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애창곡 ‘18번’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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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애창곡 ‘18번’의 정치학

일요시사 0 3836 0 0

누구에게나 ‘입맛에 맞는’ 노래가 있다.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시대에 따라 즐겨 부르는 노래도 변하기 마련이지만 사연을 담은 노래 한두 곡은 빠지지 않고 부르게 된다. 이런 애창곡에도 ‘정치적 의미’가 숨어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최근에는 선거송, 미니홈피 배경음악, 핸드폰 컬러링 등 음악을 선곡, ‘숨은 의미’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며 ‘정치인의 노래’가 주목받고 있다.

정치인 애창곡에 얽힌 사연 ‘그때 그때 달라요’
미니홈피 배경음악, 컬러링에도 ‘정치적 의미’
 

정치인이 부르는 노래에는 ‘의미’가 있다. 자신의 ‘애창곡’이라며 부르지만 실제로는 노랫말 속에 ‘숨은 의미’를 따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애창곡’이 많기로 유명했다. 양희은의 ‘상록수’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선거광고물 배경음악이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광고에서 직접 통기타를 치며 ‘상록수’를 불러 ‘친근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노랫가락 속 ‘의미’

‘울고 넘는 박달재’도 노 전 대통령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는 노래다. 지난 2004년 10월 충북 제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내 십팔번은 ‘울고 넘는 박달재’”라고 해 충청 민심을 겨냥했던 것.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울고 넘는 박달재’의 1절 중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소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이란 부분은 노 전 대통령의 굴곡진 삶을, 2절의 ‘돌아올 기약이나 성황님께 빌고가소’라는 부분은 권양숙 여사의 심경을 대변해주는 것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노 전 대통령은 김세화의 ‘작은 연인들’, 문성재의 ‘부산갈매기’ 등을 즐겨 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도 유심초의 ‘사랑이여’ 양희은의 ‘아침이슬’ 윤항기의 ‘이거야 정말’ 등 애창곡이 여럿이다. 특히 ‘이거야 정말’은 과거 현대그룹에 근무할 때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술만 마시면 불렀던 추억이 담긴 노래다.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은 노사연의 ‘만남’과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에 ‘추억’을 담았다. ‘만남’은 과거 김 고문이 총선 지원유세를 위해 전국을 돌 때 불렀던 노래고, ‘사랑의 미로’는 감옥에서 아내의 생일을 맞아 건강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준비했던 노래다. 하지만 끝내 노래를 다 부르지는 못했다고.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애창곡이 500곡’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는 노래가 많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취미를 ‘노래 부르기’라고 꼽았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추풍령’ ‘홍도야 울지 마라’를 즐겨 부른다. 

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지난해 1월 민주당 원혜영, 자유선진당 권선택 당시 원내대표와 함께 출연했던 토크 프로그램에서는 ‘목로주점’을 함께 부르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기남 전 의원은 애창곡으로 자신의 정치행보를 드러냈다. 열린우리당 당의장 경선에서 예선탈락한 뒤 자신의 애창곡인 ‘마이 웨이’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지지자들에게 메일로 발송한 것. 이는 이후 그가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박근혜 전 대표의 애창곡은 ‘젊다’. 즐겨 부르는 노래가 많은 정치인 중 한 명인 박 전 대표는 평소 밝고 신나면서 세대 구분없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좋아한다. 

지난 2005년 10월 한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 애창곡인 거북이의 ‘빙고’와 솔리드의 ‘천생연분’을 불러 화제가 됐다. 앞서 같은 해 4월 홈페이지 개설 1주년 기념행사로 개최한 ‘남산 한마음 걷기대회’에서도 지지자들과 거북이의 ‘빙고’를 불렀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지지층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이들로부터 시작돼서 연령층이 높은 게 특징이었다”며 “중진급 정치인으로 성장하며 지지층을 확대하는데 미니홈피, 트위터 등 젊은 계층과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 정치’의 활용과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애창곡이 도움이 되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박 전 대표가 즐겨하는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에서도 ‘정치적 숨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미니홈피 배경음악을 <슈퍼스타K 2> 우승자인 허각의 ‘언제나’로 바꿨다. 이 배경음악 선곡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장재인론’과 얽혀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의포럼 세미나에서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가 차기 대선과 관련, 박 전 대표가 <슈퍼스타K 2> 초반 줄곧 1위를 달리다 허각과 존박에 밀려 3위에 그친 장재인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했다. 

이 대표는 박 전 대표를 장재인에 비유하며 “박 전 대표가 여권 내에서 경쟁자 없이 계속 1위를 달리더라도 손학규, 유시민 등 야권 주자들의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시너지효과를 내 박 전 대표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진보진영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 노래’도 알리고 
 
이러한 관측이 파문을 낳자 박 전 대표가 허각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선택, 이 같은 관측을 일축했다는 것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미니홈피 배경음악도 그의 ‘관심사’를 알게 한다. 손 대표의 미니홈피에는 성시경의 ‘혜화동’, 재주소년의 ‘명륜동’, JS의 ‘종로에서’, Tama Rhodes의 ‘삼청동 생강과자’ 등 현재 활동하고 있는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의 지명이 들어간 곡이 많다. 

독특한 핸드폰 컬러링을 가진 의원들도 있다. 국회의원이면서 4집 가수이기도 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노래를 컬러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군현,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과 김을동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각각 ‘애국가’와 ‘독립군가’를 컬러링으로 사용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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