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홍콩 간 MB맨 '왜 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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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홍콩 간 MB맨 '왜 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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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MB측근 김병일 객사 미스터리 '셋'

 

김성수 기자 2012.07.02 11:33:14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홍콩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병일 전 서원학원 이사장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증폭되고 있다. 그가 어떻게,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등의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렇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뚜렷한 이유도 없다. 그런데 그는 왜….

김병일 전 서원학원 이사장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달 24일. 홍콩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충북지방경찰청은 다음 날 “김 전 이사장의 사망 사실을 홍콩주재 한국영사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증폭되고 있다. 그가 왜, 어떻게,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등의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정확한 사인은?]

우선 정확한 사인이 무엇인지가 의문이다. 김 전 이사장에게 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 것은 유족들이다. 유족들은 평소 하루 3∼4차례 통화를 하던 김 전 이사장과 갑자기 연락이 끊기자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직접 홍콩으로 건너가 현지 경찰과 함께 김 전 이사장이 숨진 것을 확인했다. 김 전 이사장의 부인은 남편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25일 밤 딸과 함께 홍콩으로 출국했다. 고인의 동생과 처남도 이튿날 오전 홍콩으로 향했다.

홍콩 현지 경찰은 김 전 이사장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뒤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다만 김 전 이사장의 몸에서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데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 언론들도 대부분 김 전 이사장이 목을 매 숨졌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의 경우 사건 현장에서 김 전 이사장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전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족들의 입장은 다르다. 유족들은 김 전 이사장이 최근 몸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원인이 ‘심장마비’로 추정된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실제 유족들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이사장이 (자살하기) 1주일 전부터 심장 등 몸이 좋지 않았다”며 “자살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충북경찰청은 “홍콩 영사관을 통해 김 전 이사장의 사망 사실만 통보받았을 뿐 추가로 확인되거나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며 “고인의 시신이 국내로 운구 되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왜 홍콩인가?]

김 전 이사장이 무슨 이유로 홍콩에 갔는지도 의문이다. 그는 법무법인 에이펙스 상임고문으로 재직했다. 그가 맡은 분야는 건설·기업 쪽이었다. 최근 이 법무법인이 해외지사 설립을 추진했는데, 김 전 이사장이 이를 주도하면서 홍콩과 베트남 등을 자주 오갔다고 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홍콩에 간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전 이사장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점도 ‘홍콩행’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는 19대 총선을 한달 여 앞둔 지난 3월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올라온 당시 정우택 새누리당 후보(청주 상당)의 성추문 의혹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민주통합당은 곧바로 “정 후보에 관한 의혹들을 밝혀 달라”며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정 후보 측도 “의혹들은 모두 거짓이다. 음해세력을 철저히 수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충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3월22일 김 전 이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 이사장은 “글을 본 적도 없다. 페이스북이 해킹당한 것 같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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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조사를 마친 그는 2차 소환에 불응한 뒤 그달 말 홍콩으로 출국해 돌아오지 않았다. 김 전 이사장이 3차 소환에도 불응하자 경찰은 4월23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김 전 이사장의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하는 형식으로 귀국을 종용한 경찰은 김 전 이사장이 국내에 들어오는 대로 체포영장을 집행, 신병을 인도받아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방침이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구속영장도 신청할 계획이었다.
업무를 이유로 차일피일 귀국 시점을 늦춘 김 전 이사장이 수사 중압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경찰이 김 전 이사장을 압박하기 위해 빼든 체포영장이 화를 불렀다는 해석도 있다. 한편으론 김 전 이사장이 문제의 글을 직접 작성하지 않고 퍼나르기만 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 수사를 자살 원인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건 전말은?]

그렇다면 김 전 이사장이 연루된 사건의 구체적인 내막은 무엇일까. 사건의 시작은 3월15일 오후 야후 블로그 ‘크라임 투 길티(Crime2guilty)’에 올라온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 변태적 성매매 의혹’이란 제목의 글이다. 블로그에 올라간 내용은 ▲제주도 출장시 성상납 및 성매수 의혹 ▲일식집 주인과의 불륜 의혹 ▲충북지사 재직시 업무비 부당사용 및 향응제공 의혹 ▲금품수수 및 배포 의혹 ▲후보추천 의혹 등이다. 이 글은 이튿날 김 전 이사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연동됐다. 김 전 이사장은 문제의 글을 퍼나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검찰은 블로그를 만든 장본인으로 L씨를 지목했다. L씨는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대검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수사하면서 L씨를 지난달 18일 구속했다. L씨는 김 회장이 저축은행으로부터 178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도록 명의를 대주고 이를 빌미로 블로그에 폭로 글을 수차례 올렸다. L씨는 글을 지워주는 대가로 김 회장으로부터 3억8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L씨가 성추문 의혹을 게시한 블로그 개설자란 사실을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이 블로그는 홍콩 IP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L씨는 구속 직전 홍콩에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된다. 김 전 이사장의 사망과 블로그 사건의 ‘열쇠’를 L씨가 동시에 쥐고 있는 셈이다. 특히 둘이 홍콩에서 접촉했는지 여부가 김 전 이사장의 사망 미스터리를 푸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대형 스캔들로 파문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L씨 배후에 거물급 ‘몸통’이 따로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김병일은 누구?>

홍콩에서 숨진 김병일 전 서원학원 이사장은 충북 청원 출신으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1978년 2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국무총리실 사무관과 서기관, 대통령비서실 부이사관 등을 지낸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 대변인, 뉴타운사업본부장, 경쟁력강화추진본부장 등을 맡았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에도 법무행정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세계여수박람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지내면서 전형적인 ‘MB맨’이란 평가를 받았다. 18대 총선에서 공천장을 반납했던 그는 19대 총선 때 청원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공천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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