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휩쓰는 ‘대여열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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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세상> 도시 휩쓰는 ‘대여열풍’ 왜?

일요시사 0 1203 0 0

살 필요 뭐 있나~빌려 쓰면 되지!

김설아 기자  2012.04.25 11:23:27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없는 것 빼고는 다 빌릴 수 있는 세상. 그렇다고 남이 쓰다 만 허름한 물건이 아니라 새것, 혹은 거의 새것 같은 물건을 저가에 빌려 쓸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스키장비 대여나 렌터카 정도의 개념으로만 생각했던 ‘렌털’이 아니다. 최근엔 사무기기는 물론 생활가구, 미술품, 애완견, 오피스텔, 하객 대여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이제는 돈만 내면 남편도 얼마든지 빌려 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도시를 휩쓸고 있는 요지경 대여세상. 그 세태를 살펴봤다.

“왜 사서 써?” 조용히 빌려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렌털족’이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36)씨는 지난 주말 슈퍼카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를 타고 서울 시내를 드라이브했다. 강남 일대를 주행하던 순간에는 재벌2세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골목을 돌아 나오며 창문을 내리자 주위로부터 부러운 시선이 쏟아졌다.

‘렌털 서비스’
안 되는 게 어디 있니?

김씨는 “하루 타본 것으로 무르시엘라고와의 만남은 끝났지만 그 후 늘 흐뭇한 여운을 가지게 됐다”며 “또 다시 타보게 될 일이 없더라도 한 번 타봤다는 것으로 참 뿌듯한 경험이었고, 24시간의 람보르기니 렌트비용이 아깝지 않았다. 무엇보다 ‘허’자가 아닌 개인 렌트라는 점이 장점이었다”고 말했다.

남자라면 한 번쯤 꿈꿔보는 슈퍼카! 살 수 없다면 한 번쯤 타보고 싶은 남성들을 위해 슈퍼카 개인렌트가 성업 중이다.

대여료는 하루(24시간)평균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의 경우 평일 320만원, 주말 350만원, 페라리 F430은 평일 250만원, 주말 280만원, 아우디 R8 V10 스파이더는 평일 150만원, 주말 180만원 수준이다.

이용자들은 유류비 부담은 물론 하루 주행할 수 있는 km 제한이 있다. 슈퍼카 급에 따라서 다른데 보통 100~150km 사이로만 주행할 수 있다. 초과한 거리에 대해서는 km당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대부분은 보증금 없이 운영되고 있지만 도난을 우려해 보증금으로 1000만원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도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최근 들어 이처럼 상식을 깨는 신종 렌털 서비스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일정기간 애완견을 빌려주는 업체가 대표적이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렌터독 업체가 10개 이상이 영업 중이다. 심지어 하루에 20여건이 넘는 문의를 받는 곳도 있다.

하루 250만원 내면 페라리 탄다…이색 렌털업체 기승
강아지 대여해주는 ‘렌터 독’에 이어 ‘남편’ 대여까지

업체에 따르면 보통 3일에서 일주일이 대여기간이지만 장기대여도 가능하다. 비용은 3일에 5만원, 일주일에 8만 원선. 시간당 1만원씩 최대 2시간 대여도 가능하다고 한다.

간혹 영화나 CF, 공모전 등 촬영으로 렌터독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일반 가정집에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키우다가 맘에 들어 계속 키우고 싶으면 대여료를 제외한 금액으로 분양받을 수 있고, 플라스틱 운동장, 자동 급식기, 미용 세트 등 애견용품도 빌려준다. 직접 배달까지 해준다.

렌터독 업체 관계자는 “애완견 대여는 동물을 계속 키울 수 없는 외로운 사람, 혹은 동물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최적의 시스템이다”며 “강아지 정서상 좋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은 강아지 성격 나름이다. 새로 입고된 말티즈의 경우 어느 집에 가더라도, 다시 대여 후 돌아와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아무런 변화도 찾기 힘들 정도로 성격이 밝고 활달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시간 당 남편을 빌려주는 업체도 있다. 지난여름 국내에 처음으로 설립된 ‘시급남편 대여업’이 바로 그것. 이곳은 맞춤형 생활서비스로 일상생활에서 모든 일을 대행해주는 토털 대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시작으로 역할대행, 데이트메이트 서비스, 민원 대행 서비스 등 총 8가지였다.

시급남편의 ‘시급’은 남편 도우미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평균적으로 남편 도우미들은 시간당 2~3만원씩 받고 있으며 많게는 10만원 이상을 받는 도우미들도 있다.

시급남편대여업체의 대표 이모(35)씨는 “기존 대행업체와는 달리 불법적, 불건전 대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생활서비스를 지향한다”며 “시급남편이라는 외국서비스를 우연히 알고 우리나라에 적용시켜 기존 잔심부름 업체와는 차별성을 둔 업체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딱 하루, 파티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오피스텔 렌트’도 성업 중이다. 평수에 따라 10~25명 이내의 인원이 이용할 수 있으며 대여시간은 3시간~24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20~50 만원의 대여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처럼 ‘렌털 라이프’에 익숙한 소비자가 늘면서 렌털 시장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렌트가 트렌드라고 해서 “무조건 빌려”라는 식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렌털 서비스 성황 속
제도적 보완 필요

실제 슈퍼카 렌트영업은 불법이다. 현행법상 번호판에 영업용을 뜻하는 ‘허’자가 없는 차량은 대여할 수 없게 돼 있다. 업체와 이용자 간에 분쟁이 생길 경우에도 해결할 방법이 없을 뿐 아니라 사고라도 난다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애완견 대여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동물자유연대는 “반려동물을 빌려주는 업체가 속속 생기고 있다”며 “개 렌털은 (애완견을) 학대에 방치시키는 행위이며 심할 경우 (애완견이) 사이코패스에게도 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기불황 속 렌트업들이 성업하고 렌털족이 새로운 구매주체로 부상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지만 그에 반해 법적으론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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