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김석준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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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김석준<쌍용건설 회장>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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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매각무산·유동성위기 "산 넘어 산이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쌍용건설이 흔들리고 있다. 5년 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동성위기까지 찾아왔다. 결국 부도 직전의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2012년 현재 시공능력평가 13위인 굴지의 건설사가 휘청대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 와중에 누구보다 끙끙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다.

 쌍용건설이 장기간 매각 실패 후유증에다 경기 부진에 따른 유동성위기 등으로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쌍용건설 지원에 금융당국까지 나섰다. 그만큼 사안이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쌍용건설은 대기업 계열이 아닌 건설사 가운데선 가장 크다. 지난해만 1조7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1400개에 달하는 협력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쌍용건설이 쓰러질 경우 협력회사 뿐 아니라 그 밑에 있는 하청업체들도 큰 위기를 겪을 우려가 있다. 금융당국이 나선 이유다.

이런 가운데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누구보다 마음을 졸이고 있다. 그의 숙원이었던 '쌍용건설 되찾기'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977년 설립된 쌍용건설은 해외건축을 특화해 1984년 해외건설수출 10억달러탑을 수상했다. 쌍용건설은 1982년 김 회장이 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이사직에 올라 경영을 시작한 계열사다.

줄줄이 도산 위기

이듬해 사장이 된 김 회장은 만 12년을 임직원들과 동고동락하다 1994년 쌍용자동차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1995년 김 회장은 건설과 자동차에서 쌓은 경력을 인정받아 15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형 대신 그룹 회장직에 올라 그룹경영을 총괄하게 된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그 이후 터진 IMF 외환위기로 인해 김 회장은 그룹이 공중분해되는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다. 쌍용자동차의 부실이 그룹 해체의 주된 원인이었다.

쌍용이 자동차산업에 주력하자 자연스럽게 쌍용건설의 경쟁력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1990년대 들어 건설경기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해외사업이 줄면서 건설사들이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결국 김 회장은 자리를 비운지 2년만인 1998년 그룹 회장직을 내놓고 쌍용건설로 복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쌍용건설은 쌍용자동차 채무를 떠안았고 그로 인해 유동성위기를 맞아 1999년 4월 워크아웃 기업에 선정됐다.

김 회장은 당장 이익 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사업부를 무더기로 없애고 회삿돈으로 키운 우수인재들도 내보냈다. 2300여 명이던 직원을 800여 명으로 줄이고 자회사인 남광토건을 매각하며 구조조정을 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대부분을 채권단에게 내놓기도 했다.

임직원들은 회사를 살리자며 퇴직금을 정산해 320억원을 마련, 당시 2000원대의 주식을 5000원에 인수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이 출범했고 임직원들은 20%의 지분을 갖게 됐다. 김 회장은 당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우선매수청구권을 채권단을 설득하면서까지 임직원들에게 내놓기도 했다.

1998년 자본잠식 상태로 77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쌍용건설은 2004년 5년 8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하지만 김 회장 등 기존 대주주의 지분은 대부분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6~98년 계열사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4100억여원을 사기 대출받고 8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로 2006년 2월 김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자금수혈은 언제?…협력·하청업체 부도 위기
캠코 vs 채권단, 쌍용 지원 놓고 극한 대립

김 회장은 같은 해 3월 본격적인 쌍용건설 인수합병을 앞두고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스스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은 이듬해 2월 특별사면됐다.

그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해외사업 수주에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900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등 모두 12건으로 24억달러 규모의 해외수주를 성공시켰다. 

2007년 정부는 공적자금을 들인 쌍용건설을 매물로 내놓기에 이른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캠코의 보유자산 정리 계획을 의결, 쌍용건설 채권단 보유지분과 합해 매각할 것을 의결했다. 캠코는 쌍용건설의 지분 38.75%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외 금융기관의 지분을 합하면 50.07%다.

우리사주조합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며 경영권 방어를 선포했다. 11개의 기업이 인수에 뛰어든 가운데 동국제강이 인수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 작업은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1년여 만에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캠코는 비난 여론에 몸살을 앓아야만 했다. 캠코가 우리사주조합을 의식해 무리하게 값을 띄워서 승부해 매각이 불발됐다는 지적이었다.

캠코는 쌍용건설에 외환위기 당시 설치된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용 시한이 올해 11월로 다가오면서 지난해 말 다시 매각공고를 냈다. 하지만 인수후보자가 채권단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 때문에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 매각은 순조롭지 않았다.

지난 2월 독일 엔지니어링 회사인 M+W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단독입찰이라는 이유로 유찰됐고 지난 5월에도 역시 같은 이유로 유찰됐다. 6월에는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지난 8월에는 이랜드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탔지만 캠코와 이랜드가 쌍용건설의 PF 우발채무에 대한 보증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잇따른 매각 실패는 쌍용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당장 올 하반기에 갚아야 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만 1000억원이 넘는데다 건설경기 악화로 상반기 당기순손실이 800억원에 달하는 등 재무상황은 악화일로다.

김 회장 '일장춘몽'

캠코와 채권단은 자금 지원방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직접중재에 나서 쌍용건설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조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원만히 합의하라고 주문했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다.

쌍용건설 최대지분을 소유한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오는 11월22일 청산될 예정이어서 이때까지 매각이 성사되지 못하면 쌍용건설 지분은 정부에 현물로 반납된다.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

본인 소유 지분까지 내놓고 '오너'에서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회사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김 회장의 근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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