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파문' 격랑 휩싸인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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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파문' 격랑 휩싸인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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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조준호 공동대표가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몸집 불리자마자 ‘진통’ 겪는 ‘통진당’

홍정순 기자  2012.05.07 11:58:14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통합진보당이 또다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간 당 내부에서 일었던 비례대표 경선의 부정선거 논란이 사실로 확인되면서다. 특히 부정선거 홍역은 앞서 관악을 지역의 야권 후보단일화 경선과정에서 벌어진 여론조작파문에 이은 두 번째다. 부정선거의 배후로 당권파인 구 민노당 계열이 지목되자 사태는 파벌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부정선거에 이은 집안싸움으로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통진당의 사정을 면밀하게 해부했다.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불어난 몸집을 가누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부정선거에 이은 파벌싸움 등 총체적 난국에 직면하면서다. 지난 4ㆍ11 총선에서 야권연대로 13석이라는 값진 열매를 수확해 제3당으로 도약한 통진당. 하지만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터진 악재들에 당이 휘청거리는 상태다.

계속된 악재는 성장통?

선거가 끝나자마자 들이닥친 첫 번째 악재는 당 내부의 폭로에서 비롯됐다. 지난 4ㆍ11 총선 직전 비례대표 경선에서 순위조작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비례대표 경선은 지난 3월14~18일 온라인투표와 현장투표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부정투표가 저질러졌다는 것.

즉 통진당은 비례대표 경선 당시 온라인 투표에서 2위를 한 노항래(국민참여당 출신) 후보를 비례대표 10번으로, 대신 윤금순 전 민노당 최고위원과 이석기 전 민중의 소리 이사를 각각 1, 2번에 배치하며 순위를 조작했다는 얘기다.

국민참여당 출신의 이청호 통진당 금정구 지역위원장 역시 당 홈페이지를 통해 민노당 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해온 전산관리업체가 이번 비례대표선거 실무를 맡았으며 민노당 출신 인사의 지시로 투표가 진행되는 도중에 온라인 투표내용을 알 수 있는 ‘소스코드’를 세 차례 열람했다고 폭로했다.

비례대표 선거 당시 지역선관위원으로 일했다는 또 다른 인사도 게시판에 “내가 직접 선거관리에 참여한 현장투표소 3곳 중 1선거구에는 투표소 위에 특정후보의 대형사진이 붙어 있었으며 2선거구에는 투표함에 봉인이 안 돼 있었고, 3선거구에는 투표용지에 날인이 없어 누가 투표했는지 확인이 불가했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실제로 통합진보당 현장투표에선 선거인단 수보다 투표자 수가 더 많은 투표소가 7군데나 발견되기도 했다.

이 같은 폭로가 줄을 이으며 몸살을 앓자 당은 총선직후인 지난 4월12일 조준호 통진당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즉각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이에 조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4ㆍ11 총선 당시 당내 비례대표 경선 현장투표가 진행된 7곳의 투표소에서 부정선거가 벌어졌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며 부정선거가 이뤄진 점에 대해 사과를 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온라인투표 과정에서 서버가 두 번 다운되는 일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소스코드 열람이 몇 차례 이뤄진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내 비례대표 선거 부정논란 사실 확인…도덕성 타격    
총선 열매 수확으로 몸집 불어나자 집안싸움 집중조명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진보정당에서 군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상자치기’ 투표가 버젓이 자행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은 배가됐다. 때문에 통진당은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됐다.

게다가 문제는 통진당의 부정선거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3월 이정희 공동대표가 관악을 지역에서 김희철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경선을 치르면서 여론조작 시도가 들통난 적이 있다. 때문에 이 대표가 나흘간 버티다 후보직을 사퇴해야만 했다. 이어 지금의 비례대표 순위조작까지 잇따라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인 것.

무엇보다 이번 비례대표 순위조작 파문은 당 내부의 폭로에서 터져 나온 데다 국민참여당 출신 인사들이 주로 제기한 상태다. 때문에 당권을 둘러싼 계파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통진당은 현재 형식적으론 이정희(민노당)·심상정(진보신당)·유시민(국민참여당)·조준호(민주노총) 공동대표 체제다. 하지만 당권은 ‘범경기동부연합’으로 불리는 민노당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부정선거 사태에 대한 수습을 두고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가 사퇴를 거부하며 거센 후폭풍을 예고한 상태다.
▲부정선거 사태에 대한 수습을 두고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가 사퇴를 거부하며 거센 후폭풍을 예고한 상태다.

때문에 이번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역시 당권파인 민노당 계열 인사들이 당 장악을 위해 자신의 계파 인사들을 앞부분에 포진시키려고 조작하다 발생한 것으로 보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진보신당의 한 인사는 “2006년 민노당 대표 선거 때도 특정정파가 참관인을 동행하지 않은 채 자신들에게 유리한 곳에 ‘잠깐 투표소’를 설치한 뒤 대거 투표하게 했다”며 “당시에는 (민노당이) 소수당이고 계파가 복잡하지 않았지만 통진당의 통합과정에서 여러 계파가 참여했고 이제 원내 3의 정당으로 도약하며 집안싸움의 크게 확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계파 간 싸움으로 치달아

하지만 부정선거 사태에 대한 수습을 두고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가 사퇴를 거부하며 거센 후폭풍을 예고한 상태다. 게다가 부정투표로 순번이 뒤바뀐 비례대표 1만 사퇴의사를 밝혔고 2번 이석기ㆍ3번 김재연 당선자 역시 사퇴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온책이라는 비판여론과 함께 부정경선의 책임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간의 공방이 더욱더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당내 비주류 세력들은 이 같은 조치에 즉각 반발해 검찰 고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통진당은 당의 명운을 검찰 손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통진당은 또 오는 6월3일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당권 장악을 위한 계파 간의 권력다툼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고되며 더 큰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제 갓 몸집을 불리며 제3정당으로 도약한 통진당이 부정선거에 따른 이미지 쇠락과 불신여론을 어떻게 만회하고 계파 간의 화합을 통한 위기극복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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