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회장과 운전기사' 비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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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회장과 운전기사' 비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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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쓰러지자 500만원으로 입막음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정일선 현대비엔지스틸 사장, 김만식 몽고식품 회장, 최재호 무학 회장…’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오너들이다. 모두 운전기사의 폭로로 도마에 올랐다. 재벌과 운전기사. 둘의 사이는 좁혀질 수 없는 관계일까. 

재계에 운전사 스캔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김만식 몽고식품 회장은 평소 운전기사에 폭행과 폭언을 일삼다 망신을 당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 정일선 현대비엔지스틸 사장, 최재호 무학 회장 등도 운전기사가 자신이 당한 부당한 처사를 세상에 알려 진땀을 흘렸다.

폭행과 폭언

뿐만 아니라 운전기사의 폭로로 오너 비리가 불거진 경우도 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의 금품 사건엔 모두 운전기사가 등장했다.

운전사가 최규선씨의 체육복표 사업 이권개입 등 비리를 폭로해 난리가 났던 ‘최규선 게이트’도 대표적인 사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구속된 파이시티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도 그들의 운전사였다. 이상득, 박철언, 박상은, 현영희, 홍사덕 전 의원 역시 운전기사의 제보로 법정에 서야 했다.

재벌그룹 오너의 운전사는 최측근 개인비서나 다름없다. 수족 노릇은 물론 평상시 안전을 책임지고, 비상시 신변을 보호하는 ‘1인 다역’을 수행해야 한다. ‘주군’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비위를 맞춰야 한다. 심지어 개인사까지 돌봐야 하는 사실상 ‘집사’ 역할도 한다. 그만큼 엄청난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다시 말해 재벌 운전사는 충성심이 없으면 못하는 직업이다.

대기업 오너의 운전기사는 일단 입이 가벼우면 큰일이다. 항상 과묵해야 한다. ‘회장님의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간다’는 약속은 필수 계약사항 중 하나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 특히 총수의 운전기사는 남모르는 고충과 비애가 많다”며 “대접을 받는 것도 아니다. 단지 심부름꾼에 불과한 수족역할로 치부해 막 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선 재벌과 운전기사가 얽힌 얘기가 종종 회자된다. 그중에서도 악명을 떨친 모 회장 일가의 사례는 압권이다. 몇년 전 A회장은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그의 운전기사 B씨가 갑자기 쓰러졌는데, 그 이유가 논란이 됐다.

사건은 A회장이 해외출장에 나선 사이 일어났다. 오랜만에 B씨도 휴가를 받았지만, A회장의 부인은 B씨를 긴급 호출했다. 지방에 가야 하는데 마땅한 교통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B씨는 ‘사모님’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었다. 밉보이면 실업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사과문 발표하는 김만식 몽고식품 회장

A회장 부인에게 불려가 개인비서 노릇을 해야 했던 B씨는 주변에 피로를 호소한 직후 뇌출혈로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이후 B씨는 별다른 보상 없이 해고당했고, 그의 가족들이 과로사를 주장하자 A회장 측은 합의금 500만원으로 입을 막았다는 후문이다.

까칠한 오너 성격…잇단 실체 폭로
평생 돈독한 우정 과시하는 관계도

그렇다면 재벌과 운전기사는 좁혀질 수 없는 관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는 오너와 운전사도 적지 않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전속 운전사를 ‘가족’으로 여겼다. 무려 40년간이나 동고동락했다.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한 것이다. 이 창업주는 운전기사에게 이사급 타이틀과 함께 개인 집무실까지 마련해 줬다. 6·25전쟁 당시 이 운전사가 이 창업주를 인민군에게 들키지 않게 하려 자신의 다락방에 숨겨주고, 나중에 피란 비용까지 대준 일화는 유명하다.

대성그룹 오너와 운전사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영대 회장과 그의 운전기사였던 정홍씨가 주인공. 올해 74세 동갑내기인 김 회장과 정씨는 40년 넘은 우정을 과시한다. 서로를 스스럼없이 ‘친구’라 소개할 정도. 1965년 대성탄좌(옛 문경광산)에 입사한 정씨는 1960년대 후반 무렵부터 김 회장(당시 상무)의 차를 운전하게 됐다. 정씨는 재벌에 대한 부정적 편견에 눈앞이 캄캄했지만, 금세 걱정은 눈 녹듯 사그라졌다.

첫 대면에서 깍듯이 경어를 쓰고, 첫 출장지에서 허름한 숙소를 바꿔준 김 회장을 보고 ‘평생 모셔도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지금껏 이어져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을 같이 다닐 사이가 됐다. 정씨 자녀들도 김 회장의 배려로 ‘대성 식구’가 됐다.

그런가 하면 회장을 향한 충성심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 운전사도 있다. 바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운전기사 김모씨 얘기다.

10년 이상 박 회장의 차를 운전한 김씨는 보안용역 직원을 사주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자료를 몰래 빼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는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됐다. 김씨는 보안용역 직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그를 포섭하고 박삼구 회장의 개인일정 등 비서실에서 관리하는 문건 등을 빼내도록 지시한 의혹을 받았다.

너무 충성하기도

평소 박 회장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랐던 김씨는 과거에도 사건이 있다. 박삼구 회장과 뜻을 같이 한 당시 기옥 금호터미널 대표를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김씨는 “(박찬구) 회장님을 배신했다”며 기 대표 얼굴에 술을 들이붓고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어 고소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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