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호러 다큐멘터리 ‘MB의 추억’봤더니

한국뉴스

코믹호러 다큐멘터리 ‘MB의 추억’봤더니

일요시사 0 990 0 0

MB도, 국민 발등도 국민이 찍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국내 최초의 현직 대통령 주연 영화 <MB의 추억>이 개봉했다. 영화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MB) 후보의 관점에서 유권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각 후보를 제대로 바라보자는 주제를 담았다. 5년 전 MB에게 5년 전의 우리는 어떻게 낚였을까. 2012년 우리가 2007년의 MB를 만나러 가보자.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거야.’
히틀러의 최측근으로 나치 정권을 독일 국민들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든 선전·선동의 대가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말이다. <MB의 추억>은 이 자막을 시작으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유권자들의 환호와 이로 인해 치르는 대가를 보여준다.

그때 그 사람의 실체

기호 2번 이명박 후보가 화려하게 유세 현장에 등장한다. 이 후보는 환경 미화원, 시장 일꾼, 노동자, 기업 CEO 등 다양한 자신의 경험을 밑천삼아 도심상가에서, 전통시장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경제대통령’을 주창하며 각종 유세 현장에 나타나 “시민을 위한다고 했던 정부가 과연 무엇을 했는가” “왜 서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졌을까” “지난 5년간 잘 했으면 나라가 이 꼴이 됐겠습니까” 라며 노무현 정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퍼붓는다. 

특히 이 후보 옆에서 함께 지지를 호소한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장관은 “청계천을 만들기 위해 수 천 번 이상 반대자들을 만났던 사람”이라고 이 후보를 소개하고, “이 시대엔 영웅이 필요하다. 누가 우리나라를 세계 경제 강국으로 만들겠습니까”라며 함께 목소리를 드높였다.

이 뿐만 아니다. 사진촬영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과 친절하게 사진을 찍고, 기호 2번이니 국수는 두 그릇을 먹어야 한다며 ‘서민을 끌어안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바쁜 이 후보의 정황들도 보여졌다.

많은 국민들은 이 후보의 등장에 열광했다. 몇몇 시민들은 “우리 경제를 살릴 분은 이명박이다. 너무 행복하다” “우리나라 경제를 살릴 경제대통령이 되지 않겠는가”라며 격양된 표정으로 ‘이명박’을 외쳤다. 

영화는 또 이 후보가 시장 한편에서 국화빵을 직접 만든 뒤 사달라며 ‘언니, 언니’를 외치는 모습,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현장에 작업복 차림으로 등장해 사진 촬영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 국군장병을 위로하는 방문에서 군인들이 군가를 부르는 와중에 군가를 모르는 듯 입만 벙긋 거리는 모습 등을 해학적으로 담아냈다.  

현 대통령 풍자 다큐 5년 전 우리 모습 되짚어
보이는 대로 믿지 마라! 2012년 유권자들이여!

이어 당시 이 후보를 ‘경제 살릴 서민대통령’ 이미지로 각인시킨 국밥집 CF 속 욕쟁이할머니가 실제 그 식당 주인이 아닌 연기자였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이 후보에게 전라도 사투리로 욕을 하면서 경제를 살리라고 호통을 치던 할머니는 이 후보와 동갑내기 연기자였다.

이 후보는 당시 7% 성장,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위 경제국이 되겠다는 ‘747 공약’뿐만 아니라 “하늘이 두 쪽 나도 일자리를 300만개를 창출하겠다” “사교육비 때문에 가난한 집 아이들은 공부를 못 시키니까 가난이 대를 물린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 등의 공약을 계속 제기했다.

그런 유세 끝에 이명박 후보는 대한민국 제 17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후 영화는 다시 대통령을 뽑을 해가 돌아온 2012년 현재로 돌아와 이명박 정권 5년을 정산했다. 애초 휴지조각이 된 747 정책은 한국사회를 실업률, 물가, 나랏빚, 자살률만 치솟은 지독한 양극화 사회로 전락했다.

대신 삼성·현대의 대기업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서도록 재벌들의 배만 한껏 불려준 현 실태가 전해졌다. 3년간 22조가 투입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환경이 오염되고 녹조가 발생, 이로 인해 매년 관리비만 6000억이 투입되고 앞으로 20조가 추가로 투입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의 시민들이 이명박 정권을 바라보는 시각도 담아냈다. 상인들은 “잘 하겠다고 해서 찍었는데, 잘 한 게 없다. 더 나아진 게 없다” “30년 동안 장사를 했는데 물가가 이렇게 치솟는 것을 체감하는 것은 요즘이다” “그 분이 뭘 해줬어요? 평가를 하면 마이너스다”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위해 투쟁하고 절규하는 모습들이 영상에 담겼고, 방송인 김제동도 나서서 대학생들을 응원하는 모습도 전해졌다. 5년 전 “국민에게 겁을 먹어야 하는데,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국민을 마음대로 하는 건 줄 알아요”라고 말하던 이명박 정권은 물대포로 화답했다.  

영원한 ‘이명박’을 외치는 사람들의 인터뷰도 담겼다. 영화는 ‘지역감정의 힘’이라고 말하며, 경남 마산의 부림 시장과 오동동 지역상인들 인터뷰를 실었다.

부림 시장 내 한 분식집 사장은 “언제 한 번 그렇게 높으신 분에게 국수를 대접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추억했고, 어물전 상인은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를 한 게 처녀가 된 듯 한 마음이었다. 며칠 전 TV에 나온 것 보니 얼굴이 많이 야위었던데 이명박 대통령 밥 해주러 갈까. 안 좋은 시기를 타서 그렇지 (이)명박이가 잘못한 건 아니다”라며 대통령을 두둔했다.

당시 오동동 상인연합회 부회장이자 이명박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한 여성은 “당시 정말 열렬히 지원했는데 이제 박근혜를 지지한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좀 다르지 않겠나”라며 웃음 지었다.

영화는 시작과 끝에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거야.”(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글귀를 담았다.

더불어 드라마 <프레지던트>에 출연했던 최수종의 영상을 삽입해 “대통령은 국민이 아니라 바로 투표하는 국민이 만드는 거다. 투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 표를 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발로 뛰겠나? 투표일을 휴일로 생각하고 놀러갔고, 영어 사전은 종이 채 찢어 먹으면서 8쪽도 안 되는 선고 공보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애인이랑 손잡고 등산하고 놀러 다니고 정치를 혐오할 시간에 투표하라”고 영화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5년 전 되풀이 말아야

지금 우리 앞에 방영되는 실시간 다큐멘터리인 18대 대선이 지나고 나면 앞으로 5년 후 우리는 또 다른 누군가를 추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추억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추억의 부메랑이 ‘아픈 지적’으로 다가올 지, ‘실낱같은 희망’으로 다가올 지는 국민들의 몫에 달렸다는 것이다. 2012년 12월19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검은 거짓말을 가려내기 위해 꼭 봐야할 영화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