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앞세운 '영계노래방' 잠입취재

한국뉴스


 

<현장르포> 미성년자 앞세운 '영계노래방' 잠입취재

일요시사 0 3062 0 0

딸 같은 '영계도우미' 만지고 벗기고 "이게 뭡니까!"

한종해 기자  2012.05.18 13:50:40

[일요시사=특별취재팀]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러 퇴폐영업을 하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유사성행위를 제공하고 성매매를 부추겨 2차를 나가기도 하는 상황이다. 최근 인천지역에서는 미성년자를 여성도우미로 소개하고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유흥업소 업주를 폭행한 조직폭력배 32명이 검거된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은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14~16세의 가출청소년 200여 명을 모집해 원룸 등에 합숙시키는 등 기업형으로 운영하면서 이중 2명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일요시사>에 한 가지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모처에서도 미성년자가 도우미로 들어오는 노래방이 있다"는 것이었다. 남자만 타고 있는 차에 호객꾼이 접근하는 방식으로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먼저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차를 몰고 서울 강북의 모처로 향했다.

마침 어버이날이던 지난 8일 오후 6시, 기자는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고 미성년자 도우미가 출몰한다는 서울 강북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신호대기 중인 차에 호객꾼이 접근한다"는 제보자의 말을 따라 해당 블록을 무한정으로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자의 차가 5~6바퀴를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호객꾼은커녕 잡상인 한 명 접근하지 않았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생각한 기자는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제보지역이 잘 보이는 한 커피숍에서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접근한 호객꾼
"영계도 있어요"

어느덧 밤 10시, 기자의 눈에 신호대기 중인 검정색 승용차에 접근하는 한 남성이 들어왔다. 조수석 창문을 통해 운전자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던 호객꾼이 신호가 바뀌자 뒤로 물러났고 승용차는 자리를 떴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몇 차례 더 발생했고 기자도 다시 차를 타고 해당 지역을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커피숍에서 봤던 호객꾼이 기자의 차로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

"노래방 한번 안 가실래요? 가격 흥정 가능하고 오늘 물도 좋은데…. 영계도 있어요. 원하는 스타일 말씀하시면 딱 맞게 불러드릴게요."

고민하고 말고 할 시간도 없었다. 주변 차들이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신호가 바뀔 때가 다 된 것 같았다. 이때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묻자 호객꾼이 곧장 조수석에 올라탔다.

"제가 알려드릴게요. 조금 직진하시다가 우측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호객꾼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차를 이동시켰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차는 어느 주택가로 들어섰다. 그동안 호객꾼은 끼고 있던 이어폰으로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근처 공간에 차를 주차하고 호객꾼을 따라 한 빌라의 지하로 들어섰다. 1층은 상가, 2~4층은 주거용으로 보였다. 간판은 없었고 지하로 통하는 계단은 조명이 없어 칠흑같이 어두웠다. 천장에 보이는 붉은 불빛이 CCTV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양말에 운동화 신은 도우미 여성, 알고 보니 16살
미성년자 노래방, 주택가 한 가운데 버젓이 영업

안에서 열어줬던 철문은 기자가 들어서자 다시 굳게 잠겼다. 내부는 평범한 노래방이었다. 눈에 잘 보이는 데에 부착돼있어야 하는 사업자등록증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여느 노래방과 다르지 않았다.

시각은 11시30분께. 손님은 기자 한 사람뿐이었다. 카운터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남성을 따라 작은 방으로 들어섰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개시 손님이시니 조금 저렴하게 해드릴게요."

제보자의 조언대로 "영계가 있느냐?"고 물었다. 남성이 채 대답하기 전에 머쓱해진 기자는 맥주 5병을 시키고 시간은 1시간 단위로 해서 10분 남았을 때 별말 없으면 알아서 1시간씩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알고 오신 것 같은데 어떤 스타일로 불러드릴까요?"

"가장 어린 친구로 불러 달라"고 답했다. 중학생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자의 대답을 들은 남성이 고개를 숙이고 방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기자는 테이블에 있던 메뉴판을 살펴봤다. 기자가 시킨 맥주 5병은 4만원, 노래방 비용은 시간당 1만5000원이었고 도우미비용은 시간당 2만5000원이었다. 합이 8만원. 일반 노래방 비용보다 저렴했다. 노래방 영업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5분여가 지났을까? 주문을 받은 남성이 술과 간단한 안주를 들고 들어왔다.

"1시간 넣어드렸고 아가씨는 5분 정도 후에 도착할 겁니다."

문 열고 들어온 도우미
"열여섯 살 혜미예요"

노래방 화면을 보니 60분이 찍혀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겉보기에도 앳된 모습의 한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성인 도우미들처럼 야한 옷차림은 아니었지만 운동화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화장도 진하지 않았다. 일부러 어린 모습을 강조한 것처럼 보였다.

"안녕하세요. 혜미예요. 나이는 열여섯 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열여섯 살이라면 중학교 3학년이라는 말. "최대한 어린 친구를 불러 달라"고 했다는 업주의 말을 듣고 더 나이를 어리게 말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기자의 앞에 서있는 도우미는 열여섯 살임을 충분히 짐작케 했다.

인사를 마친 혜미는 기자의 옆에 찰싹 붙어 앉아 맥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삼촌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기자를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불렀다. 술잔을 들고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이끌어 가는 그녀의 모습은 이번일이 처음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10대 가출소녀 200명
합숙시켜 도우미 공급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시간이 추가되고 맥주 3병이 들어오자 혜미가 '대딸'과 같은 유사성행위 서비스를 해줄 수 있다고 했다.

"손으로? 입으로? 말씀만 하세요. 2차도 가능하기는 한데 밖으로 나가지는 않아요. 여기서는 가능한데…. 대딸은 3만원이고 그거(?)는 그때그때 달라요."

최대한 태연한 척 말하려는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런 일을 해도 학생은 학생이었다. 술기운에 얼굴이 붉어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기자의 눈에는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안타까웠다. 최고로 어린나이가 16세라면 17, 18, 19세 고등학생도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이런 일을 알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였다.

사정이 궁금했다. "언제 일이 끝나느냐"고 물었다.

"딱히 정해진 시간은 없어요. 출근 시간도 없고 퇴근 시간도 없어요. 집에 있거나 친구들과 있다가 전화가 오면 출근하면 돼요. 방금 전에도 친구들이랑 있었어요."

인천지역에서 검거된 기업형 영업은 아닌 듯했다.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아니면 안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제 합숙이나 폭력도 없다고 했다.

화면을 보니 15분 가량 시간이 남아있었다. 혜미를 내보내며 "이제 나갈 것이다. 나중에 밥 한번 사주고 싶은데 전화번호를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혜미는 기자가 내민 휴대폰에 흔쾌히 자신의 번호를 남겼다. 술값은 모두 10만원이 나왔다.

계산을 하는 기자의 등 뒤로 여러 노랫소리가 뒤엉켜 흐르고 있었다. 세팀 정도 손님이 와 있는 듯 했다. 현금을 내밀며 "고등학생도 있느냐? 어디에서 저런 어린 친구들을 구하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지들이 찾아 와요. 일 하고 싶다고. 그게 손님들을 통해 알려지죠. 오는 애들 막지 않고 가는 애들도 잡지 않아요. 그래도 일하겠다는 애들이 더 많아요. 거의 이 근방에 사는데 저희는 연락처만 받아놓고 손님이 원하면 불러주죠."

"다른 곳이 또 있나. 다음번에 또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고 물었다.

대기 중인 차에 접근한 호객꾼 "노래방 안 가세요?"
"대딸도 가능해요…손으로? 입으로? 말씀만 하세요"

"있죠. 제가 알기로는 이 근방에만 세군데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워낙 쉬쉬해서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손님 휴대폰 번호를 남겨주시면 영업하지 않는 날은 미리 문자를 드려요. 영업시간은 저녁 10시부터고 오시면 확인하고 문 열어 드릴게요."

이 업주의 말에 따르면 도우미로 일하는 어린소녀들은 대부분 가출청소년이다. 이들은 잘 곳을 마련해 주는 등 약간의 편의만 제공해주면 말을 잘 들을 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신고를 안 한다고 한다. 또한 이런 '영계'들을 찾는 손님들이 물어물어 찾아오면서 일반 성인 접대부를 쓰는 업소에 비해 수입이 더 좋다고 한다. 수익 배분은 도우미비용 2만5000원 중 5000원만 업소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모두 도우미 차지라는 것.

"우리는 장소만 제공해주는 거죠. 애들이 그 안에서 무엇을 하던 상관하지 않아요. 대딸을 하든 섹스를 하든 그에 대한 수입은 절대 터치하지 않아요. 우린 전혀 상관없어요."

어린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업주를 뒤로 하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앞에도 주택, 뒤에도 주택, 옆에도 주택이었다. 주택가에서 버젓이 불법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미성년자 도우미 문제는 비단 기자가 방문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일 인천 주안역 일대 유흥가를 장악하고 10대 가출여성 200여 명을 유흥업소 도우미로 고용해 봉사료 착취는 물론 성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러 오다 경찰에 적발된 조직폭력배와 보도방업자들은 사회의 큰 충격으로 다가온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의 모 폭력조직 추종세력인 A씨는 10대 도우미 공급 독점을 위해 지난해 5월 주안동 2030거리와 카페골목에서 활동하는 보도방 업주와 조직폭력배를 규합해 '주안보도연합파'를 결성,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쪽지를 무작위로 보내 미성년자 200여 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업주 1명이 승합차에 미성년자 10여 명씩을 데리고 다니며 1일 평균 30만~40만원씩 월 1000여만원의 불법수익을 올렸으며, 미성년자들이 도우미로 일하면서 받은 수입의 40%를 소개비 명목으로 뜯어냈다.

또 이들은 업소를 돌며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일삼고 미성년 여자도우미 2명을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선 지난해 9월에는 미성년자를 익산시내 노래방과 단란주점 등에 알선해준 혐의로 폭력조직 '배차장파'와 '중앙동파' '구시장파' 행동대원 6명 가운데 4명이 구속되고 2명이 불구속 입건된 사건도 발생했다.

업주와 도우미
"누가 더 나쁠까?"

또 노래방과 단란주점, 유흥주점 업주 20여 명은 폭력배들이 보내준 여성들이 미성년자인 것을 알면서도 업소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접객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이런 미성년자 도우미 문제는 어른들의 문제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강요와 협박에 못 이겨 도우미에 종사하는 어린 소녀들도 있겠지만 기자가 만났던 그날의 혜미양은 본인 스스로가 원해서 하는 듯 보였다. 또 해당 업주의 "일하겠다고 찾아오는 애들이 많다"는 말은 미성년자도우미들이 본질을 보지 못하고 돈에 눈이 멀어 헤매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기자가 미성년자도우미 업소를 방문한 날은 어버이날이었다.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격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범국민적 기념일에 기자는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사회의 병폐를 직접 목격해야 했다. 일부 이익만을 쫒는 불법노래방업자와 돈 만을 바라보고 잘못된 성의식을 가지며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미성년자도우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