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발 사정 추적‘다음 타깃’ 대기업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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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발 사정 추적<上>‘다음 타깃’ 대기업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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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게임은 이제부터” 검풍 재계 전방위 확산 조짐
‘블랙리스트’ 오른 5∼6곳 정보라인 풀가동 대비


본게임은 이제부터다. 검찰의 매서운 칼날이 재계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한화그룹, 태광그룹, C&그룹 등 대기업들을 잇달아 털고 있는 검찰은 아직 배가 고픈 모양이다.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발 ‘사정 폭풍’이 언제 어디로 휘몰아칠지 몰라서다. ‘다음 타깃’은 어딜까. 그동안 말 많고 탈 많았던 기업들을 중심으로 검찰의 칼날이 닿을 만한 곳을 추려봤다.

재계를 향한 검찰발 사정폭풍이 감지된 것은 지난 6월부터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지만, 대기업들이 굼뜬 움직임을 보이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개점휴업’에 들어갔던 대검 중수부가 1년4개월 만에 재가동되자 대대적인 ‘대기업 손보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재정비를 끝낸 검찰은 예전보다 더욱 예리해진 칼날로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그 신호탄은 한화그룹이다. 이어 태광그룹, C&그룹까지 검풍이 동시다발로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1년4개월 쉰 중수부
그동안 놀기만 했을까

그렇다면 검찰의 다음 타깃은 어딜까. 검찰과 재계, 정치권 안팎의 의견들을 모아보면 한화, 태광, C&에 이은 제4, 5의 ‘제물’로 유력한 대기업은 적게는 2∼3곳, 많게는 5∼6곳으로 압축된다. 다시 이들 기업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수사 방향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된다.

우선 그동안 검찰의 내사를 받았던 기업들이 위험하다. 한화, 태광, C&이 모두 같은 과정을 거친 이유에서다. 검찰은 1년전부터 횡령, 비자금, 특혜, 로비 등 기업들의 고질적인 비리 첩보를 입수, 비밀리에 내사를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기업들이 도마에 오르내렸다. 의문과 소문만 키운 채 구린내만 풍기다 수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는 대표적인 사건이 A그룹과 B그룹의 비자금 의혹이다.

검찰은 지난해 A그룹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해 내사에 나섰다. A그룹은 여러 회사를 인수·합병(M&A)하면서 인수대금을 부풀려 ‘검은돈’을 마련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 A그룹 오너가 측근들의 차명으로 설립한 회사를 비싸게 되사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는 의혹도 있었다. 당시 증권가를 중심으로 A그룹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까지 나돌았다.

‘A그룹은 국내 ○○그룹이다…M&A로 비자금을 채웠다…오너인 ○○○회장이 직접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검찰이 A그룹을 대기업 길들이기 본보기로 삼았다….’

A그룹으로선 여간 당혹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맑은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 즉각 사태 파악에 나선 A그룹 본사엔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로 수많은 언론의 확인 요청과 주주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검찰은 내사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자칫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MB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수사를 일단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A그룹 관계자는 “검찰이 내사를 진행한 것은 부인하지 않겠지만 당시 아무런 혐의가 없어 사건이 종결됐다”며 “어디서 이런 헛소문이 나왔는지 몰라도 내부에서 확인한 결과 역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B그룹도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의 내사를 받았다. 검찰은 B그룹이 지난해 해외 현지 법인의 수입 부품 거래 과정에서 납품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200∼300억원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제보를 접수, 관련 정보와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B그룹의 비자금 중 일부가 오너의 개인용도로 사용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B그룹 내부 제보자가 구체적인 비자금 조성 수법과 함께 회사 내부의 회계자료 등 관련 서류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제2의 김용철 사태’로 비화 조짐마저 보였다.

B그룹 관계자는 “검찰의 비자금 내사설을 언론을 통해 알았을 정도로 비자금건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며 “결과적으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검찰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얘기도 근거 없는 낭설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갑자기 급성장한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검찰의 최종 표적이 전 정권 또는 전전 정권 인사로 향해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검찰은 기업의 비자금을 집중적으로 털고 있다. 정치인을 솎아내는 데 비자금만한 통로가 없다. 비자금이 곧 정·관계 로비로 연결돼서다. 검찰이 과거 정권의 특정 인사를 잡기 위해 그들로부터 특혜를 받거나 유착관계에 있는 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화, 태광, C& 수사도 각각 비자금을 조성해 이를 정·관계 인사에 뿌렸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비자금 종착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재계를 향한 검찰의 수사는 결국 정치인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가 아니겠냐”며 “검찰이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 불거진 각종 비리와 비자금 조성, 특혜·로비 의혹 등 구린내 나는 사건들을 다시 꺼내든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검찰은 “특정 시기, 특정 인물을 겨냥한 표적 수사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몸집을 크게 불린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이 시기 기형적으로 덩치를 키운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C그룹과 D그룹이 검찰의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 두 기업은 모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물론 전·현직 정치인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진짜 표적은 정치인
검은돈 종착지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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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그룹은 특혜 의혹을 사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쉽게 나서지 않았다. C그룹은 1990년대 말부터 추진한 경기도 일대에 리조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다. 이곳은 상수원 보호 지역으로 골프장이나 콘도와 같은 상업용 시설이 들어설 수 없었다. 해당 지자체와 환경부도 오염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리조트 사업을 반대했었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인 2004년 돌연 리조트 사업이 허가가 나면서 C그룹과 오너일가는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챙겼다. 이에 따라 거물급 정치인과 정부 고위 관료 등이 개입했다는 특혜설이 일었다.

당시 한 의원은 환경위 국감에서 “C그룹이 추진하는 리조트는 상수원수질보전지역 1권역에 위치하고 있어 환경정책기본법이나 수도권정비계획법상 허용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라며 “당국이 허가를 내준 것은 고위 인사가 뒤를 봐준 명백한 특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관련 회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2004년과 2006년, 2008년 세 차례에 걸쳐 수사에 나섰으나 별다른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이후 지난 3월 검찰에 ‘C그룹이 전 정권의 비호 아래 사업을 추진했다’ ‘C그룹의 수상한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갔다’등 C그룹의 비리 첩보와 제보가 수북이 쌓이자 재내사에 나서 충분한 증거와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옛 임원이 창업한 하청업체와 부당한 거래 중이다’란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진 국세청과 공정위도 C그룹을 잔뜩 벼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D그룹은 2000년 들어 급격히 성장했다. M&A 시장에 나온 매물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특혜설 등 의혹이 적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그때마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 이름이 오르내렸다.

D그룹은 최근 몇 년 새 건설사, 화섬업체, 보안장치업체, 테마파크 등을 잇달아 먹어 치우는 공격적인 M&A로 사세를 키웠다. 적극적으로 신사업에도 진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0년 10개도 안된 자회사는 지난해 30여개로 불었고, 자산과 매출은 같은 기간 10배 이상 올랐다. 재계순위도 10년 전 간신히 100위권에 올랐지만, 2007년 50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지난해 30위권 내로 뛰었다.

하지만 급하게 덩치를 키우면서 잡음도 많았다. M&A 자금 중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조달하면서 특혜 대출 의혹이 제기됐다. 또 한 업체를 시장 적정가격보다 2배가량 비싸게 사들여 논란이 일었고, 사실상 오너의 개인 회사를 인수하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들을 무리하게 동원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D그룹이 앞서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국세청은 지난 4월 D그룹의 지주회사에 대해 사전예고 없이 세무조사를 실시, 회계장부 등 관련 장부 일체를 영치해갔다. 세무조사를 맡은 곳은 다름 아닌 ‘대형사건 전담반’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부서도 아닌 4국이 세무조사를 진행했다면 뭔가 특별한 의미나 배경이 있을 것”이라며 “국세청 주변에선 D그룹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다는 얘기가 들려 검찰의 수사와 맞물릴 경우 예상보다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이 꾸준히 지적한 기업들도 ‘블랙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다. E그룹의 오너는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 수백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 금감원도 오너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발표할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알고 법인과 개인 명의로 회사 주식을 대량 매입해 차익을 낸 정황을 확보,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F그룹은 수천억원대 비자금 의혹으로 구설에 올라 검찰의 수사를 받았지만, 시민단체들은 수사 결과가 석연치 않다며 재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F그룹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개인재산을 관리해 온 오너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할 뜻을 밝혔으나 수사는 지금까지 제자리다.

‘불똥’ 대비 준비태세
검찰 동향 예의주시

검찰의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하면서도 혹시 모를 ‘불똥’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마냥 방치했다간 폭풍을 머금은 ‘칼바람’이 언제 어디로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정보라인을 풀가동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일부 기업은 ‘방패막이’로 영입한 법조인 출신의 임원들을 통해 검찰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모 그룹 한 직원은 “혹시 모를 검찰의 수사에 대비해 대관업무 담당 부서를 풀가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정·관계, 사정기관 등의 동태를 살피며 수집한 정보를 상부에 수시로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그룹 측은 “정보팀도 모자라 법조인 출신 임원들을 동원해 사정기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며 “꼭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괜한 구설에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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