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주먹' 로열패밀리 폭행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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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다 주먹' 로열패밀리 폭행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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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최철원 전 M&M 대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몽둥이부터 담뱃불까지…회장님의 나쁜 손버릇

[일요시사=경제1팀] 호텔 지배인을 폭행한 ‘빵 회장’부터, 항공사 직원을 때린 ‘아웃도어 회장’까지. 싸구려 삼류소설에나 나올 법한 회장님들의 손찌검 파문이 연일 톱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장지갑, 신문지가 사용되고 심지어 담뱃불까지 폭행도구로 사용됐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회장님들의 ‘폭행 잔혹사’.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기업, 존중받는 기업, 사랑받는 기업으로 다가가겠습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의 강태선 회장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이 무색하게 됐다. ‘항공사 용역 직원 폭행’ 논란에 휘말려 ‘갑(甲)의 횡포’라는 비난을 받고 있어서다.

사회공헌과 폭행
두 얼굴의 회장님

지난달 30일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강 회장이 27일 오후 3시쯤 김포공항 탑승구에서 아시아나항공 용역 직원에게 욕을 하며 신문지로 얼굴을 때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여수로 가는 오후 3시10분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던 강 회장은 비행기 출발 시간이 임박하게 도착한 탓에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황임에도 무리한 탑승요구를 하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이 같은 소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 회장은 당일 오후 6시 여수에서 열리는 생방송 ‘2013 슈퍼모델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오후 3시30분께 “항공사 직원이 승객에게 맞았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출동 도중 신고가 취소돼 현장에 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아시아나 항공 측은 “강 회장이 게이트 쪽에서 늦게 나왔는데 탑승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듣자 기분이 상해서 신문을 가지고 훈계 비슷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강 회장은 비행기를 타지 못했고, 현장에서 바로 사과를 했다. 해당 직원 역시 그 자리에서 사과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결국 다른 비행기편으로 여수에 도착했고 생방송 일정은 차질 없이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자 강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겸허히 받아들이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현장에서 당사자에게 사과를 했고 약 1시간 후 재차 당사자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고 해명했다.

강태선 회장 항공사 직원 신문지 폭행 소동
“역시 갑”잊을 만하면 터지는 손찌검 사건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네티즌들은 사회공헌재단까지 출범한 강 회장의 폭행소식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랙야크 불매운동까지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실제 강 회장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인 26일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사회공헌 재단인 ‘사회복지법인 블랙야크 강태선 나눔재단’과 ‘재단법인 블랙야크 강태선 장학재단’을 출범했다.

이 사건으로 재단 설립 출연금으로 29억원을 내놓고 매년 블랙야크 이익의 2%를 출연해 100억원 이상의 사회공헌 기금을 운영하겠다는 사회공헌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앞서 지난 4월 말 강수태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이 호텔 직원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 강 회장은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다른 차량의 진입을 막는 자신의 차량에 이동 주차를 요구한 호텔 직원의 뺨을 장지갑으로 수차례 내리쳤다.

이 같은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프라임 베이커리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한편, 주요 납품처인 코레일로부터 납품 중단 통보를 받는 등 강 회장은 한동안 비판의 중심에 서야했다.

두 명의 강 회장 사건이 나란히 도마에 오르는 이유는 사회 고위층이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가하는 직접적인 폭력 사례이기 때문이다. 규모를 떠나 기업을 책임지는 이가 여론이 납득할 수 없는 폭행을 저지르는 사건이 최근의 일만도 아니다.

무차별 폭행 후
한 대에 100만원

2010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인 최철원 전 M&M 대표는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노동자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맷값’을 지불한 사실이 드러나 노동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MBC <시사매거진 2580>은 최 전 대표가 화물연대 소속 탱크로리 운전기사 유모씨를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구타한 사건을 방송했다.

화물연대 울산지부 탱크로리 지부장이었던 유씨는 2010년 10월 18일 서울 M&M 사무실에서 최 전 대표에게 알루미늄 방망이로 총 13대를 맞았다.

최 전 대표는 유씨에게 “매 한 대에 백만원”이라며 유씨를 야구방망이로 10여 대 내리치다가 “지금부터는 한 대에 300만원”이라며 3대를 더 때렸다.

이후 최 전 대표는 유씨의 입안에 두루마리 휴지를 집어넣은 뒤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당시 이 자리에는 7∼8명의 회사 간부들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최 전 대표 측은 폭행을 가한 뒤 유씨에게 서류 2장을 작성하도록 했다. 맷값 2000만원을 현장에서 수표로 바로 줬고 탱크로리 차량가격 5000만원은 통장으로 입금했다.

제작진은 최 전대표가 유씨를 때린 이유에 대해 유씨가 다니던 회사가 M&M사에 흡수 합병됐을 때 고용승계에서 제외된 것을 항의하며 SK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M&M사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운수 노동자들에게 화물연대 탈퇴와 이후 가입 금지를 고용 승계 조건으로 명시한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으나 유씨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최 전 대표의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최 전 대표는 같은 해 12월 말 상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이듬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 밖에도 이윤재 피죤 회장은 2011년 이은욱 전 피죤 사장에 대한 청부 폭행 혐의에 휘말렸다. 당시 이 회장은 광주 폭력조직 무등산파 조직원 등에게 3억원을 주고 이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사주했다가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이 전 사장이 해직된 뒤 회사에 해고 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회사를 비난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애인하자”
문신까지 새겨

과거 재벌2세 폭행의 대표격은 롯데가에서 나왔다. 지난 1994년 신년에 벌어진 이른바 ‘프라이드’사건이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경찰은 롯데 그룹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준호(현 푸르밀 대표)씨의 외아들 신모씨를 비롯,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이후락씨의 손자이자 제일화재해상보험 이동훈 회장의 아들 이모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운전자 한모씨를 수배했다.

끊이지 않는 재벌 2세들 추태
창업자 아들 엽기행각 구설도

이들은 1월 17일 새벽, 그랜저를 타고 도산대로를 달리다 프라이드 승용차가 끼어들자 차를 세우게 한 뒤 시비를 벌였고 프라이드 운전자가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했다. 도로변에 있던 벽돌과 화분으로 프라이드 일행의 머리를 때렸고, 프라이드에 함께 타고 있던 한 일행은 뇌출혈을 일으켜 수술을 받았다.

롯데 재벌 2세인 신씨는 이튿날 낮에 영국 런던으로 도망치려다 김포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이씨의 부친인 제일화재해상보험 회장의 직업을 보험회사 직원 등으로 축소하고,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는 등 재벌 눈치 보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담뱃불로 테러를 한 재벌2세도 있었다. 1979년 7월 2일 한국시티즌공업 주식회사 이사였던 하모씨가 폭처법위반으로 구속됐다. 하 씨는 당시 단골로 사귀던 H호텔 나이트클럽 호스티스 김모양에게 애인되기를 강요하며 깨진 맥주병으로 위협하고, 김양의 하복부에 담뱃불로 자신의 성인 ‘하’자를 새긴 혐의다.

하씨는 이날 김양에게 결혼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김양이 이를 거절하자 김양의 옷을 모두 벗긴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하씨의 아버지는 기업 운영에 따른 이익을 지역사회와 사회에 환원하는 데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1965년의 평창전분을 시작으로, 한미시티즌정밀, 시그너스그룹, 한송학원, 한국리즘시계공업, 중앙상호신용금고 등의 기업을 경영하면서 100여 차례가 넘는 기부를 통해 재산 수십억 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한국 재벌은
법위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돈 있는 사람은 법이 더 이상 무섭지 않기 때문에 죄를 짓는데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야구방망이 폭행’ 사건을 보도한 <LA 타임스> 역시 한국 사회 내 재벌의 특혜를 꼬집으며 “한국 전쟁 이후 경제 성장에 대한 강박관념에 재벌이 경제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재벌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또 재벌이 1960년대 군사 정권 아래에서 번성하기 시작했다며 재벌들 스스로의 자정 능력이 사라졌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돈 있는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이 대신 죄를 짓기도 하는 이른바 ‘유전유죄’의 새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부터 재벌가 사람들은 백한 불법행위임을 알면서도 스스럼없이 범법행위를 저질렀고, 그 일로 인해 그 누구도 징역형을 살지도 않았다.

물론 최근에 발생한 ‘신문지 회장’과 ‘빵 회장’ 사건이 과거 기업 총수가 법적 처벌을 받았던 사건보다 경미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사회적 분노를 사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갑을관계’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대두돼 이전보다 더 심각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이라며 “사회 고위층이 ‘반기업 정서’가 생겨나는 근본 원인을 살피고 상대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폭행 물의’강태선 회장은?

“훈장까지 받은 사람이…”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용역 직원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는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인 강 회장은 도서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경영을 하는 산악인’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유명 등산용품 기업인 블랙야크 대표인 강 회장은 1973년 24살의 젊은 나이에 서울에 국내 최초 국산 등산장비 전문점 ‘동진산악’을 열었다. 이후 엄홍길 대장을 발굴하고, 대한산악연맹 부회장을 지내는 등 35년간 산악인으로 삶을 살아왔다. 1995년 블랙야크를 론칭한 뒤에는 지난해 6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강 회장은 지난해 12월 통일기반 조성 및 자연보호 활동 등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으며, 지난 7월 국내 순수 기술로 등산의류 및 용품을 생산하고 제주도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주대에서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비영리 사회 공헌 공익 재단인 ‘블랙야크 강태선 나눔재단’과 ‘블랙야크 강태선 장학재단’을 공식 출범한 바 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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