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성시 '반품샵' 매력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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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성시 '반품샵' 매력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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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가보다 30~50%나 싸게 살 수 있는 리퍼브 매장

새거같은 중고…물만난 알뜰족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진열상품, 반품상품 등 소비자의 손을 한 번 거친 ‘리퍼브’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사실상 새 제품을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구할 수 있어 알뜰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이와 함께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최대 80~90% 할인해주는 쇼핑몰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기 불황에 대처하는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를 알아봤다.

경기불황 여파로 지난해 백화점 업체들이 이례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유통업체들이 고전을 겪고 있지만 ‘리퍼브(refurb)’ 업계는 훈풍을 맞고 있다. 오히려 2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며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포장 뜯어도 OK

‘리퍼브(refurb)’는 ‘새로 꾸미다’라는 의미가 있는 ‘리퍼비시(refurbish)’의 약자로 상품을 구매했던 소비자의 변심이나 박스 손상, 미세한 흠집 등으로 반품된 상품이나 매장 진열상품을 판매하는 업태를 뜻한다. 우리말로는 ‘재공급품’으로 번역된다. 리퍼브 제품이 일반제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소비자의 손을 한 번 거쳤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리퍼브 제품은 반품 후 엄격한 품질검사를 거쳐 새롭게 포장 판매되기 때문에 새제품과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가격은 절반 안팎으로 뚝 떨어져 평소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판매 방식이다.

알뜰 소비자들 사이에서 리퍼브 제품은 이미 필수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러퍼브 업체들이 특별할인 이벤트 등 고객 사은 행사도 벌이고 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더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공산품을 구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과 함께 온라인 매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옥션, G마켓, 11번가, 리퍼브 위즈위드, 롯데닷컴 등에 들어가면 다양한 리퍼브 상품을 둘러볼 수 있다.

지난 17일 <일요시사>는 서울의 한 A리퍼브매장을 찾았다. 청소기, 가습기, 면도기, 프라이팬, 운동화, 옷가지, 장난감, 생활잡화, 심지어 과자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다. 개중에는 유명 브랜드도 적지 않았다. 물건들이 매장 가득히 쌓여 있었지만 매장 관계자는 “이미 물건이 많이 빠진 상태”라며 물건이 들어오는 날에는 발디딜 틈도 없다고 말했다.

A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매장 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물건이 새로 들어온다. 매장에 새제품이 채워지는 날에는 물건을 예약한 주부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빠진다.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다. 각 물건에는 매장에서 만든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15-’은 1만5000원, ‘150-’은 15만원이었다. 예를 들어 10만원이 넘는 유명 브랜드의 티셔츠가 이곳에서는 3만원 선에서 판매된다. 사이즈만 맞으면 돈을 버는 셈이다.

소비자 손 거친 ‘리퍼브’ 제품 인기
가격대비 성능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리퍼브 제품이 뜨면서 A매장을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A매장은 이 같은 상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A매장 대표는 “대형 마트나 유명 백화점이 리퍼브 매장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이들은 리퍼브 매장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걸 꺼려한다”고 밝혔다.  


 


▲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소비자들이 리퍼브 매장의 장점을 알게 되면 정식 매장으로 가는 발길이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불똥이 리퍼브 매장에 퍼질 수도 있다는 게 A매장 대표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과거 모 마트 리퍼브 매장이 이러한 이유로 매장 문을 닫은 바 있다. 정식매장과 리퍼브 매장 간 미묘한 갈등이 있다는 얘기다.

리퍼브 제품은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에 정착된 판매방식이다. 미국은 반품제도가 발달해 반품된 제품을 다시 파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별도로 매장을 설치해 리퍼브 전문 코너를 운영하는데, 대부분 정품보다 30∼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유통업체는 값싸게 재고품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똑같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 

선진국의 경우 리퍼브 제품에 대한 사후관리도 철저하다. 구입 후 1년 정도는 A/S를 보장받는다. 국내에서도 2000년 이후 노트북을 중심으로 리퍼브 제품이 거래되기 시작해 점차 품목 및 판매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구입 후 교환이나 A/S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 또 리퍼브 제품임에도 새제품인냥 판매하는 일도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산  바 있다.

리퍼브 제품은 공산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떠리몰’ ‘리퍼브샵’ 등에서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을 최대 90%까지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식품의 유통기한은 평균 3개월 정도다. 주요 식품은 커피, 차, 과자, 스낵류, 유제품, 냉동식품 등 180여종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은 해당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이 아닌, 제조업자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이다. 기한이 조금 지났더라도 일정 기간은 섭취해도 안전하다. 그렇다고 해서 유통기한을 무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기본적인 주의 사항은 지켜야 한다.

“아껴야 산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을 구매할 땐 정말 필요한 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구입하는 게 좋다”며 “B급 공산품의 경우에는 A/S가 가능한 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놓고 버리게 되면 오히려 낭비가 된다”며 “병행수입 제품은 일반 제품 보다 저렴한 대신 사후관리가 취약하다”며 리퍼브 제품 구입 시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이주홍 국장은 “신생업종은 소비자 보호 방안이 불비하다”고 덧붙였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DIY’ 수제바람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DIY(Do It Yourself)족’이 늘고 있다. 최근 G마켓이 DIY 제품 매출을 조사한 결과, 가구·리빙·식품·자동차 전 부문에 걸쳐 판매가 늘었다. 리빙 부문에서 인형·팬시우드 공예와 비즈·액세서리 공예가 전년 동기대비 각각 260%, 75% 증가했다.


 


식품 부문에서는 식품제조기 전체 매출이 같은 기간 75% 늘었다. 세부 품목별로는 팝콘제조기 710%, 누룽지제조기 195%, 참기름제조기 133%, 솜사탕기계 110%, 요구르트·청국장 제조기 75%, 콩나물재배기 80% 등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또 홈베이킹 DIY 제품과 머핀컵·몰드·DIY 도구는 각각 36%, 20% 증가했다.

차량용 공구·DIY 용품도 인기다. 공구·기타 DIY 용품이 236% 급증했으며 차량용공구(44%), 에어컴프레셔(16%) 등 전 품목군 매출이 증가했다. DIY가구·가구 리폼 전체 매출은 26% 증가했다. 반제품·조립가구(61%), 장식 패널·장식 몰딩(35%), 가구손잡이·발통·부품(34%), DIY용 목재(21%) 등의 신장률을 보였다.

이 밖에 의류나 인형 만들기 등 DIY 제품도 인기다. 의류 DIY를 할 수 있는 리폼 부자재 제품 판매는 54% 신장했다.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천연비누나 인형 만들기 제품은 각각 205%, 105% 늘었다. 태교에도 도움이 되는 짱구베개 만들기, 배넷저고리 만들기 등의 태교용 DIY 용품은 288% 판매가 늘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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