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개헌카드’ 만지작거리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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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개헌카드’ 만지작거리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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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총선판에…마음은 벌써 대선판 콩밭에

이주현 기자  2012.04.04 18:27:43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4·11총선이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며 총체적 난국을 맞이한 여당은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며 위기를 극복했다. 당명까지 바꾸는 강도 높은 쇄신을 단행하며 위기를 극복한 후 다시 한 번 거대여당 등극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박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자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치솟았고 공천도 큰 이탈세력 없이 무난하게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박 위원장 자신의 대선가도를 순탄하게 하기 위한 밑그림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당 만들기’에 성공한 박 위원장의 대선을 향한 야욕을 들춰봤다.

표면적으로는 공정하고 정당한 공천, 속내 들춰보면 ‘친박천국’
박지만,‘보이지 않는 손’으로 상당한 영향력 행사 정황 드러나

새누리당은 지난달 20일 비례대표 공천자 발표를 끝으로 공천심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지역구에서 모두 223명의 후보를 냈고, 46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했다. 지역구 현역의원은 전체 144명 가운데 60명이 불출마와 공천탈락 등으로 교체되면서, 교체율이 무려 41.7%에 이른다. 당 역사상 최대 교체율이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부산 대구에서 현역의원 과반수 이상이 교체됐고, 친이계 의원은 30여 명, 친박계 의원은 42명이 공천을 받았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엄청난 쇄신이고 참신하고도 정당한 공천과정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역대 최대 교체율
실상 알고 보면?

지역구 공천 탈락자를 살펴보면 친박계가 15명, 친이계는 35명 내외가 탈락했다. 공천탈락자들의 자리는 친박계가 상당수 포진했다. 이종훈, 김태기 교수 등 원외 친박계 인사들 가운데 공천을 받은 이가 50여 명에 이를 정도다. 지난해 4·27 지방선거 이후 주류로 등극한 친박계가 이번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수적으로도 명실공히 주류 자리를 꿰찬 것이다.

지난 18대 총선 ‘친박학살’ 당시 엄청난 분열과 파장을 가져왔을 때와 비교한다면 아주 무난히, 그리고 성공적인 공천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분열과 별다른 이탈세력 없이 자신의 계보 인사들을 공천한 박 위원장의 리더십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당이 박 위원장의 ‘대선캠프화’ 됐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천 받은 원외 친박계 인사들을 살펴보면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서울선대위 본부장을 맡았던 안홍렬 후보가 공천을 받았고,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유영하 변호사도 공천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언론특보를 지낸 정찬민 후보, 충북선대위 본부장 출신 김준환 후보, 캠프 특보 출신 서용교 후보 등 수많은 캠프 출신 인사들이 박 위원장의 선택을 받았다. 비례대표도 박 위원장의 대권가도를 위한 전략이 세밀하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와 복지 등 박 위원장의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가군단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됐기 때문이다.

주영순 목포상공회의소 회장이 경영계와 호남을 대표해 7번을 배정 받았고 경제전문가인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김현숙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등도 상위권을 공천받았다. 또 노동계를 대표해서는 최봉홍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나섰다. 박 위원장의 관심 분야인 복지전문가들도 다수 입성했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 20번 안에는 복지 포퓰리즘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이만우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나영이 사건’ 피해 어린이의 주치의 신의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이봉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원장, 류지영 한국유아교육인협회 회장 등이 포함됐다.

분열 없던 공천은
박근혜의 리더십?

이들은 오는 대선에서 박 위원장의 폭 넓은 복지 행보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내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도 신동철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부소장으로 임명했고 비대위원도 박 위원장이 뽑은 사람으로, 사무총장과 비서실장, 대변인 등 주요 당직도 친박 성향 인물들로 채웠다.

이처럼 지난 대선경선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인사들과 친박 인사들을 당내 전면에 하나씩 배치하며 향후 대선을 위한 박 위원장의 캠프 구성을 가시화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공천을 한 것이 아니라 당을 사당화하고 대선캠프를 구축했다는 비난이 계속되는 이유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공천탈락한 의원들의 잇단 반발과 관련해 “이번 공천은 우리 모두가 동의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에 승복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우리 정치발전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변했다.

“탈락한 분들도 우리 당의 소중한 인재들이고, 또 앞으로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해주셔야 할 역할들이 많다”며 함께 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를 출범시켜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래 없는 개인을 추종한 해괴한 정당을 탄생시킨 장본인으로서 자신의 과거 행보를 까맣게 잊어버린 듯한 박 위원장이었다.

당시 박 위원장은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김무성·박종근·이해봉·이인기·김태환 의원 등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을 불러 저녁을 함께하며 “힘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입을 연 뒤 “잘 되시기를 바란다. 다시 만나자”고 말하면서 위로를 했다고 한다.

친박연대는 비례대표 8석을 포함하여 총 14석을 획득했고 일부 의원들은 당시 한나라당으로 화려하게 복당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을 추종하는 세력의 결집과 이탈은 되지만 현재 친이계의 결집과 이탈은 안 된다는 모순을 보인 것이다.

또한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또한 면면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의 박근혜 사당화’는 현재 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박 위원장이 단독으로 중앙선대위원장을 맡은데 이어 총괄본부장은 권영세 사무총장이, 종합상황실장에는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의 이혜훈 의원을 중용했다.

박 위원장의 입 역할은 비례대표 8번으로 영입된 이상일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맡았다. 화룡정점을 찍은 것은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재무장관을 지낸 80살 고령의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을 선대위의 고문으로 임명 한 것이다.

4년 중임제 선호하던 박근혜, 권력분산형 개헌카드 제시 고민
새누리당은 국민 위한 정당 아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당’?

김 상임고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박근혜 시대가 열린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박 위원장에게 무한 신뢰를 표한 대표적인 친박인사로서 박 위원장이 이 두 사람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다는 것이 당 안팎의 중론이다. 자신의 최측근 인사를 선대위에 대거 포진시키고 친이인사는 배제시켜 박근혜당 만들기를 가속화 시키고 있는 박 위원장이다.

특히 이 같은 구성에는 박 위원장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포착돼 파문이 일 조짐이다. 한 미주 한인 언론에 따르면 박 회장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 있었다. 또한 대선이 다가올수록 박 회장의 입김은 더욱 세질 것으로 보여 또 다른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추측이다. 

이처럼 박 위원장이 공천으로 대선캠프 조직을 구성한 가운데 친박계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대선용 ‘개헌카드’를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새어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개헌내용과 일정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친박계 일각에선 4년 중임제 보단 권력분산형 개헌, 이른바 ‘이원집정제’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원집정제 검토 배경에는 대통령 권력집중제의 폐해를 극복하면서 세종시 시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는 올 9월부터 시작해 2014년까지 9부 2처 2청 35개 기관의 이전이 예정돼 있는데, 만약 박 위원장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정권 초기에 부처이전이 이뤄져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때 여러 잡음과 사고가 터지게 되면 여론이 악화돼 약속을 강조하며 세종시에 찬성한 박 위원장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것은 임기 초 대통령으로선 넘기 힘든 장벽이 될 것이며, 자칫 제2의 촛불시위로 불거져 ‘이명박정권 초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내포돼 있다. 따라서 박 위원장이 이런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이원집정제 개헌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개헌카드 검토
당선 후 대비용?

개헌을 통해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분리해놓으면 세종시 문제는 총리가 책임지고 처리해 나가고, 대통령은 그 책임에서 한발 비켜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됐을 때를 가정하여 문제점이 될 사안들을 미리부터 정리한다는 복안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박 위원장은 당장 코앞에 닥친 총선을 자신의 대권 발판으로 여기며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월2일 박 위원장의 생일에 맞춰 새롭게 태어난 새누리당은 이후 모든 것이 박 위원장 중심으로 흘러가는 사당(私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국민을 위한 정당'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당’이란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박 위원장의 총선행보와 그 결과가 자못 주목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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