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가시방석'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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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가시방석'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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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났다

[일요시사=경제팀]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금융권 CEO의 개별연봉이 공개됐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인사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평균 연봉의 172배에 달하는 급여를 받아 챙겼다. 무려 62억원이다. 수령자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그런데 조 회장이 지난 7월 등기임원에서 사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꼴이다.

금융권 CEO 가운데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 <한겨레>가 민주당 김기식 의원실을 통해서 받은 금융감독원의 은행 및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개별 연봉 현황을 분석했더니 조 회장이 지난해 급여로만 받은 돈이 최소 62억원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평균 연봉(3595만원)의 172배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월급쟁이 172배

또한 조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있던 세 회사(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7280만원)의 85배에 이른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에서 11억2900만원을 받았으며 메리츠증권에서 최고 11억2229만원, 메리츠화재해상보험에서 32억2000만원의 급여를 챙겼다. 또한 메리츠금융지주에서 단기성과급을 수령했다. 여기에 조 회장이 지주 회장으로서 받은 42억원가량의 배당금을 합하면 1년간 그가 수령한 급여 및 배당액은 105억원에 이른다.

조 회장 다음으로 고액 연봉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이다. 한 회장의 보수는 최소 2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으며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최소 21억,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소 18억,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최소 17억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 최소 11억원,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최소 11억원, 리처드 힐 SC지주 회장 최소 10억원으로 나타났다.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5억원가량이다.

이번 분석은 금감원이 해당 은행과 지주사에서 받아 김기식 의원실에 제출한 최고경영자 개별 연봉을 기본으로 삼았다. 이 자료에서는 지주사 최고경영자의 은행장 등 겸직 현황과 장기 성과급 등은 반영되지 않았으며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 금융기관의 누리집에 걸린 경영공시 등을 교차 분석해 최소값을 추정치로 썼다. 또한 지주사 회장 및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은행장 등을 겸직할 경우에는 금감원이 확인한 보수 분담 비율을 적용했다.

작년 급여 62억…배당금 더하면 105억
연봉공개 직전 퇴임 “꼼수 안 통하네”

물론 고액 연봉을 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의 칼끝을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조 회장의 등기임원 사퇴 시점이 문제다. 조 회장은 지난 7월7일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등기 비상근 회장에서 미등기 상근 회장으로 전환한 것. 당시는 금융권 CEO들의 고액 연봉이 구설수에 오르내리던 때였다. 금감원도 이에 발맞춰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했었다.

미등기임원은 등기임원과는 달리 회사의 결정 등에 있어 외부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일 뿐 미등기임원은 실제로는 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등 대기업 미등기임원만 봐도 알 수 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임원이라는 지위와 그에 따르는 권력은 그대로 유지한 채 무언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등기임원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전환을 택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조 회장에게도 비슷한 의혹이 들고 있다. 조 회장이 금감원의 조사를 회피하거나 그 강도를 약화시키기 위해 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분 74.42%를 보유하고 있으며 메리츠종금증권의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조 회장의 ‘메리츠’에 대한 충분한 영향력을 가늠케 한다. 또한 미등기임원은 개별 연봉 공개대상에서 제외돼 구체적인 연봉 액수도 알 수 없다. 현행법에서는 국내 상장법인은 등기임원의 보수총액만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조 회장의 등기임원 퇴임으로 메리츠 임원의 업계 연봉 순위가 많이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은행 및 금융지주사 CEO 개별 연봉 현황에 조 회장의 급여가 공개되면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와 관련 메리츠 측은 회사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을 하면서 조 전 회장의 사임을 준비 해왔고 그 일정에 맞춰 사임한 것일 뿐 금감원의 조사를 의식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 전 회장이 사임을 발표할 당시 메리츠 측은 “보험 및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현 상황에서 경영에 대한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임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5억원 이상 등기임원 보수 공개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이 통과됐다. 이로써 내년부터는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들은 개별 보수를 공시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등기임원 전체에 지급된 보수의 합계만 공시돼왔다.

기준 자체 ‘헐렁’

그러나 등기임원이라고 해서 보수가 모두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공개 대상이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대기업 총수는 비등기임원도 겸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삼성전자, 신세계, 대림산업, 현대백화점 등을 제외하더라도 GS는 허씨 일가 2세 대부분이 미등기임원이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격호 롯데총괄회장은 롯데칠성음료에서 미등기임원이다. 신 회장이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것도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때문에 임원들의 보수 공개 기준 자체를 수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이 대주주의 경우 등기임원이 아니더라도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는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것도 이와 맥락을 함께한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벌 총수들 연봉은?
11월부터 회장님 월급 공개

사업보고서상 연봉 공개 범위를 재벌 총수 등 최대주주나 비등기임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투자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6월 대표 발의했다. 사업보고서상 연봉을 공개해야 하는 대상자를 확대한다는 게 요지다. 기존 등기임원에 재벌총수 등 최대주주를 비롯, 상법상 업무집행지시자, 집행임원과 같은 비등기임원으로 대상범위를 넓혔다.

시행일자는 오는 11월29일로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올해 사업보고서부터 최대주주와 등기임원, 비등기임원 등 5억원을 웃도는 고액 연봉을 받는 회사 경영진들의 보수 수준이 공개된다.

송 의원 측은 “임원의 개인별 보수의 산정기준을 공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앞서 국회를 통과했으나 대상은 5억원 이상 등기임원으로 제한했다”며 “이는 최초 법 취지를 감안할 때 맞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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