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 ‘주민등록거부처분취소 신청’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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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인 ‘주민등록거부처분취소 신청’ 승소

일요시사 0 2226 0 0
“타인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당신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박명수는 재활의학과 교수의 삶을 살았고, 짜여진 일상의 의사는 개그맨의 삶을 통해 일상 탈출을 했다. 드라마 <49일>에서 부잣집 외동딸 지현(남규리)은 가난한 고아 이경(이요원)의 몸을 빌려 새로운 삶의 이면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듯 브라운관을 통해 타인의 삶을 보거나 타인의 삶을 대신 살게 되는 동안 우리에겐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 생긴다. 그렇지만 타인의 삶은 어디까지나 ‘엿보기’만 가능할 뿐 실제로 체험하거나 타인인 척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실제 우리나라에 수십 년간 자신을 버리고 타인명의 삶을 살아 온 기구한 운명의 한 여성이 있다. 법원은 이 60대 여성이 주민등록을 가질 수 있도록 승소판결을 내렸다. 사망한 사람 행세를 하며 살아온 지 36년만의 일이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36년 만에 자신의 이름 되찾은 60대 여성
47년간 본처 명의로 살아온 80대 ‘첩’

울산지법 행정부(재판장 홍성주)는 지난 5일 관할관청의 주민등록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안모(64)씨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 여성이 혼인생활 중 가출해 새로 결혼한 뒤 자녀를 출산하면서 신분을 바꾸었다 36년 만에 제 신분을 찾은 것이다. 이 여성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주민등록까지 하며 살다 행정소송을 통해 어렵게 제 이름을 찾게 됐다.

앞서 올해 초에는 47년 동안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생활해 온 80대 노인의 기구한 삶이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수십 년간 ‘타인명의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두 여인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타인명의 ‘삶’

1948년생인 안모씨는 68년 최모씨와 결혼한 뒤 가출했다. 3년 뒤 안씨는 손모씨를 만나 동거하면서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최씨와의 혼인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고, 이에 안씨는 먼 친척으로 사망했으나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또 다른 안모(60)씨 행세를 하면서 1975년 주민등록까지 취득했다. 그러면서 64세 안씨는 60세 안씨의 주민등록번호로 손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자녀들의 출생신고까지 했다.

그러나 문제는 친척에 의해 60세 안씨가 2006년 사망신고가 되면서 터졌다. 60세 안씨의 신분이 사라졌고 돌연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유령인물이 돼 버린 것이다. 이에 64세 안씨는 2010년 친생자관계확인 소송을 통해 60세 안씨와 아이들이 친생자 관계가 아님을 법원을 통해 밝혀냈다.

64세 안씨는 자신의 원래 이름으로 2010년 말 주민등록신고를 했으나 관할관청이 “원고가 안씨라는 점을 확인할 수 없다”며 거부해 소송에 이르게 됐다.

재판부는 “원고가 안OO(1948년 생)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관청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며 관할관청의 주민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안모(64)씨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앞서 올해 초에도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는 한 노인에게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87·여)는 196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무려 47년간 B씨(여·당시 49세)의 삶을 살았다.

A씨와 B씨는 1년여 전 사망한 C씨의 부인들로, A씨는 당시 C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 1963년 본처인 B씨가 사망하자 A씨는 이때부터 자신이 아닌 타인 즉 B씨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주민등록증 역시 사진을 제외한 모든 기록이 B씨의 인적사항이었다. B씨가 사망한 사실이 당시 행정기관에 신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주민등록의 개념이 확실치 않았던 당시 사회 정서상 A씨의 삶은 용인될 수 있었다.

그러나 1962년 주민등록법이 제정되고 지금까지 수차례 법률이 개정됐지만 이 같은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잊은 채 수십 년간 살아오던 A씨는 남편이 사망한 뒤 불편한 몸을 광주 한 요양원에 의지했다. A씨는 C씨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신고하며 ‘들통’

또 A씨의 삶은 지난해 연말 종지부를 찍게 된다. B씨의 자녀들이 성장, 어머니의 사망사실을 행정기관에 신고한 것이다. 해당 사실을 확인한 광주 한 주민센터는 법률에 따라 A씨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경찰은 A씨가 고령인 점, 당시 사회상 등을 감안해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이후 절차에 따라 자신의 새 주민등록을 신청하고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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