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갈등 불씨’ 추석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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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통계> ‘가족갈등 불씨’ 추석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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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치는 여자…누워 있는 남자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대표적인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두에게 행복한 날임에 틀림없지만 각종 걱정에 주부들은 추석이 달갑지만은 않다. 차례 비용, 음식 준비와 집안일, 그리고 고향까지 오고 가는 교통 체증 걱정까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제 웃음 넘치는 명절은 없는 것일까.

1년 중 가장 ‘복스러운 날’ 추석. 떨어져 있던 가족과 일가친척은 물론 고향의 죽마고우들과도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뿐 아니라, 풍성한 수확의 계절답게 맛있는 음식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날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장 힘든 날이 추석이다. 주차장이나 다름없는 고향 가는 길은 힘이 들고, 주부들은 가사 노동량의 증가로 안 아프던 몸까지 병이 나곤 하는 날이 바로 추석이다. 특히 주부들이 겪는 ‘가사 노동’ 스트레스는 ‘경제적 부담’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주부의 명절은 ‘눈물’

모바일 리서치 ‘오픈서베이’가 20∼40대 기혼여성 302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사 노동(30.1%)’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사 일 분담 여부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53.4%가 ‘모든 가사를 여성들이 도맡아 한다’고 답했다. 이 중 62%는 ‘며느리만 일한다’고 말했다. ‘배우자가 일부 도와주긴 하지만 대부분 여성들이 도맡아 한다’는 응답은 34.8%였다. 반면 ‘남녀 구분 없이 똑같이 일한다’는 응답은 9.6%에 불과했다.

주부 김모(38)씨는 “신랑은 명절도 안 쉬고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 번번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혼자 시댁에 내려가는데 벌써부터 스트레스”라며 “며느리를 배려해주는 집안이라면 모르겠지만, 굳이 임신했을 때 까지도 하루 종일 음식 장만이며 그 많은 설거지까지 다 시키는 시댁. 기독교 집안이라 제사도 안지내면서 명절때마다 일시키려고 오라고 하는 건지, 친정도 못가게 되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43·여)씨도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시댁 자체가 어렵고 부담스럽다”며 “8∼10시간에 걸쳐 가는 것도 힘들고, 가서 있는 것도 힘들고 내 집도 아니니 맘 편히 자지도 못하고, 힘들게 내려가도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데다가 늦게까지 술판을 벌여서 술상을 보는 것도 일이다”고 털어놨다.

추석 연휴 동안 남편이 도와줬으면 하는 가사는 ‘무거운 짐 나르기’가 47.7%로 가장 많았다. 설거지는 47%, 아이 돌보기 39.1%, 장보기 27.8%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는 아이 돌보기(48.5%), 30대는 설거지(48.1%), 40대는 무거운 짐 나르기(54.7%)였다.

여자만 일한다” 주부들 가사 노동 스트레스
눈치 없이 누워서 TV만 보는 남편, 얄미워∼

남편이 가장 얄미울 때는 ‘눈치 없이 시댁에만 오래 있으려고 할 때’가 33.4%로 가장 많았다. ‘내가 고생하는 걸 당연하다 생각할 때’는 24.2%로 뒤를 이었다. ‘나는 힘들게 상 차리고 있는데 혼자 밥 먹을 때’ (15.6%), ‘친정에 가서 어색해 할 때’ (8.9%) 순이었다.

직장인 이모(39·여)씨는 “추석 때 집에 내려가면 TV만 보는 남편, 입을 앙다물고 시어머니가 시키는 것만 눈치 보면서 하고 있는 나와는 대조적인 모습에 정말 화가난다”며 “시댁에 가면 아들이라고 가만히 있고, 친정에 가서는 사위라고 먹기만 하는데, 명절 때마다 되풀이되는 분노와 좌절에 지쳐버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부들은 명절 시 여자의 노동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 결혼정보회사가 기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 78%가 ‘여전히 과중하다’라고 답했으며 ‘이 정도면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본다’라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과거 어머니 세대에 비하면 가사 노동의 양이 많이 줄어든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스트레스를 호소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는데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남성들의 생각은 달랐다. 같은 질문에 남성은 절반이 넘는 54%가 ‘이 정도면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본다’고 답했으며 ‘여전히 과중하다’는 답변은 그 보다 적은 46%에 머물렀다. 

‘명절 시 바람직한 양쪽집안의 방문 방식은?’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각각 66%, 53%가 ‘남자 쪽 집 먼저 방문하고 여자 쪽 집 방문’이라고 답해 아직까지는 남성의 집안 방문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명절 마다 번갈아 한군데씩 방문’이 남녀 각각 26%, 34%, ‘여자 쪽 집 먼저 방문하고 남자 쪽 집 방문’이 각각 8%와 13%를 기록했다. 

노은규 가연 회원상담부 부장은 “결혼한 여성에게 명절은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반면 남성은 이에 대해 별로 심각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명절문화가 유독 여성의 희생을 많이 요구해왔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남녀가 서로 노력해서 변화시키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명절 가사노동을 ‘돕는다’의 개념이 아니라 ‘함께 한다’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젠 ‘함께해야’

세월이 지나면서 추석명절을 보내는 우리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 추석을 기다리던 설렘,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마음이 넉넉했던 예전과 달리 최근엔 ‘명절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그 의미가 달라졌다.

대안은 음식 분담, 설거지하는 남편들 등에서 이뤄지는 ‘가족의 화합’뿐이다. 그것이 짜증스러운 교통체증을 뚫고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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