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네버엔딩 비자금’ 까발린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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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네버엔딩 비자금’ 까발린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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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도 ‘내 돈’, 내 돈도 ‘내 돈’

김설아 기자  2012.06.18 10:30:22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17년여 만에 은닉 비자금을 추가로 털어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맡긴 400억원대의 비자금이 더 있다고 밝힌 것.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40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17년, 추징금 2628억원이 확정된 이후 물어야할 추징금이 231억원이 남아 있는 상태다. 언뜻 봐서는 뇌물로 받았을 비자금을 왜 스스로 실토하고 나선 것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실토 속사정과 과거 비자금 사건을 들여다봤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을 수사해달라며 대검찰청에 진정서를 냈다. 대통령 재임 때 서울 소공동 서울센터빌딩 매입과 강남 동남타워 신축 비용으로 신 전 회장에게 비자금 654억 원을 맡겼는데, 이 돈으로 불린 재산을 자신의 동의 없이 처분했다는 것이다.

사돈에 맡긴
비자금 폭로?

이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 비자금 가운데 230억 원이 신 전 회장에게 건네진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진정서 내용대로라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비자금 424억 원이 더 있다는 것을 노 전 대통령 스스로 밝힌 셈이다.

그 사이 신동방그룹 계열사인 정한개발이 빌딩을 계속 소유하면서, 2007년 이후 건물을 담보로 2개 저축은행에서 회사 명의로 150억 원 가량의 대출이 이뤄진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소공동 빌딩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150억 원을 대출해 개인 빚을 갚은 것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동남타워는 지난 1999년 한국통신에 매각됐다. 대검찰청으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상황이 이러자 노 전 대통령이 17년 넘게 숨겨온 거액의 비자금 존재를 공개하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뒷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은 미납 추징금을 납부하기 위한 순수한 의도라고 밝히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에 추징금 2628억 원을 선고 받았다. 같은 해 12월 사면·복권됐으나 추징금은 여기에서 제외됐다. 지금까지 총 2397억 원(91.2%)을 납부해 231억 원이 미납돼 있는 상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천2백5억 원의 추징금 중 5백30억 원만 낸 것과 대조적이다.

노태우 “사돈이 맘대로 쓴 비자금 424억 수사해 달라”
이혼 소송중인 외아들 재산정리·현충원 안장 ‘이중포석’

일각에서는 건강이 좋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이 사후 국립현충원 안장을 위해 추징금 미납이라는 걸림돌 제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희귀병인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뇌의 크기가 점점 축소되는 이 질환은 똑바로 걸을 수 없거나 어지럼증을 느끼게 되며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당초 노 전 대통령과 가족들은 병명을 밝히기 꺼려했으나 2008년 4월 국군서울지구병원에 입원하면서 언론에 공개됐다.

노 전 대통령의 외아들 재헌씨가 신 전 회장의 딸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재산 정리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은 1990년 결혼했다 최근 홍콩과 한국 법원에서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두 사람의 소송이 본격화 되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노씨 부부의 이혼소송을 통해 양가에 얽혀 있는 재산 관계가 정리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내역이 추가로 공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앞으로 돈을 돌려받기 위한 민사소송을 대비한 사전준비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노 전 대통령과 신 전 회장이 사돈 간이긴 하지만 자녀들의 이혼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노 전 대통령이 소송을 통해 나머지 비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잘~나가는 SK와
거리두기?

노 전 대통령의 사위가 회장으로 있는 SK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신동방그룹이 밉보이자 미련 없이 버리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권력이 있는 집안과 돈이 있는 집안이 결합해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협력하였지만 권력이 사라지고 난 지금, SK는 그 권력을 이용해서 거대 공룡기업이 됐고 신동방그룹은 권력을 십분 활용하지 못했다. 결국 두 기업의 ‘덩치’차이가 지금처럼 ‘돈’을 두고 싸움을 벌이는 상황까지 만들었다는 것. 실제 노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와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그 많았던 스캔들과 각종 사건 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트위터에는 “도대체 얼마를 해드신 거야?”, “이혼하기 전에 돈 내놔라 이거군”, “검찰이 찾아주면 추징금 내고도 남는 장사”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꼬리가 처음 밟힌 것은 지난 1993년 동화은행장 비자금사건 때였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함승희 검사(전 민주당 국회의원)는 안영모 동화은행장의 비자금 계좌를 추적하던 중, 노태우 정권 시절 청와대 경호실장이던 이현우가 안 행장으로부터 2억1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시작으로 더 캐 들어가다 보니, 이 실장이 안 행장으로부터 3000만원씩 7차례에 걸쳐 받은 돈은 은행장 연임을 위한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바로 노태우 비자금 1000억원을 1991년 3월 동화은행에 예치해준 데 대한 대가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즉 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주변 측근· 재벌· 금융권 등이 유착하여 대규모의 정치자금을 형성한 ‘노태우 비자금’은 이미 1993년 4월에 1000억원 이상이 발견됐던 셈이다.

군부정권의
부끄러운 자화상

이후 1995년 10월, 박계동 전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노 전 대통령의 숨겨놓은 비자금을 폭로했다. 박 전 의원이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에서 (주)우일양행 명의로 예치된 110억원의 예금계좌 조회표를 제시, 노태우 비자금 4000억 원이 여러 시중 은행에 차명계좌로 분산 예치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백일하에 들어났다.

급기야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기업체로부터 5천억 원 가량을 받아 1700억원 가량이 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수사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기업체로부터 3500억 원을 받았고, 1987년 대통령 선거를 위해 조성한 자금 중 사용하고 남은 돈과 당선 축하금 1100억 원을 합해 조성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을 통해 이 자금의 사용처를 밝혀냈으나, 900여 억 원에 대하여는 사용처가 불명하며,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1992년 대선 자금 지원에 관한 부분도 진술을 거부하여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5천여억 원 규모에 이르는 노태우의 비자금은 이후 그 내막이 거의 속속들이 드러났다.

지난 5월에는 동생과 조카 등을 상대로 비자금 120억 원으로 설립한 (주)오로라씨에스의 주주지위확인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후대를 위한 기업체를 만들라”며 “1998년, 1991년 두 차례에 걸쳐 120억 원을 친동생 재우씨에게 맡겼고, 재우씨는 이 돈으로 냉동 창고업체 오로라씨에스(옛 ㈜미락냉장)를 설립해 아들 호준씨에게 회사 대표이사직을 넘겨줬다”고 진술했다.

1993년 첫 비자금 꼬리 밟힌 후 계속되는 비자금과의 전쟁
“뇌물로 받아 챙긴 돈, 차액 수금된다면 국가에 헌납해라”

노 전 대통령이 법원으로부터 “국가에 12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자 호준씨는 추징을 피하기 위해 2004년 이 회사의 부동산을 시티유통에 헐값에 매각한 뒤 2009년 2월 오로라씨에스와 시티유통을 인수 합병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오로라씨에스의 실질 주주는 자신이고, 실 주주가 빠진 주주총회 결의는 무효라며 조카 호준씨를 상대로 합병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수원지법 민사9부(함종식 부장판사)는 노 전 대통령이 낸 소송에 대해 “원고 부적격자가 제기한 소는 부적합하다”며 각하했다.

거액의 부정축재로 세상을 놀라게 한 노 전 대통령. 그의 계속되는 비자금 전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부분이 “국가재산을 자신의 재산으로 취급하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다니 뻔뻔하다”는 반응이다. 뇌물로 받아 챙긴 돈인 만큼 차액이 수금된다면 국가에 헌납하든지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검찰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 주장대로 654억6500만원이 자신이 맡긴 돈으로 드러날 경우 미납 추징금 231억여 원이 국가에 귀속되는 것과는 별개로 남은 차액이 과연 누구의 것이냐는 문제가 생긴다.

비자금 진실
자세히 밝혀야

검찰내부나 법률가들 사이에서는 추징금을 제외한 남은 돈은 법적으로 노 전 대통령 소유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뇌물로 받은 부정한 돈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이 미납 추징금도 납부하고 뇌물로 받아 챙긴 남은 돈도 끝까지 되찾으려는 ‘꼼수’를 부린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그 배경이야 어찌됐든 반란과 뇌물수수로 단죄를 받은 전직 대통령의 처량한 말로를 국민들은 다시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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