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타깃’ 정치인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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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발 사정 추적 下> ‘다음 타깃’ 정치인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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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태광그룹 로비 정관계 인사 100여명 명단 입수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 ‘박지원 태광로비 몸통 의혹’  
 
때 이른 한파에 여의도가 얼어붙었다. 서초동에서 시작된 매서운 검풍이 전·현 정권과 인연을 맺은 기업들을 정조준한 탓이다. 검찰이 기업들의 비자금 수사를 넘어 정·관계 로비의혹까지 겨냥하면서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었던 정치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

결국 재계를 시작점으로 한 사정태풍이 여의도를 향해 몰아치게 된 것이다.
야권 거물급 인사가 ‘몸통’이라는 의혹에 이어 여야 핵심 인사 상당수가 검풍의 사정권 안에 들었다는 흉흉한 소문이 날로 살을 더해가고 있다.

여의도가 사정태풍에 숨죽이고 있다. 재계를 후려치고 있는 검찰의 날선 칼날이 정치인들의 목줄기를 노리고 있다는 풍문에 숨소리마저 가다듬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검찰은 한화·태광·C&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수사는 점차 ‘비자금 조성’에서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것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

기업 비자금 의혹
칼 끝은 여의도로 향해

특히 G20 정상회의 이후 한손에 꼽을 정도였던 기업비리 수사가 최소 5개에서 많게는 7개 기업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들 기업과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도 ‘곁바람’ 수준이 아니라 ‘태풍’급이 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이미 태광그룹과 C&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권을 향하는 모습을 보이며 일각에서는 검찰의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정치인 리스트, 이른바 ‘살생부’까지 등장하고 있다.

태광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케이블TV업체 큐릭스 인수 과정을 중심으로 한다. 태광그룹이 이를 위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 걸친 3~4년간 방송통신위에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광그룹이 로비를 펼친 정·관계 인사는 누구일까.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전 정권 핵심 인사를 태광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했다.

지난달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서 “(태광 사건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김대중 정부의) 문화부 장관을 했던 시절, 또 (노무현 정부의)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방송정책을 관장했을 때 의혹의 싹이 트지 않았느냐”고 주장한 것.

진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문화관광부 장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비서실장을 지내는 동안 태광그룹이 케이블 TV 회사로 급성장했다”며 “태광그룹은 2001년 이전 몇 개의 미디어 관련 계열사만 가지고 있었는데 2001년 7월 경기연합방송을 설립하면서 급격히 사세를 확장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진 의원은 또 “박 원내대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와의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밀양 라인’을 언급했는데 이분들은 사실 박 원내대표와 관련이 있다”며 “박 원내대표가 1996년 1월 ‘넥타이를 잘 매는 남자’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했는데 책 끝 부분에 도움을 준 인사를 말하면서 태광에서 성접대 의혹을 받은 신모 전 방송통신위원회 뉴미디어과장이 언급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내용을 봤을 때 신 전 과장이 모 잡지사에 기자로 재직하다 사직 후 쉬는 동안 박 원내대표의 책을 대필해 준 것”이라며 “박 원내대표가 실질적인 태광 로비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칼에는 눈이 없다
여도 야도 식은땀 줄줄

진 의원은 더 나아가 참여정부에서 활동했던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 이백만 홍보수석, 조창현 방송위원장, 최민희 방송위 부위원장, 정동채·김명곤 문화부장관의 태광 로비 연루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육하원칙에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태광그룹에 전혀 아는 사람이 없다”고 진 의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태광그룹과 전 정권 인사들간의 ‘인연’에 대한 소문은 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계 일각에서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전 정권 실세와 486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나눴다는 말까지 나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핵심 인사들이 포진해있는 민주당의 숨통을 바짝 죄어가고 있다.

‘성공한 로비’ 전 정권과 현 정권 핵심 인사 노렸다?
호남에 둥지 튼 기업에 칼 겨누자 민주당 ‘후덜덜’


정가 한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간보기’ 식으로 떠돌다보니 이호진 회장이 486 인사들과 가까웠다는 말에 486 정치인 상당수의 이름이 마구잡이로 사정 대상에 오르고 있는 상태”라며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계속되는 의혹에 상처만 깊어지고 있다”고 민주당의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 정권 인사들의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다. 태광그룹이 ‘특혜’를 받았다고 보이는 부분이 전 정권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케이블TV 사업 확장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청와대에 조직적으로 인맥 관리를 했다는 이호진 회장의 진술도 현 정권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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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내대표는 태광 로비의 배후로 ‘밀양라인’을 지목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태광그룹 사건을 제보한 사람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태광그룹을 위한 맞춤형 개정’이었다고 하는데, 당시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관계된 사람들이 전부 ‘밀양라인’”이라며 경남 밀양 출신 정·관계 인사들을 정조준했다.

태광그룹과 인연이 있는 여권 인사들도 ‘요주의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기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이 부의장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외삼촌이고 최 위원장의 아들이자 이호진 회장의 사촌인 이성호씨는 티브로드 간부를 지내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행정관으로 입성한 바 있다.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큼 전 정권도 현 정권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이호진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결과, 태광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수년 동안 관리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정·관계 인사 10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의도에 ‘살생부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C&그룹과 관련해서도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정·관계 로비를 의심할 수 있는 부분들도 여럿 눈에 띈다는 이유에서다.
그중 하나가 자금력이 취약했던 C&중공업이 전남도 조선업에 진출하게 된 경위다. C&중공업은 지난 2009년 1월 대한조선과 함께 퇴출과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돼 전남도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온 조선업은 물론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이뤄진 금융권의 대출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당시 C&그룹은 공격적인 인수 합병과 금융 위기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C&중공업의 문제이기도 했다. 총 60척의 선박을 수주했음에도 시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C&중공업은 C&그룹 임병석 회장과 C&그룹 계열사들의 연쇄적인 지분 관계에 있었던 만큼 ‘하나가 망하면 모두 망하는’ 위기에 처해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 지원받은 1조3000억원대의 대출이 상당부분 부당하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C&그룹이 자금난을 겪기 시작한 지난 2007년 우리은행에서 720여 억원을 부당 대출받았다는 내용의 감사원 자료를 넘겨받아 대출이 이뤄진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임병석 회장이 2008년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 금융권 대출 청탁을 한 단서를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L의원은 임 회장과는 상당기간 교류한 사이이며 금융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
하지만 ‘진짜’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호남 정치인들이다. C&그룹 창업주인 임병석 회장이 전남 영광 출신인데다 그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5개의 기업을 인수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렸다는 점 때문이다.

임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바다살리기 국민운동본부의 총재를 맡으며 정·관계 인사들과 만남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 일각에서 전 정권 실세였거나 임 회장 등 C&그룹 관계자들과 가까운 이들의 이름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전 정권 인사들 중 중진이상 거물급 인사들로 P, L, P, H 전·현 의원은 C&그룹이 정관계 로비용으로 제공한 법인카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차세대 정치인으로 꼽히는 L, S, Y 전·현 의원도 로비 명단에 있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

정치권을 떨게 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검찰이 수사 중인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 재개발사업 로비 의혹에도 여당 중진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 최근 친이계 핵심인 장광근 의원의 측근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한나라당을 긴장케 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최철국 의원의 보좌관이 한 소방시설 제조업체에서 한국전력에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이 경남 김해에 있는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최 의원에게도 돈이 전달됐는지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청원경찰모임, ‘청목회’의 국회 입법 로비 의혹도 주목받고 있다. 청목회가 청원경찰법 개정과 관련, 여야 의원 수십명에게 후원금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모두다 ‘쉿’
“꼬리 잡히면 죽는다”

검찰은 회원들에게서 8억원을 걷어 국회의원 후원계좌로 입금한 혐의로 청목회 회장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검찰이 정치권과 관련된 여러 건의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보니 사정 칼날이 언제, 어느 방향에서 튀어 나올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굵직한 사건들이 정치권과 얽혀 있는 만큼 봄이 돌아오기까지 사정 한파에 떨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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