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수사설' 포스코 사정 난항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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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수사설' 포스코 사정 난항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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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무리수?…벌써 출구전략 찾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포스코 수사가 암초에 부딪혔다. 수사의 중심이 비자금 용처에 맞춰지면서 혐의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란했던 시작과 달리 벌써부터 '배임죄' 얘기가 나오는 등 사실상 출구전략을 찾는 모양이다. 첫 관문인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자신만만한 분위기다. 그 '윗선'인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는 갈 길이 멀다.

"언론이 대단한 것처럼 얘기 하는데 성진지오텍 건은 별 의미가 없다. 이미 과거에 한두 차례씩 의혹이 제기됐던 것들이다. 지금과 같은 '먼지털이'로는 안 된다. 수사가 잘되고 있는지는 '그곳'을 들추는가 보면 알 수 있다."

박근혜정부
레임덕 기로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 25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진행 중인 포스코 수사와 관련한 여러 에피소드를 전하며 언론에 친숙한 몇몇 이름을 꺼냈다. '영포회' '정준양' '박영준' '이상득' '이명박' 등등. 그러나 이 관계자는 "그 핵심에 이를 수 없을 것"이라며 수사 과정에 의문을 표했다. "다른 대기업 수사와 비교해 속도가 너무 더디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관계자가 지칭한 '그곳'은 동양종합건설이다. 최근 사정당국은 "동양종합건설 배성로 회장을 출국금지했다"라고 발표했다. 동양종합건설은 인도 제철소 건설공사를 포함해 2009년부터 4년간 포스코에서 해외공사 7건을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수주된 공사 규모는 2400억원에 달했다.

동양종합건설이 포스코가 발주한 공사에 참여한 시기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재임 기간과 대부분 일치한다. 포스코 안팎에선 '정준양이 배성로와 사적인 친분 때문에 해외공사 수주를 밀어줬다'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두 회장님'은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번 포스코 수사에 착수하면서 동양종합건설과 관련한 폭넓은 계좌추적에 들어갔다. 동양종합건설의 법인계좌와 배성로 회장의 개인계좌를 동시에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정 전 회장보다 그의 측근인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의 금전 거래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비자금을 조성했더라도 정준양 측에게 직접 전달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관련 부분까지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 언론사 사주를 겸직한 배 회장은 대구·경북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정·관계에도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이명박정부 시절 '배 회장의 인맥'으로 불렸다. 포스코 내부에선 '올 것이 왔다'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포스코 잡도리
동양종건 관건

사정권에 들어온 동양종합건설은 펄쩍 뛴다. 해외공사 수주 특혜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배 회장 측은 "(포스코를 믿고) 해외공사에 참여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봤다"라며 "포스코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배 회장과 이른바 영포회 간의 커넥션 의혹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외사업 기준 2010년 20억원대 매출을 올렸던 동양종합건설은 이명박 대통령 퇴임 무렵, 무려 6배 이상이 증가한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특히 동양종합건설은 국가가 발주한 관급공사에서도 막대한 이득을 올렸다. 4대강 공사 당시 낙동강 5개 공구 가운데 3곳에 입찰했고, 3곳 모두 계약을 따냈다. 30공구에서는 공사를 책임진 포스코건설과 호흡을 맞췄다.

지난 정권에서 동양종합건설은 일종의 '금기어'였다고 한다. 'S라인'(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힘의 결이 다른 원세훈 전 국정원장 쪽이 황보건설과 가깝게 지냈다면 영포회 쪽은 동양종합건설을 비호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로써는 검찰 수사의 방점이 정·관계로 흘러간 비자금 확인에 있는 만큼 관련 주장의 진위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동양종합건설을 온전히 수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영포회 내부 결속이 강해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역공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영포회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한 포스코 출입기자는 흥미로운 지적을 했다. 취재원들이 배 회장을 '대구의 박연차'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지난 정권 입장에서 동양종합건설은 드러나선 안 되는 '저수지'다. 여기서 말하는 저수지는 돈이 고여 있는 곳이다.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인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보다 배 회장에 대한 수사가 훨씬 민감하다고 전해진다. 이는 수사 첫 개시를 동양종합건설이 아닌 성진지오텍으로 했던 이유로 추정된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하면서 성진지오텍조차 바로 겨누지 못하고 포스코 동남아사업단을 우회했다. 지난 2월 포스코 수사를 앞두고 만난 사정기관 관계자는 "명분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묵은 비리를 들춰내겠다는 것인데 '의도'는 있지만 '계기'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검찰의 고민은 압수수색을 위한 구실 찾기에 있었다.

동남아 비자금 규명 암초 "속도 더뎌" 
동양종건 배성로 회장 출금 '승부수'
기획은 청와대가 수습은 검찰이?

포스코에 대한 사정작업은 올 1월 초 시작됐다. 앞서 검찰은 포스코 내부 관계자를 통해 포스코 안에서 일어난 동남아사업단 감사 결과를 접했다. 이를 '크로스체킹'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정보가 샜다. '정준양 체제'에 반감을 갖고 있던 일부 인사들은 신문기자와 접촉했다. 유명 언론매체가 취재에 들어가자 포스코로부터 '억대 인사'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 과정에서 기자도 은폐된 감사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지난해 8월 포스코건설 상무급 간부 2명이 베트남 파견업무(고속도로 공사) 중 보직해임 돼 한국으로 돌아왔다'라는 내용이다.

당시 복수 경로로 전해진 비위 사실과 사건 개요는 이랬다. 두 박모씨(모두 구속)는 2010∼2012년 포스코건설이 운영 중인 동남아사업단에서 1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 직원 10여명과 공모해 하도급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을 이용했다. 1인당 20억원씩 백머니(뒷돈)를 챙겼고, 남은 돈은 어디론가 상납했다. 두 박씨는 즉시 귀국했다.

이제부터 본 게임
정동화 구속 고비

그러나 포스코는 별도 조치 없이 이들을 대기발령 상태로 놔뒀다. 올 초 정기인사에서도 비상근 임원직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측은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또 다른 상무인 권모씨를 동남아사업단으로 급파했다. 한 가지 수상한 점은 전임자인 두 박씨와 후임자인 권씨 모두 '정동화의 측근'으로 통했다는 것이다.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은 이번 수사에서 정 전 회장만큼이나 비중 높은 인사로 거론된다. 검찰은 '양정(정준양·정동화)'의 구속을 통해 '대기업 사정'을 '영포회 게이트'로 확대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지난 26일에는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장인 최모 전무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알려졌다. 최 전무는 두 박씨가 베트남법인장(동남아사업단)으로 일할 당시 한국 본사의 담담 상무였다. 두 박씨가 만든 돈이 최 전무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정 전 부회장에게 갔다는 주장인데 이와 관련 검찰은 "우리도 밝히고 싶은 부분이다"라며 "최 전무의 비자급 상납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선 검찰은 비자금으로 확인된 107억원 중 47억원가량이 하도급업체를 거쳐 국내로 반입됐고, 이 과정에서 최 전무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된 두 박씨는 비자금 조성 및 전달 혐의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최 전무는 '꼬리'일 뿐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주된 시각이다. 비자금 상납에 관계된 것으로 알려진 김모 전 부사장 등 연결고리는 최소 대여섯명에 이른다는 것이 검찰의 조심스런 설명이다. 때문에 정 전 부회장까지 복잡하게 얽힌 자금흐름은 단박에 규명될 가능성이 낮다.

그 윗선인 정 전 회장과 더 윗선인 친이계 인사까지 가려면 못해도 한 달은 넘게 수사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그야말로 '구름 같은 이야기'다. 차라리 자원외교나 방위사업 비리 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책임론이 대두될 확률이 높다. 포스코 수사가 처음 의도했던 바가 무엇이든 일부 언론이 추측하는 것처럼 MB를 직접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 2월26일 <세계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박근혜정부는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포스코를 비롯한 대기업 사정이 핵심 과제였다. 이 총리는 지난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리가 판을 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 화상 국무회의에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 뿌리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벌려 놓은 기획은 검찰이 실행하고 있다. '기획수사'인 탓에 여론전은 하지만 수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지난 2월부터 '내부 고발자'를 찾아왔다. 수사 과정은 물론이고 재판 과정까지 '양정'의 비리를 일관되게 진술해 줄 핵심 증인을 구했다.

증거는 있나
선심성 봐주기?

그러나 포스코 안팎의 상황을 지켜보면 그 같은 조력자가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당장 언론은 포스코가 쏟아내는 홍보기사에 잠식됐고, 일부 검찰 관계는 수사 정보를 포스코 쪽에 넘기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두 박씨를 포함한 사건 관련자들에게 '플리바게닝'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그들의 '입'을 열지 않고는 더 이상 수사를 위로 뻗어나갈 수 없어서다. 현재 수사팀 밖에서는 비자금 용처 규명에 실패할 것을 대비해 정준양 개인에 대한 배임죄 적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준양체제 당시 포스코가 인수한 부실기업 쪽으로 언론의 초점을 바꾸려는 시도다.

지난 정권 당시 검찰은 배임건과 관련한 의혹을 모두 묵살했다. 이제 와서 묵은 비리를 재수사하면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을 자인하는 꼴이다. 지난 27일 오후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다급한 검찰의 승부수가 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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