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부거래 타깃'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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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내부거래 타깃'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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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뽑은 공정위…벌벌 떠는 기업은?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드디어 칼을 뽑아들었다. 일감이 몰린 그룹을 한 곳, 한 곳씩 베고 있는 예리한 칼날이 재계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한진, 현대에 이어 다음 타깃은 어딜까. 곧 폭풍이 몰아칠 기업을 추려봤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지난 2월 시행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달 18일. 첫 대상은 한진그룹이었다. 공정위는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에 조사관들을 보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기생하는 좀비들

한진그룹은 계열사 싸이버스카이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싸이버스카이는 내부거래 비중이 매년 80∼90%, 금액은 30억∼40억원에 달했다.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해 문제가 됐다.

한진그룹에 이어 현대그룹도 도마에 올랐다. 타깃은 그룹 물량이 모아진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유엔아이. 공정위는 지난달 19∼20일 두 계열사 사무실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지난해 롯데그룹에 매각되기 전까지 대주주 일가의 지분이 13.42%였던 현대로지스틱스는 2013년 계열사들로부터 754억원을 벌어들였다. 오너일가가 지분 72.72%를 소유한 현대유엔아이는 매년 수백억원씩 계열사들과 거래해 내부거래 비중이 60∼70%에 이르렀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총수일가에게로 부당 이득이 흘러갔는지를 집중 확인하고 있다”며 “총수일가의 부당이득 편취 사실이 밝혀진다면 강력히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대기업 내부거래 조사는 재계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당장 3∼4개 기업이 거론된다. 한진그룹, 현대그룹에 이은 다음 타깃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그동안 편법 지원이 심했던 기업들을 지목한다. 

<일요시사>는 2011년 4월∼2013년 12월 매주 ‘기업 내부거래 실태’를 연재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문제성 거래가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GS그룹이다. GS그룹은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내부거래율 50% 이상·내부거래 금액 100억원 이상) 유지되는 회사가 무려 13개사나 됐다. 모두 그룹 물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GS그룹 계열사는 총 80개. 이중 20%에 이르는 자회사가 이른바 ‘좀비회사’인 셈이다.

이랜드그룹도 13개 계열사에 그룹 일감이 몰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금액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이나 됐다. 다만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오너일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롯데그룹·대우조선해양(9개) ▲오뚜기그룹(8개) ▲대성그룹(7개) ▲동원그룹·하림그룹(6개) ▲교보생명그룹·태광그룹·한솔그룹·BYC(5개) ▲코오롱그룹·영풍그룹·부영그룹·일진그룹·한미약품·보람상조(4개) 순이었다. 3개 계열사인 곳은 동서그룹, 아주그룹, 세아그룹, 호반건설, 동화그룹, 태영그룹, 재능교육 등으로 나타났다.

일감 몰아주기 조사…한진·현대 다음은?
재계 전방위 확산 조짐 “50여곳 살생부”

동국제강, 한국타이어, 일진그룹, 현대백화점, KCC그룹, LS그룹, 동부그룹, 하이트진로, 두산그룹, 대림그룹, 오리온그룹, OCI그룹, 대상그룹, 대명그룹, 한라그룹 등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 해 특정 자회사에 몰린 내부거래 금액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 많게는 1000억원대가 넘는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따지면 각각 50∼90% 이상이다.

다소 생소한 기업도 적지 않다. 한국야쿠르트, 풀무원, 귀뚜라미, 피죤, 대교, 영원무역, 삼양식품, 보광, 아워홈, 넥센, 남양유업, 사조, 화승 등이 대표적. 보령, 쿠쿠전자, 청호나이스, 화진화장품, 동화약품, 대웅제약, 녹십자, 천재교육, 동아원, 신안, 신도리코 등도 계열사에 기생하는 자회사를 끼고 있다.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회사에서 오너일가가 ‘배당 잔치’를 벌인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얼굴에 철판을 깐 오너일가는 한둘이 아니다. 수천만원에서 100억원대에 이르는 거액을 챙겼다. 순이익보다 많거나 적자가 난 회사에서 보너스를 챙긴 ‘철면피’도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의 내부거래가 줄었다고 하지만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이전 등 사익추구행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총수일가 지분율 또는 총수 2세 지분율이 높은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향후 이 분야를 중심으로 정밀하게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살벌한 탓이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 “총수를 처벌할 수 있는 계열사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는 말까지 돌고 있어 더욱 그렇다. 당장 내부거래로 오너의 ‘금고’를 채워주던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하지만, 자칫 전체 지배구조가 뒤엉키거나 흔들릴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앞서 공정위는 맛보기(?)로 현대차그룹과 SK그룹 등에 일감 몰아주기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 측은 “조사 결과 총수일가가 대주주인 계열사에 부당한 이익을 줬다고 판단 시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부당한 정도가 심하면 검찰에 고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과징금 폭탄 예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지난 2월부터 시행됐다. 규제 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 총수(오너)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다. 규제 내용은 연간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다. 이를 어기면 3년 평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맞을 수 있다. 총수(오너)일가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내부거래 많은 업종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은 시스템 개발·공급, 건물 임대, 부동산 개발, 물류 대행, 창고, 부품 제조, 인테리어 공사, 용역공급, 시설물 유지관리 서비스 등의 분야다. 내부거래 금액이 큰 업종은 자동차, 화학제품, 1차금속 등 제조업 분야다.

그중에서도 연료도매업, 화학물제조업, 토목시설물 건설업 등에서 내부거래 금액이 많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개선된 것으로 평가하긴 곤란하다”며 “SI, 광고, 물류 등 그동안 문제됐던 분야의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높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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