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산부인과 의료사고 진실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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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산부인과 의료사고 진실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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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출산하다 혼수상태, 왜?

 

[일요시사=사회팀] 사진 속에 두 아이들과 해맑게 웃고 있는 이모씨는 셋째 아이를 출산하던 중 혼수상태에 빠졌다. 출산 시 어떠한 위험성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는 이씨의 가족들과 산모가 원해서 자연분만을 했다는 병원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일요시사>로 한 통의 제보가 들어왔다. 서울의 H산부인과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내용이었다. 제보자 김모씨를 만나 정확한 사건경위를 들어봤다.

“위험성 몰랐다”

지난 8월 김씨는 부인 이씨와 셋째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었다. H산부인과에서 둘째를 낳은 경험이 있는 이들 부부는 2년여간 주치의 A원장에게 주기적으로 진찰을 받아왔다.

8월17일 12시경 진통을 느낀 이씨는 병원에 입원했고, 당시 A원장은 지방에 학회가 있어 병원에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부재중인 A원장 대신 병원에 있던 B원장이 이씨의 출산을 담당했고, 당시 당직이었던 C원장은 B원장을 도왔다. 김씨는 C원장으로부터 “B원장이 산모의 주치의인 A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분만 여부에 대해 물었고, 이에 A원장이 ‘분만을 진행하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오후 5시50분경 이씨는 아이를 출산했다. 10여분 후 의료진에 의해 응급실로 들어간 김씨는 수술실에서 “살려달라”며 호흡곤란 증세를 겪고 있는 이씨를 봤다. B원장은 김씨에게 “산모가 응급상황이어서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고, 8시경 산모는 근처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에 따르면 많은 출혈로 의식이 없던 이씨는 이미 동공이 열린 상태였고, 옮겨진 병원에서 수술 전 이씨는 자궁 파열과 범발성 혈액응고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다. 이후 의료진들이 이씨의 출혈을 막기 위해 복부를 개방하자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고 한다.

제왕절개 경험 산모에 자연분만…자궁 파열
‘위험한 선택’두고 가족·병원 주장 엇갈려

며칠 뒤, 이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은 A원장은 김씨에게 이번 분만 사고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0여일 후 산부인과 측에서는 “아무 책임도 질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던 이씨의 의료사고에 병원 측에 진료기록을 요청했다. 그는 “진료기록에 두 번의 초음파 검사를 실시했다고 적혀 있는데, 분만실에는 초음파 기기가 없었다”며 “진료기록의 조작 여부도 의심된다”고 말했다.

현재 한양대병원으로 옮겨진 이씨는 아직까지도 혼수상태다. 이씨는 ‘VBAC’으로 셋째 아이를 출산 중이었다. VBAC(Vaginal Birth After Cesarean)은 ‘제왕절개를 한 경험이 있는 산모가 다음 출산 시 자연분만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씨는 2010년 첫째 아이를 제왕절개술로 출산한 후 2012년 둘째를 질식 분만(자연 분만)했다.

김씨는 VBAC의 위험성에 대해 듣거나 이에 동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 의료분쟁 전문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VBAC의 경우 산모의 골반크기에 따라 응급 시에는 제왕절개로 분만을 시도한다. 이씨의 경우 VBAC으로 3.8kg였던 둘째를 출산한 경험이 있지만, 4.4kg인 셋째처럼 거대아(4kg가 넘는 신생아)를 VBAC으로 출산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는 병원 측이 질식 분만을 시행함으로써 자궁파열을 발생시켰고,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어가는 이씨의 상태악화를 막기 위한 빠른 처치를 하지 못해 산모를 혼수상태에 이르게 한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과거에 제왕절개를 한 산모가 자연분만을 할 경우, 자궁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자궁이 파열할 위험이 있는 VBAC은 권장하지 않는다”며 “VBAC은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들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도의적인 책임지겠다더니 
뒤돌아 책임없다 말 바꿔”

A원장은 김씨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A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둘째 아이도 같은 병원에서 출산 경험이 있는 이씨에게 수차례 VBAC의 위험성을 말했다고 한다. 출산 전 A원장은 이씨에게 “VBAC은 자궁파열이나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산모나 아기에게 위험할 수 있다.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VBAC을 하겠다는 산모의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출혈을 보인 이씨의 수술과정과 대처를 묻자, A원장은 B원장과의 통화에서 “‘진행이 잘 안 되면 무리하지 말고 수술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보통 출산 시에는 약간의 출혈이 있으나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초음파 검사를 통해 출혈을 확인했고, 봉합을 했지만 출혈이 계속 있어 출산한 지 약 1시간 후 전원했다”고 답했다. 초음파 기기가 없었다는 김씨 측의 주장에는 “못 보고 지나쳤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책임을 번복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주 발생하는 의료사고가 아닌 만큼 도의적인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 김씨가 병원 측에 요구한 자료들이 일반적인 것들이 아니었다. 법적인 자문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변호사에게 물었더니 ‘김씨 측에서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식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이야기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산모가 원했다”

A원장은 마지막으로 “내가 조금 더 강하게 (제왕절개)수술을 하자고 말을 했다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수술)결과가 안 좋아서 모두 안 좋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의료진이 방치했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가항력 보상제’ 실효성 논란
 시행 7개월 ‘보상 0명’

지난 4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가 시행됐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는 분만에 한해 의료사고 발생 시 국가와 의료기관이 7대 3으로 분담해 보상하는 제도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보상을 받은 산모나 가족은 한 명도 없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에 대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반발 때문이다.

기존 50대 50으로 추진되던 보상제도는 산부인과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 정부와 의료기관이 함께 책임지기 위한 취지에서 만든 제도가 정작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저출산 시대의 안전한 분만환경 조성 방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산부인과 측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의 경우 국가가 보상액 전부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수색전증, 폐색전증 등 같이 진단과 임상경과가 예측하기 어려운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경우 산부인과 의료진은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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