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아 변사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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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아 변사사건’ 전말

일요시사 0 2704 0 0
“딸의 죽음을 아직까지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있습니다.” 자기 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주장하는 한 어머니가 있다. 지난 2006년 수사는 의문 속에 자살로 종결됐고, 사건은 5년이나 흘렀지만 그 긴 세월동안 어머니는 딸의 억울한 죽음을 알림과 동시에 재수사를 위해 홀로 싸워왔다. 그리고 마지막 용기를 내어 한 포털사이트에 청원글을 올렸다. 그는 ‘정경아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촉구하며 ‘엉터리 수사 때문에 유가족은 두 번 죽습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고, 한 어머니의 애끓는 모정은 마침내 재수사를 이끌어냈다.


억울한 죽음, 수사는 유가족의 몫?
사건 5년 만에 재수사, 진실 밝힐까

2006년 7월 21일, 당시 25세이던 김순이(61)씨의 막내딸 정경아씨가 경기도 파주 교하읍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의 신고로 정씨를 목격한 관리실 직원은 발견 당시 정씨는 다리가 45도가량 꺾인 채 하늘을 보며 누워있던 상태라고 진술했다.

키 167cm, 몸무게 65kg의 건강했던 정씨는 만신창이였다. 눈 주위가 부어올라 시퍼런 멍자국이 선명했고, 손목은 골절된 상태였다. 목엔 눌린 듯한 흔적이 남아있었고 청바지 지퍼는 내려져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은 관리실 직원의 진술과 달리 정씨가 엎드려 있었다고 말했다.

5년 전 그날 무슨 일이?

정씨는 사건 당일 전 직장 동료 배모(당시30?여)씨 부부와 배씨가 소개해준 남자 한 명, 다른 동료 조모(당시28?남)씨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새벽 0시18분께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배씨 부부의 아파트로 왔다. 이후 정씨는 불과 12분 후인 0시30분께 아파트 복도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아파트로 가던 도중 정씨는 헤어진 남자친구 이모(당시 27세)씨와 휴대폰으로 통화하면서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정씨는 배씨의 휴대전화기로 이씨와 통화했다.

계속해서 정씨가 이씨와 통화하며 힘들어하자 아파트에 도착한 배씨는 방문을 걸어 잠근 후 부산에 있는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경아가 술을 많이 마셔 이대로 내버려 두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에 방 밖에 있던 정씨는 “무슨 통화를 하느냐, 빨리 문을 열어라”고 큰 소리로 외쳤고, 배씨가 방에서 나오자 배씨 남편이 휴대전화기를 가로채 이씨에게 욕을 하고 끊었다.

이후 잠깐 나갔다 오겠다며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간 정씨는 다시 돌아오지않았다. 정씨가 손가방을 놓고 라이터를 가지고 나가서 담배를 피우러 간 줄 알았다는 게 배씨 등의 공통된 진술이었고, 정씨가 돌아오지 않자 아파트 주변을 둘러봤지만 찾을 수 없어 전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부산에 내려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가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점 등의 정황으로 미루어 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짓고 서둘러 수사를 종결했다. 사체 발견 후 12시간 만이었다. 당시 배씨 부부와 일행은 자신들은 정씨의 사망 사실을 경찰에서 연락 온 다음날 오후 1시 20분이 돼서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딸의 죽음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했다. 거듭되는 요청에 형식적인 재수사는 이뤄졌지만 결론은 같았다. 가만히 있으면 그대로 묻혀버릴 사건을 놓아버릴 순 없었다. 죽은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혀야했다. 김씨는 홀로 딸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경찰청 앞 1인 시위를 벌이는 한편, 법의학 관련 서적을 읽으며 목격자들의 진술을 녹취하는 등 지난 5년간 딸의 죽음과 마주하며 살아왔다. 

김씨가 딸의 죽음을 타살로 보는 근거는 시신의 상태, 배씨 일행의 행적, 증인들의 진술 번복 등이다. 부검결과에서 추락 이전에 가해진 외력으로 보이는 상처가 발견됐고 수사보고서에서의 시신상태와 최초목격자 진술상의 시신상태가 엇갈렸지만 사건을 뒤집기는 역부족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1년 5월 김씨는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활동하는 L법무법인의 사무장인 유씨를 만나게 된다. 김씨의 이야기를 듣던 유 사무장은 김씨가 사건에 실마리를 풀어줄 중요한 단서가 될 만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녹취자료는 김씨가 자신의 딸이 죽기 직전 함께 있었던 배씨와 대화를 시도해 녹음한 것이었다.

풀리지 않는 의문

뿐만 아니라 사건이 발생한 당일 숨진 정씨의 올케 A씨가 배씨와 오전 9시 40분에서 10시 사이 통화를 했으며, 당시 배씨가 A씨에게 ‘경아가 죽었다’는 발언을 한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된다. 이는 배씨가 5년 전 경찰 조사에서 ‘정씨가 숨졌다는 것을 다음날 알았다’고 주장한 것과 상반된 것이다.

이에 김씨는 지난 달 3일 A씨 부부와 함께 유 사무장의 도움을 받아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사 수사이의신청팀에 ‘새로운 증인 A씨에 의한 수사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유 사무장은 “배씨가 정씨의 사망사실을 당시 경찰에게 거짓으로 진술을 했다는 것과 배씨의 녹취자료를 바탕으로 이의신청을 돕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경기지방경찰청 강력팀은 지난달 19일 김씨를 시작으로 A씨와 A씨의 남편 정씨를 차례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 무수한 의혹만을 남긴 채 마무리된 변사사건이 새로운 증거가 발견됨으로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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