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진 달 ⑦윤대중 구출작전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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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스러진 달 ⑦윤대중 구출작전의 서막

일요시사 0 860 0 0

다이너마이트까지? 과격 대응 주장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이 은혜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의원님.”

두 사람의 연이은 치사에 이하라가 가볍게 손을 저었다.

“실은 내 경우 윤대중과 북조선을 인정하지 못하는 입장이오. 아울러 장기적으로 볼 때 북조선과 일체의 교류도 중지하고, 특히 일본에서 조총련의 합법적인 지위도 박탈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이익과 내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게지요.”

“여하튼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진정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말을 마친 김효가 모두의 잔을 채웠다.

“대사께서는 당장 내일이라도 사건 연루 추정자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내게 알려주기 바랍니다.”
김 대사와 조 참사관이 이하라의 기지에 조용히 찬사를 보내며 잔을 비워냈다.

윤대중 구출위원회

“어서 오세요.”

오사카 이코노구 중심가 한 다방에 이호룡이 들어서자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와 여인이 살갑게 맞이했다.

“난조 샤쿠겐은 아직인가?”

“그 친구도 불렀습니까!”

순간적으로 아베 고타로가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의 아내 기미코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기미코가 즉각 반응하자 고타로가 머쓱한지 슬그머니 뒤통수를 긁적였다.

“이 사람 이거, 지금 질투하는 건가?”

“질투라니요. 제가 그렇게 한심한 사람으로 보입니까?”

“당연히 아니지. 자네 같은 남자 중에 남자가 질투라니.”

이호룡이 슬쩍 치켜세우자 고타로가 슬그머니 어깨를 움찔거렸다.

“내게는 오로지 당신밖에 없으니 행여나 다른 남자 문제로 이상한 생각하지 마.”

“그야 당연하지.”

고타로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자 이호룡이 슬그머니 미소를 보냈다.

“그나저나 요즘에는 무엇들 하며 지내는가?”

“이 사람은 다니던 섬유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고 저는 보육원에 보모로 취직하여 일하고 있습니다.”

“둘 다 일한다니 보기 좋네. 그런데 집회는 자주 참석하고 있는가?”

“그야 당연하지요. 어차피 이 이와 저는 북조선 편인걸요. 그렇지, 여보.”

“당연하지. 그래서 이번 윤대중 선생 납치사건과 관련하여 집 벽에 박정희 정권의 만행을 규탄하는 표어까지 붙여놓고 있습니다.”

“그것 참 고마운 일이네. 오히려 조선 사람보다 더 관심을 가져주어 항상 고마운 마음 가지고 있네.”

“국적에 앞서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이 중요하지요.”

“그런데 부장님.”

“말해보게.”

“저희 부부를 부른 사유가 있을 터인데‥‥‥.”

고타로가 중간에 말을 자르고 기미코의 눈치를 살폈다.

“자네들에게 그리고 난조 샤쿠겐 아니 문석원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 불렀다네.”

“혹여 윤대중 선생 납치사건과 관련해서 입니까?”

“당연하네. 어차피 우리가 염원하는 노동자의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북조선을 지지해야 하고 또 북조선을 위해서는 윤대중 선생을 어떻게든 남조선 지도자로, 그게 안 되면 망명정부의 지도자로 모셔야 하네.” 
“당연히 그리 해야지요. 그런데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뭔가요?”

“그 일은 잠시 후 문석원이 오면 함께 의논해보세.”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셋은 잠시 소소한 일상사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방 올듯했던 문석원의 출현이 늦어지고 있었다. 

“이 사람 뭐하기에 아직도 오지 않는 겐가.”

이호룡이 약간 짜증나는 투로 말하자 기미코가 고타로에게 눈짓을 주었다. 눈짓에 따라 고타로가 카운터에 있는 전화기로 향하는 중에 다방 문이 열리면서 문석원이 상기된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자네에게 전화하려던 참이었네.”

고타로가 퉁명스럽게 말을 건네자 문석원이 건성으로 말을 받고는 저만치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이호룡과 기미코에게 급히 다가갔다. 고타로가 그 뒤를 느릿느릿 따랐다.

한국대사관 점령하고 인질 맞교환?
역효과 우려에도 강경론 대두

“왜 이리 늦었는가?”

문석원이 자리도 잡기 전에 이호룡의 질책이 이어졌다.

“한청(한국청년동맹) 친구들과 긴급히 상의할 일이 있어서 늦었습니다.”

“한청 사람들과?”

“윤대중 선생 문제 때문에 저희끼리 의견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호룡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정돈하고 헛기침 했다.

“실은 그 일 때문에 자네들 보자 했네.”

“저 역시 그 일로 만나자고 하였음을 짐작했습니다만, 저희는 어찌 처신해야 하겠습니까?”

문석원의 말투가 단호했다.

“일단 집회에 주력하여 실상을 모두에게 알리도록 하세. 윤대중 선생 납치는 남조선 중앙정보부 작품이었고 이는 일본의 주권을 처참하게 짓밟은 후안무치한 행위였다고 말일세.”

“너무 약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자네는 달리 생각하는 게 있는가?”

“일전에 부장님이 잠깐 언급했던 일을 실행했으면 합니다. 그 일 때문에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 왔고요.”

“그게 무슨 일인데?”

잠자코 듣고 있던 기미코가 조심스럽게 개입했다.

“일전에 부장께서 한국 대사관을 점령하여 직원들을 인질로 잡아 윤대중 선생과 교환하는 일을 말씀하셨었어.”

“그래서 진짜 대사관에 쳐들어가려고!”

고타로가 목소리를 높이며 이호룡을 주시했다.

“대사관은 규모가 커서 다소 어려움이 있지. 그래서 대사관이 아니라 여기 오사카에 있는 영사관을 점령하려고.”

“영사관을?”

“네, 부장님. 한청 동지들과 이미 협의를 거쳤습니다.”

“자세히 이야기해 보게나.”

“저와 네 명의 동료가 다이너마이트로 무장하고 영사관을 장악하여 직원들을 볼모 잡기로 하였습니다.”

“다이너마이트라니. 그걸 어디서 구한다고.”

“일전에 교류했던 사람들로부터 충분히 구할 수 있습니다.”

이호룡이 한동안 좌익 과격파 세력들과 어울렸던 문석원의 전력을 생각하는지 잠시 눈을 반짝였다.

“언제 하기로 하였는가?” 

“가급적 빠른 시일에 처리하려 합니다만.”

이호룡이 기미코와 고타로를 바라보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그 건은 보류하도록 하세.”

“무슨 말씀이십니까!”

문석원의 목소리가 절로 올라갔다.

“자칫하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네.”

“역효과라니요?”

“나도 일시적으로 대사관 점거를 생각한 적 있지만 일단 이 사건은 순리로 풀어가야 할 일이라 판단하네. 행여나 영사관 점거 과정에 불상사라도 발생한다면, 아니 반드시 불상사가 발생할 터인데 그런 경우라면 오히려 하지 않으니 못하네.”

“그런 일 없습니다!”

문석원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갔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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