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4억 증발’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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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4억 증발’ 수수께끼

일요시사 0 2307 0 0
 한 재벌이 도난당한 뭉칫돈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 4억원의 현금 다발을 은행이 아닌 집에 보관했다는 점이 의문. 또 어디서 난 돈인지, 어디에 쓸 돈인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어딘가 석연치 않은 재벌집 도난 사건을 들여다봤다.

장롱 위에 감춰둔 5만원권 8000장 대낮 도난 
‘냄새 나는데…’ 출처·용도 등 돈 의문 증폭

경북 포항시 남구 해도동에 사는 A씨는 지난달 31일 자택에 보관 중이던 5만원권 8000장 4억원을 분실했다. 이날 낮 12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집을 비운 사이 현금 4억원을 비롯해 2500만원어치의 귀금속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집에 돌아온 A씨는 곧바로 도난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을 접수받은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다. 포항남부경찰서는 현장 조사 결과 A씨의 자택 현관문과 주택 1층 뒷문이 부서진 흔적을 발견했다. 또 집안에 있던 철제금고가 금속 공구로 훼손된 사실도 확인했다.

부인도 몰랐다

돈은 금고가 아닌 다른 방의 옷장과 천장 사이에 보관돼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외부 침입에 의한 절도로 판단했다. 누군가 현관문과 주택 1층 뒷문을 부수고 집 내부로 들어간 뒤 금고를 열려다가 실패한 후 4억원을 발견해 훔쳐 달아났다는 것이다. 금고에 돈이 없었다는 점과 범행 시간이 낮 시간대였다는 점에서 A씨 주변 인물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경찰은 A씨의 집 주변 골목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사건 발생일 오후 2시40분쯤 20대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주변을 배회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화질이 좋지 않아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 또 동종 전과자 등에 대한 탐문수사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전담수사반까지 구성하는 등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용의자 확보에 실패한 경찰은 결국 금품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를 공개수배했다. 경찰은 “용의자는 20대 초반의 남성 2명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중 한명은 신장 170∼175㎝에 보통체격이고, 다른 한명은 신장 165∼170㎝에 왜소한 체격”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보통의 도난 사건과 달리 세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단지 피해금액이 커서가 아니다. 여러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에서다.

우선 4억원의 현금 다발을 집에 보관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A씨는 돈을 은행에 맡기지 않았다. 집에 금고가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고 마대 같은 자루에 담아 장롱 위에 보관하고 있었다.

더욱이 A씨의 가족도 이 돈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전언. A씨는 부인에까지 현금보관 사실을 숨겼다고 한다. 여기에 A씨가 도난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의혹을 더한다. 일반 가정집에서 4억원의 거액을, 그것도 전부 5만원권 현금으로 보관하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에 일부에선 로비 자금, 탈세금 등의 ‘검은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도 A씨가 현금 4억원을 아무런 방범 장치도 없이 허술하게 보관했다는 사실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 4억원을 은행이 아닌 집에 보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이가 많아 은행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진 돈의 출처와 용도를 두고도 다양한 추측들이 난무하는 등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A씨는 지역에서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졌지만 어디서 난 돈인지, 어디에 쓸 돈인지가 의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0여년간 포항에서 고철 업체를 운영하면서 한 대기업에서 나온 고철을 거의 독점적으로 확보해 판매해왔다. 현재는 고문직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A씨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모 그룹 계열사 전 회장의 동생이란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뭉칫돈이 A씨의 형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A씨의 형이 몸담았던 모 그룹의 비자금일 가능성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추측 난무

A씨는 돈의 출처와 용도에 대해 “사업 특성상 현금 사용이 많은데 2년간 수입 일부를 조금씩 모은 것”이라며 “보관한 현금은 아들에게 경영을 넘기고 노후생활에 쓰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도난 사건뿐만 아니라 별도로 뭉칫돈의 출처와 보관 경위, 용도 등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 검거가 먼저”라며 “용의자가 잡히면 의문들도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어딘가 석연치 않은 재벌집 도난 사건. 이를 둘러싼 수수께끼가 경찰 수사를 통해 풀릴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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