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드라마 보고 화들짝 놀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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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드라마 <대물> 보고 화들짝 놀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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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통령 다뤄… 친박계 외 대체로 심기불편
SBS 측 “박근혜 전 대표-고현정, 공통점 없다”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 여성 대통령을 다룬 SBS 수목드라마 <대물>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대물>은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 서혜림(고현정)을 중심으로 정치와 권력 관계를 심도 있게 조명할 예정이다. 이런 이유로 <대물>이 방송될 때마다 정치권의 중심인 여의도가 들썩거린다.

 <대물>은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되는 서혜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강태산(차인표)은 야심 가득한 국회의원, 하도야(권상우)는 열혈 검사다. 각 캐릭터들의 설정 때문에 <대물>은 정치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권에선 여당과 야당이 모두 <대물>을 보는 눈초리가 곱지 않다.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
이해 득실 따지느라 분주

논란의 핵심은 여성 대통령이다. 정치권은 여성 대통령 만들기를 소재로 하고 있는 드라마가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과 이에 따른 이해 득실을 계산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표면상으로는 태연한 듯 하지만 특정 후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친이계와 야권은 대체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성 대통령에 초점을 맞춘 <대물>은 정계의 한 인사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드라마의 중심에 선 고현정을 통해 시청자들은 너나없이 박근혜 전 대표를 연상했다. 물론 극중 서혜림이라는 캐릭터는 박 전 대표와 공통점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다만 부드러움 속에 카리스마를 지닌 박 전 대표가 부모의 비극적인 죽음을 의연히 견뎌냈다는 점이 <대물>의 서혜림이 남편을 잃고 운명적인 길로 접어드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말을 아끼면서도 한 마디씩 던지는 박 전 대표의 촌철살인은 극중 서혜림이 쏟아내는 대사들과도 닮았다는 의견이 있기는 하다. 극중 서혜림이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것도 대구출신인 박 전 대표를 연상시키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고 전해지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SBS의 한 관계자는 “외모, 성격은 물론 인생 스토리까지 두 인물간에 유사점을 찾을 수 없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여성 지도자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데서 소재 차별화를 시도했을 뿐, 특정 정치인을 염두에 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는 드라마 속 서혜림과는 차이가 분명하지만 박 전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나운서에서 대통령으로. 첫 여성 대통령만으로도 현실 정치의 흐름과 동떨어져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은근히 기대감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듯 <대물>은 제작진이 “현실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하나의 드라마로 봐달라”고 말했지만 현실 정치가 보인다. 드라마는 드라마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는 현실 정치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한 방송관계자는 “드라마는 허구지만 허구의 세계 또한 현실에서 차용됐다. 그렇기에 <대물>은 정치드라마다. 다만 정치드라마라는 부담감을 털어 내고 싶은 것이 제작진의 마음일 것이다”고 전했다.

만화가 원작
정치적 의도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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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전면으로 나서는 드라마는 MBC <공화국시리즈>. <공화국시리즈>는 한국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이름을 정면으로 다룬 다큐드라마. <대물>은 부담도 크고, 현실에서 쟁점화될 수 있기에 본격적인 정치드라마라고 말하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대물>은 김선아와 차승원이 출연한 조금은 가벼운 정치드라마 <시티홀>과 <공화국시리즈>가 결합된 드라마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드라마 속에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한 정당명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드라마 속의 정당 명칭이 유감스럽게 결정돼 나가고 있다. 논란을 애써 불러일으키기 위해 정당명을 국민의 백성 ‘민(民)’자를 사용한 정당명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더 논란을 일으키려고 했으면 ‘민’자를 쓸 게 아니라 ‘한’자를 썼어야 맞지 않겠느냐”며 따져 물었다.

이는 드라마 속 야당인 민우당 의원들이 극중 주인공인 여자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는 장면이 마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탄핵 파동을 연상케 한다는 시청자 의견에 민주당을 대변하는 전 의장의 불쾌함이 더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SBS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치사에 자주 등장하는 정당명을 조합해 짓다보니 우연히 나온 이름이다”며 “특정 정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영웅시대> 이명박 후보자 영웅 만들 때와 비슷
정치권 신경 곤두… 방송 때마다 여의도 들썩들썩

SBS 주장대로 <대물> 제작에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될 여지는 적다. 2002년부터 스포츠신문에 연재된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 상황을 고려한 게 아니라 원래 있던 이야기라는 뜻이다. <대물> 제작진은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직전에 대본을 바꾸고, 방송 한 달 전에는 주요 캐릭터의 이름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드라마 제작관계자는 “제작진이 심사숙고한 끝에 캐릭터 명을 바꿨다. 차인표와 권상우, 박근형의 극중 이름이 바뀌게 됐다”고 밝혔다.
강태산 역의 차인표는 앞서 강현석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권상우의 이름인 하도야는 원래 하태성이었다. 이 관계자는 강현석이라는 이름에 대해 “기존 정치인을 연상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최근 한나라당에서 제명된 강용석 의원의 이름과 비슷해 바꾸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석’이 ‘강태산’으로 수정되자 ‘하태성’은 형제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하도야’로 다시 태어났다.

시청자들은 정치적
시선으로 해석

하지만 <대물>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정치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네티즌은 모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대물>이 박근혜 전 대표 띄우기 일환 아니냐”는 주장의 글을 올려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이 네티즌에 따르면 2004년 7월부터 2005년 3월까지 MBC에서 <영웅시대>를 방송함으로써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명박 후보자는 그 영향을 받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것이다.
이 네티즌은 “그 방법을 다시 쓰고 있다. <영웅시대>랑 비슷한 수법이다”고 주장했다.

당시 <영웅시대>에서 그려진 박대철은 너무나 괜찮은 호의적인 인물. 시청자들은 당연히 그의 캐릭터에 무한정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박대철 역을 맡은 유동근이란 연기자의 좋은 이미지도 한몫 거들었다. 박대철이 이명박 서울시장이란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웅시대> 방송 당시, 방송계 안팎에선 ‘지나친 이명박 띄우기’로 <영웅시대> 제작진이 여권의 강한 경고를 받았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SBS 한 관계자는 “뭔가 다른 제작의도가 있다는 음모론은 말도 안 된다”며 “드라마는 드라마로만 봐 달라”고 주문했다.
각종 화제를 일으킨 <대물>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입 소문을 탄 덕분에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물>이 방송될 때마다 정치권의 중심인 여의도가 들썩거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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