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교통정리'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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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교통정리'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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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불려 아들 품으로 '쏘옥∼'

[일요시사=경제팀]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이 '합병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룹 측은 '경영효율화'라는 ‘뻔한’ 이유를 내걸었다. 그러나 깊은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합병 대상은 ㈜교원과 교원L&C. 그간 두 곳은 도 넘은 '일감 몰아주기'로 비난을 받아왔다. 이제 충분히 몸집을 키웠다고 생각한 걸까. 장 회장의 합병 노림수는 뭘까.

 교원그룹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개회하고 ㈜교원과 교원L&C의 합병안건을 결의했다. 교원그룹은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교원이 교원L&C를 합병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두 곳은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합병이 진행된다.

교원그룹은 학습지 '빨간펜'으로 유명한 매출 5000억원 규모의 교육업체인 교원과 '구몬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교원구몬이 주력 계열사다.

매출 99% 내부거래

2002년 설립된 교원L&C는 정수기와 비데 등 생활가전을 생산하는 회사로 전적으로 교원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교원L&C는 그동안 판매 조직이 없어 생활가전제품을 만들어 교원에 팔면 교원이 방문판매 조직을 통해 이를 일반에 판매하거나 렌트하는 영업 방식을 지속해 왔다.

이 회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교원L&C는 지난해 매출 517억3500만원 중 교원과의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이 515억5400만원으로 내부거래비중이 100%에 이른다. 2010년에도 교원L&C의 매출 582억6500만원 중 579억7700만원(99%)이 교원에서 나왔다.

교원L&C는 교원을 통해 거둔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2005년 이후 최근 7년 동안 적자 없이 매년 20~80억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은 2005년 75억원에서 지난해 482억원으로 6배 이상 불었고 같은 기간 22억원이던 총자본은 334억원으로 무려 15배 정도 늘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교원L&C의 최대주주가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동하씨라는 점이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동하씨는 2005년 이후 70%의 지분을 유지해 왔다. 올해 동하씨의 나이가 30세인 점을 감안하면 20대 초반부터 대주주였던 셈이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장 회장이 맡고 있다. 내부거래로 인한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개정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전체 매출 가운데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비중이 30%를 넘을 경우, 변칙적 증여를 받은 것으로 간주해 해당 기업의 지배주주와 친족에게 증여세를 물도록 하고 있다.

작년 교원L&C 실적에 따라 장 회장이 물어야할 증여세과세가액은 약 35억원. 세율 30∼50%를 적용해도 동하씨는 10억원 정도의 증여세를 물어야 할 것으로 나타난다. 업계에서는 교원의 합병에 대해 개정 세법에 따라 동하씨가 증여세를 물게 되어 이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룹 승계에 있어서 10억이라는 금액이 그리 큰 금액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교원-교원L&C 합병…일감 몰아주기 해소용?
2세 승계작업 맞물려 과세부담 피하기 지적

따라서 이번 합병을 두고 교원그룹의 2세 승계 구도가 본격화 궤도에 오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8년 4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1년8개월간 대한생명에서 근무한 동하씨는 퇴사 직후 컨설팅회사인 갈렙앤컴퍼니에 몸담았다가 올해 초 교원그룹에 합류했다. 지난 4월부터 교원, 교원구몬, 교원L&C 등 그룹 주력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경영수업에 들어간 동하씨는 현재 그룹 전략기획본부 신규사업팀 대리로 근무 중이다.

동하씨는 이번 합병으로 등기임원 직함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지배회사의 지분 소유도 하게 됐다. 교원의 지난해 매출액은 4800억원대. 교원L&C의 지난해 매출액이 517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동하씨가 확보하는 지분율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이지만 일단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려놓고 차근차근 대주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장 회장이 지난 4월 그룹 2인자인 이정자 전 부회장을 갑자기 해임한 것도 2세 승계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주주총회에서 학습지 등 교원의 사업과 겹치는 다른 사업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정식 해임됐다. 그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시간 내에 장 회장의 맏딸 선하씨가 호텔사업부문에서 차장이라는 직급을 맡았고 선하씨의 남편 최성재씨도 호텔사업부문 부장으로 발령 나는 등 장 회장 일가가 회사에 입사했다. 장 회장이 2세 경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 전 부회장이 이에 반기를 든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룹 측은 "해임은 2세 경영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단순히 이 전 부회장의 해사행위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장 회장의 절대적인 그룹 지배력도 2세 경영 승계 논란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장 회장은 주력사의 상당 지분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교원은 78.3%나 되고, 교원구몬은 49.5%에 이른다. 부인 김숙영씨도 교원구몬에 10%를 갖고 있다.

2세 체제 초읽기

교원과 교원구몬의 이사회 인원 3명 중 1명이 장 회장이고 이사회를 감시하는 감사는 장 회장 부인인 김숙영씨가 맡고 있다. 동하씨의 2세 경영 기반을 장 회장이 일찌감치 닦아놓은 셈이다.

교원그룹 측은 이와 관련,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며 언급을 자제했다. 교원그룹 한 관계자는 "교원L&C에는 영업조직이 없어 매출을 올리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 올 초부터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해 왔다"며 "이번 합병을 통해 제조부터 영업까지 효율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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