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방 영업허가 논란

한국뉴스

<와글와글 net세상> 흡연방 영업허가 논란

일요시사 0 1062 0 0

234967517_42e1c7d9_blank.jpg
'뻐끔뻐끔' 숨어서 담배 무는 골초들

[일요시사=사회팀] 한 대기업 과장급 인사가 서울 한 대형빌딩 지하주차장에 담배를 들고 나타났다. 고급 중형차 뒤에 쭈그려 앉아 누가 볼까 몰래 연기를 내뿜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돼버렸다. 거의 대부분의 공공장소가 흡연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인터넷에선 '흡연방'의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천 부평구 부평동의 한 PC방. 건물 밖으로 내걸린 한 장의 현수막이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수막에는 '신장개업 흡연방, PC 사용 무료'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최근 정부의 각종 금연 정책과 맞물려 흡연방의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 현수막의 등장은 애연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애연가만 울상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흡연방은 없었다. 해당 PC방 업주는 "PC방 내부에 흡연실이 있다는 사실을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해 흡연방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건물 밖에 설치된 현수막은 자진 철거된 상태인데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보건소 직원들이 이 PC방에 직접 방문, '현수막을 내리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모두를 놀라게 한 인천 흡연방의 '삼일천하'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8일부터 PC방 등 지정된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 말까지 계도기간을 두어 금연을 독려하고 있는 중이다.

중앙정부 및 지자치 단체의 의지가 워낙 강력해 흡연가들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 넘게 피워온 담배를 한 순간에 끊기란 어려운 일. 일부 애연가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정부의 금연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닉네임 행복하게****는 "PC방 이용자 중 흡연자가 9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를 금지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고 물은 뒤 "술집, 일반음식점, 고깃집 등에서도 흡연을 금지시키면, 이런 장사하는 사람 대부분이 중산층인데 이들에게도 타격이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행복하게****는 "자세히 보면 돈 없는 서민들이 이용하는 곳만 금연정책의 타깃이 됐다"면서 "그럼 재벌들이 고깃집이나 PC방까지 하겠냐"고 불편해했다.

닉네임 혀*도 정부의 일방적인(?) 금연정책을 반대했다. 그는 "이럴 거면 아예 정부가 나서서 담배를 팔지 말라"며 "이번 기회에 담배로 먹고 사는 대기업도 다 해체시키고, 자동차도 매연 나오니까 다 폐차시키고, 자동차 만드는 공장도 유해가스 나오니까 다 폐쇄시키고, 조선시대처럼 친환경적으로다가 말만 타고 다니자"고 비꼬았다.

기존 흡연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마땅히 담배 피울 장소가 없다는 것. 그래서인지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음에도 흡연방 허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 실존하는 시설은 아니지만 정부의 단속이 심해질수록 흡연방과 유사한 시설이 생길 것이란 추측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흡연방을 가장한 PC방 설립은 불가능하다. 관련 법안인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콘도·스키장 등 일반 영업시설에서 설치할 수 있는 PC·게임기 수는 최대 5대까지며, 더 많은 PC·게임기를 두고 영업을 하려면 반드시 PC방 업종으로 신고해야한다.

즉 흡연방 행세를 하려면 업주가 시설 내에 5대 이하의 PC를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5대를 초과할 경우는 해당 시설이 PC방으로 허가가 나며, PC방은 자연히 금연시설로 분류된다. 이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 PC방을 자주 이용하는 애연가들의 볼멘소리는 그칠 줄을 모른다.

아이디 lees****는 "업주에게 '흡연구역'과 '비흡연구역'을 선택하게 해서 안 피우는 사람은 금연 PC방을 가게 하면 되지 않냐"고 제안한 뒤 "최소한의 대안도 없이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 붙이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PC방 등 대부분 공공장소서 흡연 금지
'대안찾기' 애연가들 공간 필요성 대두

아이도 tsun****도 "어디서든 흡연할 공간은 허용을 해줘야지, 세금 낸 흡연가의 권리는 다 어디로 갔냐"면서 "지금 우리나라의 흡연인구가 몇 명인데 그 사람들을 모조리 범법자 취급하면 어떻게 하냐"고 일침을 놨다.

반면 아이디 hano****는 "(담배) 끊게 만들려고 PC방을 금연시설로 만드는 거지"라며 "OECD 국가 중 거의 최고 흡연율인데 부끄럽지 않냐"고 흡연 옹호론자들을 공격했다. 특히 hano****는 "흡연자가 담배를 피울 때 나는 냄새 등이 비흡연자에게는 역겨움 등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비흡연자인 아이디 oheu****는 흡연방 허가에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거리를 지나가는 행인 입장에선 사람들 다 건물 입구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게 훨씬 더 짜증난다"면서 "아무데나 버린 꽁초가 길거리에 너부러진 것도 더러운데 (흡연자들에게) 작은 공간이라도 내주는 게 서로 현명할 것"이란 의견을 나타냈다.

닉네임 HAHAH*****는 "흡연방이든 흡연부스든 일단 만들어놔야 그 공간 이외에서 피우는 사람들을 단속할 것 아니냐"며 "말로만 건강 핑계 대는데 그럼 국민 정신건강을 고려해 고위공무원 라운딩이나 룸살롱 출입을 원천 금지하는 건 어떠냐"고 조소했다.

아이디 djm4****의 댓글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요즘 건강이니 웰빙이니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고기는 심장병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고, 커피는 카페인 들어가서 몸에 안 좋고, 아이스크림은 설탕 많이 들어가서 비만을 일으키고, 휴대폰도 귀에 갖다 대면 전자파 때문에 건강을 해친다는데 그럼 전부 다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담배만 끊으면 모든 건강이 좋아질 것처럼 홍보하는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해석인 셈이다.

방법이 없나

그러나 닉네임 luci***는 흡연방은 물론 흡연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나도 처음엔 흡연 공간 만들기에 찬성했는데 만들어놔도 안 지키는 곳이 태반이었다"며 "심지어 금연 표지판 바로 옆에서 다들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더라”고 세태를 고발했다.

이번 정부 정책으로 금연을 고민 중인 아이디 gent****는 "진짜 탈모 억제약과 담배 끊는 신약이 개발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살 것"이라며 씁쓸함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