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승려 '억대 도박' 파문 일파만파

한국뉴스


 

조계종 승려 '억대 도박' 파문 일파만파

일요시사 0 1107 0 0

"나무아미타불 밤새움보살"

한종해 기자  2012.05.14 11:40:37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한국 불교 최대 교파인 조계종 스님들이 밤새 억대 도박을 벌인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들 중에는 서울 유명 사찰의 주지스님과 조계종 고위간부도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조계종 총무원에 근무한 적 있는 한 스님이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와 관련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10일 부·실장급 스님 등 6명이 일괄사퇴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터져 나온 불미스런 스님 도박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은 조계사 주지스님 등 조계종 소속 승려 8명이 술과 담배를 즐기며 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조계종 총무원 소속이었던 성호스님(전북 진안사 전 주지)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토진스님 등 승려 8명은 지난 4월23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전남 장성의 한 관광호텔 스위트룸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13시간 동안 포커 도박판을 벌였다.

49제 '핑계' 포커 '매진'

성호스님은 "하룻밤 20만원짜리 스위트룸에서 수억원의 판돈을 걸고 포커도박을 하는 것은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 등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해 달라"며 "종교가 사회를 계도해야하거늘 사회의 지탄대상이 돼서야 되겠느냐. 사즉생 생즉사, 위법망구의 심정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도박판이 열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4월23일은 백양사 전 방장스님의 49제 전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도박을 벌인 승려들은 전 방장스님의 49제에 참석하기 위해 당시 장성에 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호스님은 도박 현장이 찍힌 13시간 분량의 몰래카메라도 검찰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성호스님이 제출한 이 동영상에는 반소매 차림의 스님들이 호텔방에 앉아 일제히 카드 패를 들여다보고 있다. 펼쳐진 담요 위에는 판돈이 수북하게 쌓여 있고 군데군데 맥주병도 보였다. 스님들 중에는 담배를 피우며 도박에 열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사태를 최초로 알린 <불교닷컴>은 "손에는 하트, 다이아몬드, 클로버, 스페이드가 새겨진 카드를 들고 일부는 입에 담배를 물었다. 만원권부터 오만원권들을 배팅하며 카드놀이에 열중한 스님들은 날이 새는 줄 몰랐다"며 "밤 9시10분께 룸서비스를 청했는지 술과 안주도 배달됐다. 카드놀이 삼매경(?)에 빠진 스님들의 스위트룸에 술심부름을 하던 재가자가 멀뚱멀뚱 바라보며 술과 안주를 전해주곤 빠져나갔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밤이 깊을수록 하나 둘 게임에 동참, 밤 10시40분께는 총 8명으로 늘었다. 한 명의 스님을 제외하곤 모두 손에 카드를 들었다. 한 판이 끝날 때마다 승자는 의기양양하게 지폐들을 쓸어 자기 무릎 아래로 옮겼다"며 "이날 호텔방에서 노름을 한 스님들은 종회의원, 전 종헌기구의 위원, 말사 주지 등으로 알려져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고 말을 이었다.

동영상 입수 경위에 대해 성호스님은 "불당 앞에 누군가가 USB(이동식저장장치)를 놓고 갔다"며 "확인해보니 충격적인 내용이어서 고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고발된 8명의 승려 중에는 조계사 주지 겸 중앙종회의원인 토진스님과 부지주인 의연스님이 포함돼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불교계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고위직에 속하는 인사다. 이밖에도 전 종헌기구의 의원, 말사 주지 등이 도박판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음주·흡연하며 13시간 포커
'몰카'에 충격적 모습 그대로 담겨… 8명 고발

성호스님은 "토진스님 같은 중앙종회 의원은 중앙종회 동의를 받지 않으면 징계를 받지 않는 '불징계권'이 있어 교계의 호법부를 통해서는 징계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검찰이라는 공권력을 통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고발장 접수 이유를 밝혔다.

토진스님은 2010년 3월 조계사 주지로 임명됐고 지난 5일 건강을 이유로 조계사를 떠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계종 호법부가 '억대 밤샘 도박' 진상조사에 나서자 서둘러 사퇴한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토진스님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와 관련 참여불교재가연대는 지난 9일 논평 발표를 통해 "도박과 비밀촬영 모두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조계종 스님들이 하필 열반에 드신 교구본사의 방장스님 49제에 참석해 도박판을 벌였고 이것이 계획적으로 촬영된 동영상으로 밝혀졌다. 도박은 승속을 떠나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부도덕한 사회문제"라고 토로했다.

재가연대는 또 "이 사건이 반대 파벌에 의하여 계획적으로 촬영된 동영상으로 불거졌다고 하니, 모두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조계종 관계자는 "승려들의 도박 행위는 조계종 내 징계를 맡고 있는 호법부에서 조사 중인 사건이다"며 "관련자들을 불러 실제로 도박 행위가 이뤄졌는지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또 "아직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라며 "도박에 참여했다는 스님들의 얘기가 약간 달라 진위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지승 총무원장 스님은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을 즉각 전원 소환조사해 종헌 종법에 따라 엄벌하라"고 지시하고 "특히 자성과 쇄신, 천일정진 중인 지금 시기에 스님들의 도박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계종에서 최고 어른격인 종정스님은 지난 9일 부처님 오신 날 봉축 기자회견에서 도박 승려들에 대해 "삭발염의하고 시줏밥 먹을 자격이 없다. 먹물 옷 입을 자격도 없다"며 "출가자로서 우를 범하고, 못난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문제가 된 승려들의 승적 박탈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몰카' 반대파벌 음모?

한편 성호스님의 고발로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하자 조계종 총무원의 부·실장급 간부 승려 6명이 지난 10일 일괄사표를 제출하고 짐을 정리해 총무원을 떠났다. 총무원은 이에 따라 부실장과 차·팀장이 업무를 대행키로 하는 등 조계종은 부처님 오신 날을 보름 정도 앞두고 최악의 사태에 요동치고 있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