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이 밝힌 ‘당구왕’ 김경률 사망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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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족이 밝힌 ‘당구왕’ 김경률 사망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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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구 쓰리쿠션 최강자 '당구왕' 김경률 선수

“절대 자살할 사람 아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쓰리쿠션 세계를 주름잡았던 당구왕 김경률. 그는 한때 세계랭킹 2위로 한국 당구를 국제무대로 끌어올렸다. 재미난 쇼맨십과 환한 미소로 팬들에게 ‘동네 형’ 같은 당구 선수. 그런 그가 생일을 앞둔 지난 2월22일 갑작스럽게 숨졌다. 그의 사망 소식에 자살, 실족사, 타살 등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그의 빈소에 찾아가 유족과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월23일 밤 11시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고양시 화정동에 있는 명지병원. 늦은 시간이지만, 빈소는 앉을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화환은 너무 많아 놔둘 곳이 없어 리본만 떼어 벽에 걸려 있다. 빈소를 차린 지 하루도 되지 않았지만, 방문객은 벌써 347명. 조의금 상자는 다른 조문객들이 조의금을 집어넣기 힘들 만큼 꽉 차 있다. 고인의 세 살 난 딸은 뽀로로를 보며 아무것도 모른 채 물개박수를 치며 춤을 추고 있다.

수수께끼1
사건의 전말

고인은 지난 2월22일 오후 3시 자신의 어머니 집인 일산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층이며 경찰은 그가 베란다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고 타살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고인이 숨질 당시 어머니, 누나와 함께 있었다. 

24일 어머니는 고인이 베란다를 청소하며, 고장 난 방충망을 고치다가 떨어진 것이라고 진술했다. 어머니는 이날 “추우니깐 고인에게 신발을 신고 청소를 하라고 말했지만, 양말을 신고 나갔다”며 “원래 집 방충망이 굉장히 틀어져있다. 사건 당시 딸(고인의 누나)과 잠을 잤다”고 진술했다.

고인은 베란다를 청소하며 어머니가 직접 고치기 힘든 틀어진 방충망을 고치기 위해 난간에 올라갔다. 당시 고인은 방충망을 고치려고 힘을 주었다가 미끄러져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어머니가 사건이 일어난 뒤 3일 만에 진술한 이유에 대해 유족 측은 “22일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는 어머니한테 알리지 않았다. 고인의 누님은 ‘어머니가 심장이 좋지 않다. 이 사실을 아셨다간 큰일 나신다’고 말해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래서 어머니가 고인이 숨졌다는 사실을 안 것은 24일이다. 이날 어머니는 오열하시며 진술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마 그 다음날 안정을 되찾으시고 최종진술하셨다”고 말했다.

수수께끼2
자살 아닌 이유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경률이 어떻게 된 거예요?’ ‘정말 자살한 게 맞나요?’ ‘뉴스에서 자살이라고 하던데’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경찰은 사건이 일어날 당시 자살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는 ‘김경률 자살’이라는 내용의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졌다. 고인의 20년 친구 김씨는 “대부분 언론이 잘못 보도하고 있다”고 말하며, “특히 자살이라고 성급하게 몰고 간 기사 때문에 유가족과 고인을 사랑한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기사에서 고인의 사망 장소를 자택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자택이 아니라 일산에 있는 어머니 집이며, 사고가 발생한 층은 11층이 아니라 20층이다. 사고 발생 장소도 선수의 방이 아니라 세탁기가 있는 다용도실이다. 

베란다서 떨어진 사인 두고 의문 제기
경찰 자살에 무게…가족은 사고사 주장

경찰과 언론은 김씨가 자살했다고 추정하면서 이유로 경제적인 어려움과 성적 부진을 꼽았다. 하지만 유족들과 지인들은 이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씨가 자살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상주로 있는 작은아버지는 “23일이 경률이 생일이다. 22일 이날 모인 가족들이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5번이나 불렀다”며 “생때같은 세 살 난 자식을 두고 유서 한 장 안 남기고 자살한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 함께 경률이 시신을 확인했다. 시신이 하반신을 제외하고는 다 깨끗했다”고 말하며 “상식적으로 자살하려는 사람이 방충망을 열고 뛰어내리지, 열지도 않고 방충망에 뛰어드는 게 말이 됩니까”라고 반문했다. 

 



작은아버지는 경찰과 언론이 조사하고 의심한 것은 당연하지만, 경제적 문제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에 울분을 토했다. 

작은아버지는 “경률이에 대해 인터넷에는 자살 이야기밖에 없다”며 “나는 그놈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지켜본 경률이는 그런 일로 인생 포기할 놈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수께끼3
뇌 수술 후유증?

고인의 친구 김씨는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경률이는 우리나라 최고의 당구선수다. 돈도 잘 벌며, 어려운 놈 절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오히려 경률이가 자신이 지금까지 투자한 당구장이나 사업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에 대해 누님과 상의했다”고 말했다. 

또한 고인은 지난 2월 9일 미국 당구 관련 업체인 이완 시모니스 후원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자살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 2013년 고인은 당구 경기에 방해됐던 눈 떨림 현상을 고치기 위해 뇌신경 수술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한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한 점을 비관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누구도 경률이의 성적에 신경 쓰지 않았다. 본인도 신경을 잘 안 썼다”며 “마음먹고 다시 당구를 치려는 생각에서 사업을 정리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께끼4
경제적인 문제?

밤 10시면 돌아가야 할 상조 도우미 아주머니들은 새벽 2시가 돼도 조문객 접대에 정신이 없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지금까지 상조 일 하면서 이렇게 늦게까지 조문객들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새벽 3시가 돼서야 돌아갔다. 

보통 장례는 3일 장이지만 고인의 장례는 5일 장으로 치러졌다. 유족들은 3일 장으로 하려고 했으나 당구연맹과 관계자들은 “5일 장을 해야 한다”며 나섰다고 한다. 고인은 지난 2월23일부터 26일까지 장례를 치렀다. 유족들은 장례기간 방명록에 이름을 작성한 조문객 수는 1200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여기저기서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함께 선수 생활한 관계자는 “향만 다섯 번째 피웠다”며 “나를 보고 처음으로 웃어준 친구였다. 비록 형이지만 이 친구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서 녹아드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생일 하루 전에…극단적인 선택?
“베란다 청소…방충망 고치다 추락”

조문객 중에는 혼자 조용히 앉아 있다가 가는 사람도 꽤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고인의 팬이거나 함께 당구를 쳤던 아마추어급 당구선수들이다. 

김씨는 “고인은 당구에서 말하는 최고의 샷이었다”며 “그는 프로였지만 언제나 동네 형처럼 일반인이든 아마추어든 스스럼없이 함께했다”고 말했다. 언제나 우승비는 밥값으로 다 쓴다고도 했다.

당구인들 사이에서는 ‘당구는 싸가지가 없어야 잘 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를 찾아온 지인 대부분 그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귀감이 되는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그 일화로 현재 그가 쓰고 있는 당구 용품을 예로 들었다. 그는 국산 브랜드만 고집했다. 세계적인 당구 선수인 그는 이미 해외 여러 당구용품 회사에서 전속 계약 제의를 받았다. 이에 김씨는 “고인은 국산 브랜드에 애착이 있었다. 이런 제의가 들어오면 항상 자신보다 어려운 선수를 소개해줬다”고 밝혔다. 덧붙여 “돈 때문에 이상한 생각할 그런 친구가 아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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