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리수 공무원 자살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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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아리수 공무원 자살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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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수 정수장 <사진=뉴시스>












‘성희롱’ 상수도연구원서 무슨 일이…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2주년 결혼기념일을 이틀 앞둔 한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심한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자살 선택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런데 이 여성이 소속되어 있던 직장에서의 성희롱으로 힘들어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고인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상수도연구원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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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분위기가 술렁술렁하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상수도연구원에서 근무하는 한 연구원의 말이다. 이 연구원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성희롱 관련 글이 올라온 사실이 내부에 떠돌고 사건이 벌어진 부서 책임자가 교체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서울시 상수도연구원은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의 수질 개선연구를 전담하는 물 전문 연구기관으로 연간 10만건 이상의 수질을 검사하는 기관이다. 이런 연구원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성희롱→자살?

지난 8월 중순,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공무원이었던 아내가 성희롱을 당했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상수도연구원 시보공무원이던 아내가 지난해 입사 초반 8월말부터 12월까지 성희롱과 괴롭힘을 당하다가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하루 뒤 '공무원 성희롱 글쓴이 친동생'이라는 제목이 뒤 이어 게재됐다. 이번에는 아내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캡쳐된 사진이 함께 올라왔다.

두 글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아내 A씨는 서울시 상수도연구원 시보공무원이었다. 남편 B씨는 4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방에 위치한 직장에서 일을 하며 아내에게 학원비·생활비 등의 지원을 했다. A씨는 3년 동안 연구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고 결혼 후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고 본 시험에 합격, 지난해 8월부터 상수도연구원에 다니게 됐다.

그런데 A씨는 입사 직후부터 심한 불면증이 생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습을 보였다. 정신과 치료와 심리 상담을 병행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던 지난 5월30일 A씨는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당시 A씨 부부는 2주년 결혼기념일을 이틀 앞두고 있었다. B씨는 우울증으로 인해 아내가 충동적으로 자살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장례식 당일 동생으로부터 아내 우울증의 원인이 직장 내 성희롱인 것 같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다.

동생의 글에 따르면 A씨는 직장 내 3명의 상사에게 '모텔을 가자' '(업무 중 연예인 누드 사진을 보면서) 같이 볼래? 보내줄까?' '자기는 딸 안을 때 가슴이 닿여서 좋겠다' '나랑 잘래?'등의 수치스러운 발언을 들으며 근무했다.

결혼기념일 앞두고…스스로 목숨 끊어
우울증 때문? 알고보니 힘들었던 사연

하지만 A씨는 성희롱 사건을 공론화할 수 없었다. 입사 초기부터 문제가 발생됐다는 꼬리표가 붙을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때문에 남편에게는 비밀로 하고 친한 친구와 "누나" "동생"으로 부르며 가깝게 지냈던 시동생에게만 성희롱 사실을 귀뜸했다. 공개된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보면 A씨는 친구에게 "(성희롱 때문에) 미치겠다. 말 할 수도 없고. 힘들다. 사과 이후에도 여전하다"등을 전하며 힘들어 했다.

성희롱 사건을 알고 있던 B씨 동생은 회사에 찾아가 사실을 알리고 싶었지만 A씨의 "힘겹게 들어간 회사이고 직장 끝까지 잘 다니고 높은 직급까지 올라가고 싶다. 지금은 시보기간이라 문제를 만들면 안된다. 내가 해결하겠다"는 호소에 상관에게만 알릴 것을 요구했다.

버티던 A씨는 부서 담당 과장에게 성희롱에 대한 보고를 하고 당사자에게 사과를 받았다. 상수도연구원은 직장 내 성희롱 교육을 실시했다. 인사 이동이나 문책 등 별도 조치는 없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해야한다.

동법 제14조2의 제1항에서는 사업주는 고객 등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성적인 언동 등을 통해 근로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 등을 느끼게 하여 해당 근로자가 그로 인한 고충 해소를 요청할 경우 근무 장소 변경, 배치전환 등 가능한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를 위반할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성희롱을 한 행위자에 대해 징계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성희롱을 했던 사람들과 계속 마주치면서 근무해야 했다. 올해 A씨가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에는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아내의 죽음을 겪고 그 배경을 알게 된 남편 B씨는 국민신문고, 서울시 응답소,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민신문고에서는 '처음에 고용노동부로 사건이 접수 되었는데 같은 공무원 집단이라 남녀평등법에 대해 적용할 수 없고, 조사와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서에서는 '성희롱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수사가 안 된다'고 말했고 서울시 감사과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와 함께 복합적으로 결론을 내주겠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방적 주장"

여기까지가 남편 B씨와 그의 친동생의 주장이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 상수도연구원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수도연구원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사건에 연관이 있는 직원들이 고인에게 사과를 하고 연구원 측에서 진행하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시청 조사과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사건을 조사 중이고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부서의 담당 과장이 교체된 것은 상수도연구원이 지난 3월 진행한 직재개편에 따른 것으로 성희롱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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