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김무성 카드' 만지작거리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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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김무성 카드' 만지작거리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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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 다녀온 그에게 '선대본부장'을?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지난 14일 유럽배낭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향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가 새누리당 전당대회 이후 박근혜 대선경선후보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맡게 될 것이라는 입소문 때문이었다. 오랜 여행 때문인지 흰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그는 이 같은 질문에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문지기라도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지만 확답은 피했다. 지난 4·11 총선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한동안 정치권에서 멀어져 있던 그가 단숨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는 뭔지 들여다봤다.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한때 대표적인 친박(親朴)인사였다. 거구의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패배하자 엉엉 눈물을 흘릴 정도로  온 마음을 다해 박 후보를 지지했었다. 김 전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좌장'이라 불렸던 이유도 이 같은 충직함 때문이었다.

은둔자의 삶

그러나 2009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과 관련 박 후보와 입장을 달리하면서 대표적인 탈박(脫朴)인사가 됐다. 당시 박 후보는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일침을 놓으면서 둘은 완전히 결별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치러진 지난 4·11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친박'이라는 이유로,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탈박'이라는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했으니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이후 김 전 원내대표 주변에서는 신당 창당설이나 무소속 출마설 등이 떠돌았으나 결국 불출마 백의종군이라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내가 무소속 출마 같은 선택을 하면 '새누리당은 박살나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날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면 전부 야권이 차지하는 것 아니겠나. 다시 생각하니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백의종군하겠다고 최종 결정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일로 박 후보와의 화해의 싹이 텄다. 이후 탈당 도미노사태가 진정됐고 당 외곽의 신당 창당은 동력을 잃었다. 박 후보는 전화를 걸어 김 전 원내대표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총선은 새누리당의 과반 압승이었다. 총선 직후 그는 당에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온갖 제의를 뿌리치고 전라도와 미국, 유럽 등지를 배낭여행하며 은둔자의 삶을 살았다.

지난 달 27일부터 전직 동료의원 3명과 함께 재정위기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던 김 전 원내대표는 당초계획보다 일찍 귀국하면서 전당대회를 앞둔 박 후보 측이 김 전 원내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소문에 더욱 힘이 실렸다. 일각에선 김 전 원내대표가 박 후보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맡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전 원내대표도 본선 캠프에 합류할 뜻을 내비쳤다.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전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결과가 나오면 새누리당 당원으로 정치인생 마지막을 걸고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후보와 손잡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 경선도 안 끝났다"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우파정권 재창출을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애써 에둘러 표현했지만 현재 새누리당 대선경선은 박 후보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본선에서 박 후보를 돕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었다.

대표적 탈박 인사, 보수대연합 위한 포석
김무성 카드 놓고 당내 갈등 본격 현실화

'김무성 중용론'을 놓고 박 후보의 선거캠프 내에서는 첨예한 의견대립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박 후보 측은 탈박계이면서도 친박계와 두루두루 친하고, 비박주자들과도 관계가 원만한 김 전 원내대표가 김문수 후보 등 비박주자들을 포용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박 후보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원내대표가 박 후보가 원하는 '보수대연합'의 기치를 걸고, 이들을 다독이며 본선에 대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대표적인 탈박인사인 그의 중용은 박 후보의 포용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변 인사들이 박 후보에게 제대로 조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대선캠프 재편 시 '예스맨'이 아니라 박 후보에게 할 말은 할 수 있는 김 전 원내대표가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캠프 내 개혁파들은 '김무성 카드'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헌금' 사태로 친박계 인사들의 '2선 후퇴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과거 친박계의 좌장이라 불렸던 핵심 친박인사가 선대위에 합류할 경우 '도로 친박계'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또 이번 공천헌금 파문으로 부산지역 총선 과정에 비리가 속속 포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PK 대표 중진을 기용하면 위험부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게다가 김 전 원내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해군기지 논란 등에서 보수적 색채가 너무 짙어 박 후보의 득표 면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최근까지 속편하게 배낭여행을 다녀온 인물을 갑자기 선대본부장으로 기용한다니 조금은 황당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 전 원내대표가 선대본부장을 맡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점점 힘이 실리자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처음부터 기획한 일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정치권 인사들은 "김 전 원내대표가 4·11 총선에서 반박인 듯 행세하다 돌연 백의종군 선언을 하며 자신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던 비박, 반박 의원들을 주저앉힌 것 아니냐"며 "실제로 박 후보의 좌장이었던 김 전 원내대표가 단지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이견 하나로 박 후보를 떠났다는 사실에 많은 전문가들은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었다"고 말했다.

'탈박' 김무성 중용론

김 전 원내대표의 배낭여행 또한 "박 후보와 자신이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며 "실제로는 김 전 원내대표가 그동안 여당 인사들과 끊임없이 접촉하며 정계 복귀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선거캠프의 한 인사는 "이 같은 음모론은 다소 황당하다"면서 "김 전 원내대표의 캠프 합류는 당내 입지나 격전지 부산에서의 영향력 등을 고려해 논의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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