뮤직비디오를 찍은 뒤 젊은 층들이 몰려들었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동묘 동쪽 돌담길 골목은 유난히 인기다. 여기에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보태지면서 노인들의 홍대가 신구세대의 집합소가 되고 있다.  또 요즘엔 외국인들의 방문도 잦다.한국의 오래되고 진귀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한국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관광코스로 부상했다.

아줌마들과 함께 옷을 파헤치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흔히 보인다. 외국인 상인들의 방문도 줄을 잇는다. 동묘시장 한 상인에 따르면 동남아, 아프리카 중개상들은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아 옷과 가방 등을 찾는다.

추억 담아가는 장소

동묘시장도 쇼핑 방법이 있다.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시시각각 물건이 바뀌고 먼저 집는 사람이 임자기 때문에 개시 시간을 알고 찾는 게 중요하다. 또 황금 할인 시간대도 따로 있다. 오전보다는 오후에 찾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 인근에 있는 동묘(동관왕묘:보물 제142호)를 산책할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이처럼 동묘시장이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급증했다.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상권이 자연스레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노점’이라는 태생적 약점은 상인들에게 불안한 요인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노점상 대부분이 생계형 상인이기 때문에 단속만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질서가 잘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영업을 허용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묘 벼룩시장 VS 서초 벼룩시장

서초구의 서초토요문화 벼룩시장은 지하철 2·4호선 사당역 11번 출구로 나오면 만날 수 있다. 사당역에서 이수역까지 800m 구간, 방배2동 복개도로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 판매자만 1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옛날돈·골동품·필름카메라·LP판 등 희귀한 물건도 많다. 14년째 이어져 오는 서초토요벼룩시장은 단순한 벼룩시장이 아니다. 각종 문화 공연과 체험행사, 전시, 어린이장터 등이 열려 온가족 나들이로도 손색이 없는 하나의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서초토요벼룩시장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매회 판매자로 신청받아 판매금액의 50%를 기부토록 하고 있다. 이는 교육 차원이다. 이곳엔 기부왕도 있다. 30년간 동대문에서 원단 소매업을 했다는 전봉순(81) 할머니는 15년간 매회 5만1000원씩 기부해 왔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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