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금고지기’ 수사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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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금고지기’ 수사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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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재현?…또 덮친 검풍에 안절부절

김성수 기자  2012.05.17 15:48:28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담철곤 회장의 비리로 큰 곤욕을 치렀던 오리온그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서다. 일단 수사선상에 담 회장의 최측근이 올랐다. ‘불똥’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려 구속된 담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검풍’에 휩싸인 오리온그룹. 한숨 돌리나 싶더니 또 다시 큰 시련에 맞닥뜨리게 됐다.

포천 골프장 추진하면서 회삿돈 횡령 정황 포착
인허가 과정 의혹…정관계 로비 여부 수사 확대

검찰이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스포츠토토를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이날 오전 서울 논현동 스포츠토토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USB메모리 등을 압수했다. 이와 함께 관계사 사무실과 임원들의 자택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스포츠토토가 골프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금액이 수십억원대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에 이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회계자료 등 압수
사업비 뻥튀기 조사

검찰은 스포츠토토가 2007∼2008년 골프장사업 진출을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를 인수하고 포천에 골프장 부지를 매입하면서 회사돈이 빼돌려 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골프장 땅값과 자회사 인건비, 사업비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골프장 부지매입과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관할 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 의혹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비자금 조성에 오리온그룹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나아가 골프장사업 진출을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압수물 분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분석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수사선상에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을 올려놨다. 조 전 사장이 돈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조 전 사장의 자택과 사무실도 압수수색한 검찰은 지난 9일 “조 전 사장이 스포츠토토 등에서 회사 공금을 횡령한 단서를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계장부를 조작해 빼돌린 자금이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골프장사업 진출을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인 지파인딩 인수를 추진한다는 명목 등으로 스포츠토토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사장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급여, 관리비, 고문·자문료 명목으로 지파인딩 자금과 부동산 매수대금,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크레스포 자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스포츠토토가 2009년 지파인딩, 크레스포로부터 차입한 수백억원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횡령 등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토토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위탁 사업자다. 축구·야구·농구 등 운동경기의 스코어와 승패를 예측해 베팅하면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하는 복권을 발행한다.
오리온그룹은 2008년 7월 스포츠토토를 통해 부동산 개발업체인 지파인딩(전 인베이스개발)을 인수해 계열사로 추가했다. 당시 매매가는 102억6000만원이었다.

오리온그룹은 스포츠토토 지분 66.64%를 소유한 최대주주. 스포츠토토는 지파인딩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지파인딩은 골프장 운영업체인 크레스포(전 인베이스포천)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지파인딩과 크레스포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골프장을 아직 오픈하지 못해서다. 오리온그룹은 당초 증손자회사인 크레스포를 통해 경기 포천 군내읍 직두리에 27홀 규모의 골프장(150만㎡·약 45만평)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크레스포는 2007년 12월 포천시에 골프장 개발을 위한 인·허가를 신청했다.

포천시는 “급증하는 국민 여가수요와 골프수요에 대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및 소득증대에 기여하기 위해 체육시설(골프장)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했다”며 골프장 일원을 계획 관리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고 도시시설을 체육시설인 골프장으로 결정하는 계획을 입안해 경기도에 결정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2010년 본격적으로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는 “골프장 부지에 보존산지가 많아 산림훼손 및 환경파괴 위험이 있는 등 골프장 건설목적으로 도시관리계획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계획관리지역면적이 50%가 넘지 않아 관계법령에 저촉된다”며 포천시의 도시관리계획안을 부결시켰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진통을 겪다 결국 지난해 5월 18홀(123만6376㎡·약 38만평)로 축소된 골프클럽을 조성하는 내용의 사업안이 의결되면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 골프장은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사업을 주도한 인사가 바로 조 전 사장이다. 조 전 사장은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지파인딩 대표이사를 맡았다. 현재 김모씨와 함께 크레스포 공동 대표이사를 역임 중이다.

조 전 사장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대외에 얼굴은커녕 간단한 프로필조차 공개된 적이 없다.

여러차례 진통 겪다
작년 5월 허가 받아

다만 전현직 오리온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 전 사장은 전략통이자 재무통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온 막후 실력자다. 그룹 내부에선 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오리온 집사’또는 ‘오리온 금고지기’로 통한다. 그를 ‘삼성 집사’이학수 삼성물산 고문에 비교하기도 한다.

경신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80년대부터 오리온에서 근무한 조 전 사장은 그룹 몸집을 늘리는데 주도적역할을 하는 등 오리온그룹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인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일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2000년대 들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구세력’이 대부분 숙청될 당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더 잘나갔다. 한때 온미디어 등 1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의 등기이사를 겸임하기도 했다.

조 전 사장은 지난해 말까지 해외사업 등 그룹 전략부문을 진두지휘하다 현재 휴직 상태로 알려졌다.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오리온 주식 2000여주를 장내매도 형식으로 팔아 16억원을 챙겼다.

전직 계열사 한 임원은 “조 전 사장은 그룹 전반의 자금줄을 훤히 알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은둔의 전문경영인’으로 불리던 조 전 사장이 유명세(?)를 탄 것은 오리온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다. 담 회장은 회삿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는 등 총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지난해 6월 구속됐다.

검찰은 “담 회장이 계열사 법인자금으로 고가의 작품들을 자택에 설치하는가 하면 외제 고급차도 굴렸다”며 “또 회삿돈으로 집사와 가정부 등을 두는 황제생활을 누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수십억∼수백억 감쪽같이 증발
수사선상에 담철곤 측근 올라

검찰은 지난해 9월 담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고, 한달 뒤 1심 재판부는 대부분의 공소 내용을 유죄로 판단해 담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담 회장에게 실형을 때리면서 “계열사를 사유물로 여기는 범행을 했다”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질책해 눈길을 끌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 1월 담 회장은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의 항소에 따라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조 전 사장은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혐의로 담 회장에 앞서 구속됐다. 검찰은 조 전 사장에게 2006년 서울 청담동에 ‘청담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40억여원의 사업비를 빼돌려 서미갤러리와 그림 거래를 하는 것처럼 가장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적용했다.

또 오리온그룹에 포장용기를 납품하는 I사의 지분을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인 해외법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20억여원을 횡령하고 30억여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았다. 조 전 사장은 담 회장을 비롯해 오리온그룹 주요 임원들이 외제 고급차량을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룹 각 계열사의 법인자금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사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담 회장과 함께 풀려났다.

오리온그룹은 이번 검찰의 수사 배경과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포츠토토가 알짜 계열사라 그렇다. 스포츠토토는 해마다 1200회 이상 복권을 발행해 2조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며, 순이익이 연 2000억원에 달한다.

자칫 포천 골프장 등 레저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개편 로드맵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2001년 동양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기존의 제과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외식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베니건스, 온미디어, 메가박스 등을 잇달아 매각하면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그 신호탄이 레저업 진출이었다.

‘금고지기’ 조경민
‘검은돈’ 조성 의혹

뿐만 아니다. ‘오리온 순항’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 소비심리 위축, 업체간의 경쟁 심화, 유통업체의 대형화 추세로 인한 교섭력 저하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년대비 14% 증가한 757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실적에 대해 ‘장밋빛’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가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오리온그룹은 담 회장이 풀려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검풍’에 휩싸여 바짝 긴장한 눈치다. 한숨 돌리나 싶더니 또 다시 큰 시련에 맞닥뜨리게 됐다. 만약 검찰의 수사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거나 윗선으로 번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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