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오리온 '명품'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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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화] 오리온 '명품'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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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명차, 명주…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오리온그룹이 또 '명품 구설'에 휘말렸다. 오리온그룹은 세무조사 청탁 용도로 수천만원짜리 와인을 자칭 '브로커'에게 건넨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오너가 회삿돈으로 사들인 명품들을 유용하다 딱 걸려 진땀을 흘린 오리온그룹은 이번에도 명품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로마네콩티는 1병에 1000만∼2000만원을 호가하는 프랑스 최고급 와인이다. 람보르기니는 1대당 3억∼6억원이나 되는 이탈리아 최고가 자동차다. 로마네콩티와 람보르기니는 한해 각각 30병, 30대 안팎만 수입된다. 그런데도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서민들은 감히 꿈도 못 꿀 '꿈의 와인'과 '꿈의 자동차' 얘기가 나올 때마다 움찔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오리온그룹이다. 오리온그룹은 오너가 회삿돈으로 사들인 명품들을 유용하다 딱 걸린데 이어 세무조사 청탁 용도로 수천만원짜리 와인을 자칭 '브로커'에게 건넨 의혹을 받았다.

비자금 수사 확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지난 6월 스포츠토토 등의 회사 자금을 빼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오리온 금고지기'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을 구속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이른바 '나경원 피부과'로 불리는 서울 청담동 D피부클리닉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을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다 김 원장에게 금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조 전 사장 등을 상대로 비자금 사용처를 집중 추궁했고, 이 과정에서 회삿돈 중 일부가 고급 와인을 구입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로비 청탁용으로 거론된 와인이 로마네콩티다.

당초 검찰은 오리온 측이 김 원장에게 로마네콩티를 건넨 것으로 의심했다. 검찰에 따르면 오리온그룹 측 관계자들은 2010년 상반기 오리온 등 그룹 계열사 3곳의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로마네콩티 등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김 원장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었다.

검찰 관계자는 "세무조사와 관련해 무슨 방법이 없겠냐는 오리온 인사의 요청에 김 원장이 로비용으로 로마네콩티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로마네콩티는 수입량이 많지 않은데다 예약 판매 방식으로 판매돼 구입이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오리온 세무조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오리온 측이 김 원장에게 부탁한 청탁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한 것이다. 국세청은 2010년 8월 오리온그룹을 40억원대 횡령과 탈세, 미술품 위장거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구속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검찰은 "김 원장이 받은 와인 등을 로비에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확인된다"면서도 실제로 로비용으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김 원장이 연루된 사건과 별도로 조 전 사장은 비자금 일부로 사치품을 구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로부터 "비자금이 고급 와인뿐만 아니라 명품시계인 롤렉스, 카르티에 등 사치품 구입에 사용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사치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캐고 있다.

오너가 수십억 사치품 유용하다 딱 걸려 '진땀'
이번엔 수천만원 로마네콩티 로비 구설 '뜨악'

'초코파이 회사'란 이미지를 뗄 수 없는 오리온 측은 당연히 '명품 구설'이 부담스런 눈치다. 자칫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어서다. 초코파이 가격이 개당 소비자 가격 333원·12개들이 한상자 4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초코파이 5만개 정도를 팔아야 로마네콩티 1병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결과 오리온그룹은 로마네콩티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원장에 대해 오리온그룹 세무조사 청탁 명목으로 조 전 사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만 적용된 것. 김 원장이 다른 사업가에게 청탁 대가로 시가 1800만원 상당의 로마네콩티 등 고급 와인 4병을 요구한 것이 와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와인은 사업가의 거절로 전달되지 않았다.

오리온그룹이 명품 구설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앞서 오너의 명품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기 때문이다. 담 회장은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 그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조 전 사장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담 회장과 함께 풀려났다가 스포츠토토 비리 혐의로 다시 구속된 상태다.

당시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담 회장이 회삿돈으로 구입한 명품들을 유용했다"며 기막힌 돈쓰기 백태를 공개해 세간의 시선을 모았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해외 유명작가의 미술품들을 계열사 법인자금으로 매입해 서울 성북동 자택에 설치했다.

담 회장이 자신의 집에 걸어둔 작품은 프란츠 클라인의 시가 55억원짜리 그림 'Painting 11'을 비롯해 ▲알렉산더 칼더의 28억원짜리 모빌 'Three White Dots and One Yellow' ▲데미안 허스트의 20억원짜리 설치미술품 'After Stubbs Cigarette Butts Wall Mounted Cabinet' ▲안젤름 키퍼의 14억원짜리 작품 'Rock and Lead Books'등이다.

검찰은 담 회장이 회삿돈으로 고가의 외제차를 굴린 사실도 밝혀냈다. 담 회장은 계열사에서 법인자금으로 사들이거나 리스한 '포르쉐 카레라 GT'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쉐 카이엔' '벤츠 CL500' 등을 자녀 통학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회장 3심 와중에

담 회장이 '공짜'로 몰고 다녔던 차량들의 가격은 웬만한 집 한 채보다 비싸다. '스포츠카 황제'로 불리는 포르쉐 카레라 GT는 수입가가 8억8000만원에 달한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는 3억5000만원, 포르쉐 카이엔과 벤츠 CL500은 각각 2억원대를 호가한다.

담 회장은 현재 3심 재판 중이다. 대법원의 최종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담 회장으로선 로마네콩티 같은 명품 구설이 반가울리 없다. 오리온그룹도 담 회장이 풀려나 한숨 돌리나 싶더니 또 다시 긴장을 안 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의 스포츠토토 수사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거나 윗선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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