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웅의 영사기] '치유의 삶'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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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웅의 영사기]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치유의 삶'을 말하다

일요시사 0 1626 0 0

박대웅 기자  2012.06.26 11:30:17

[일요시사=박대웅 기자] 누구나 지친 삶의 무게를 내던지고 '낯선 곳', '낯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훌쩍 떠나는 상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이를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신 영화나 드라마, 혹은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리만족에만 그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떠나버리고 난 '공백'을 채울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생떽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길들여진다'고나할까. 

영화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은 아직 길들여진다는 것이 낯선 '남겨진 자'를 위한 '떠난 자'의 배려에서 시작한다. 광활한 창공을 배경으로 떨어지는 세 가닥의 물방울. 이들은 떠난 자의 공백이 낯선 남겨진 자의 곁을 잠시나마 지키기 위해 어리숙한 '요괴'의 형체로 주인공 '모모'를 찾는다.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이 과정에서 요괴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모모에게 보이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이어 영화는 갑작스런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시오지마 섬으로 온 11살 도시소녀 모모의 시선을 통해 '죽음'이라는 숙명 앞에 놓인 남겨진 자의 '치유의 삶'을 말한다. 그것도 허술하기 그지없는 요괴라는 상상의 캐릭터를 등장 시키면서. 그렇다고 성급하게 영화를 아이들용(?)이라고 치부하지 말길 바란다. 애초에 죽음이라는 것이 요괴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기에 '다락방에 요괴가 산다'는 설정은 어찌 보면 기막힌 '신의 한수'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죽음이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찾아오듯 엄마를 따라 작은 섬으로 이사 온 모모와 모모의 눈에만 보이는 '요괴3인방'은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특히 이들 요괴3인방은 톡톡 튀는 각자의 개성으로 '치유의 삶'에 임하는 자들의 자세에 대해 역설한다. 은근 소심한 '이와'는 '웃음'을, 한때의 전설 '카와'는 '자신감'을 그리고 볼수록 매력적인 노안의 '마메'는 '긍정의 힘'으로 모모의 '성장통'을 보듬는다. 

여기에 실제 3000여개의 아름다운 섬으로 둘러 쌓인 '세토내해'(일본 혼슈, 규슈, 시코쿠 근방 해안지역)를 배경으로,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영화 속 풍경은 실사가 줄 수 없는 감성적 풍성함을 관객들에게 선물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태풍이 몰아 닥쳐도 변함없이 섬과 섬을 이어주는 '다리'라는 상징물을 통해 결국 치유의 삶이란 용서와 화해, 배려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한다.

어느덧 요괴3인방은 천상의 세계로 다시 돌아갔고, 11살 소녀 모모는 두렵기만 하던 다리 위에서의 다이빙에 성공한다. 모모는 치유의 삶을 통해 크기를 가늠키 어려울 만큼 훌쩍 성장했다. 그렇게 11살 소녀의 성장통은 낯선 곳을 익숙한 곳으로, 공백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공백을 메우며 끝을 맺었다.


# 한 줄 정리

판타지라 하기에 매우 현실적인 치유의 삶

# 별점

★★★☆

# 개봉일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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