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황제경영'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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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황제경영'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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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갑자기 나간 창업공신…물러났나? 밀려났나?

[일요시사=경제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남자'가 회사를 그만뒀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얘기다. 표면적으로는 본인 스스로 쉬고 싶다는 일신상의 이유로 확인됐지만 외부 시선은 다르다. 그간 박 회장과 경영철학과 지향점의 차이로 갈등을 빚어 왔던 구 부회장을 실적 악화를 이유로 압박해 스스로 물러나게 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창업공신이라 할지라도 '황제경영'으로 유명한 박 회장의 눈 밖에 났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일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돌연 회사 측에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수년간 휴일 없이 일한만큼 이제 쉬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돌연 떠나는
미래에셋 창업공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당분간 정상기 부회장과 장부연 경영관리부문 대표의 2인 공동 대표체제로 운영된다. 총괄은 정 부회장이 맡는다.

구 부회장에 이어 윤진홍 옛 미래에셋맵스운용 부회장이 올해 안에 미래에셋을 떠날 예정이며 강창희 부회장(투자교육연구소장 겸 퇴직연금연구소장)은 지난 5일 퇴임식을 하고 미래에셋을 떠났다.

이로서 미래에셋 부회장단은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 부회장과 정 부회장만 남게 됐다.

구 부회장의 거취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잠시 휴식을 가지고 천천히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안다"며 "갑작스런 사의표명이 아니라 경영진들 사이에서는 이미 논의가 이뤄진 사항으로, 구 부회장의 부재를 메울 수 있도록 운용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래에셋그룹은 정기인사를 앞당겨 총 12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11월의 시작과 함께 들려온 구 부회장의 사임 소식은 증권가를 충격에 빠뜨렸다. 구 부회장이 지난 1997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최현만 부회장과 함께 미래에셋을 창립한 1등 창업공신이기 때문이다. 

박현주-최현만-구재상 체제 14년 만에 지각변동
구재상 돌연 사임…갈등설 등 내부 분위기 주목

'일신상의 이유'라는 퇴진 배경은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업계에서는 펀드운용성과 부진 등과 관련해 박 회장과의 갈등이 구 부회장을 사임으로 몰고 갔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회장과 구 부회장의 경영철학과 투자 철학의 차이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설명이다.

구 부회장은 1988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했다. 1997년 동원증권 압구정 지점장 시절 중앙지점장이었던 박 회장과 서초지점장이었던 최 부회장과 함께 미래에셋캐피탈을 세웠다. 이어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운용 담당 상무를 맡아 14년간 그룹의 자산운용 부문을 책임지면서 금융투자업계에 입지전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박 회장은 구 부회장을 한때 '투자 천재'라고 표현하며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최 부회장과 함께 박 회장의 '좌 현만' '우 재상'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랬던 구 부회장의 사임설이 여의도 증권가에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부터다. 펀드 운용 전략을 놓고 박 회장과 갈등이 심해져 구 부회장이 곧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미래에셋 측은 "풍문이다"며 부인했지만 구 부회장의 사임설은 4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998년 국내 첫 개방형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를 출시하면서 운용사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2007년에는 '인사인트펀드'로 국내 펀드 돌풍을 일으키며 일약 '1등 운용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손실이 원금 절반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투자철학·지향점
박 회장과 대립

경쟁사인 삼성자산운용과 한국자산운용 등 여타 운용사들이 최근 3~4년 수탁고를 늘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반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때 33조원을 웃돌던 수탁고가 10조원 남짓으로 급감했다. 구 부회장의 사임 소식이 들려온 지난 1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총 12조1204억원으로 올해에만 2조2131억원 감소했다.

구 부회장이 실적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왜 하필 구 부회장이어야만 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일각에서는 그간 박 회장이 투자철학과 지향점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대립해 왔던 구 부회장을 투자 실적을 핑계로 압박해 물러나게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해외 투자를 강조하며 그룹전략의 포커싱을 해외로 두면서 국내 투자를 전담하는 구 부회장의 부담이 컸다"며 "미래에셋 전체 그림에 대한 그룹 내부 수장들의 지향점이 달랐던 것이 가장 큰 사임 배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에셋그룹은 작년 말 미래에셋증권의 최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면서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 영업을 총괄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글로벌 사업에 치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구 부회장은 글로벌 사업보다는 국내 운용에 더 집중해 부진의 늪에 빠진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이 사임하면서 박 회장의 견제장치가 사라진 셈이다.

박 회장은 1958년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일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집에서 부쳐준 생활비를 밑천으로 명동 증권가를 누비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증권 투자해 번 돈으로 1984년 서울 회현동 코리아헤럴드 빌딩 18층에 30평 남짓한 사무실을 얻어 작은 사설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

1인 지배 체제 하
예고된 사임

2년 뒤인 1986년 박 회장은 투자자문회사를 접고 동원증권에 입사했다. 그로부터 불과 45일 뒤 대리로 승진한 박 회장은 1989년 당시 33세의 나이에 동원증권 중앙지점장으로 발탁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년 만에 중앙지점을 전국 1등으로 올려놨고 압구정 지점장으로 발령나고서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같은 전력을 바탕으로 1995년 이사로 승진했다.

잘 나가던 박 회장은 1997년 6월 당시 압구정지점장(현 구 부회장), 서초지점장(현 최 부회장)과 함께 동원증권을 떠나 미래에셋캐피탈을 세웠다.

1998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한 뒤 자신의 이름을 붙인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를 내놨다. 박현주 펀드는 2시간20분 만에 판매가 마감됐고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은행 예금 위주의 저축문화를 2004년 이후 적립식 펀드 위주 투자문화로 바꾸는데도 기여했다. 박 회장은 2005년 SK생명보험을 인수, 자산운용과 증권, 생명보험으로 짜인 금융그룹을 탄생시켰다.

그러던 박 회장은 2007년 말 일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10월 말 펀드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인사이트 펀드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 한 달 만에 4조원어치가 팔렸던 인사이트 펀드는 6개월 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박현주라는 브랜드에 추자했던 개인들은 원금이 반 토막 나는 아픔을 감수해야만 했다.

실적악화 책임? 견제장치 제거?
구조조정식 세대교체 분석도

당시 전문가들은 인사이트 펀드의 몰락에 대해 박 회장이 분산투자라는 원칙을 무시한 것과 펀드 운용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의 합작품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 9월 세계금융위기 초기 50조원이 넘었던 주식형 펀드 자산은 2010년 30조원대로 줄었다. 지난해 말엔 22조원대를 기록, 업계 3위로 내려앉았다.

이때부터 미래에셋 경영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2008년 국감에서도 미래에셋이 심심찮게 거론됐다. 조문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펀드 광풍을 일으킨 인사이트 펀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투자 기준도 없는 '묻지마' 투자와 마찬가지였다"면서 미래에셋 지배구조를 "1인 지배 체제"로 규정했다.

사의를 표한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사의를 표한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미래에셋에서 박 회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미래에셋그룹의 지배 구조는 현재 박 회장을 중심으로 단순화 되어있다. 미래에셋의 41개 계열사 중 상장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와이디온라인으로 단 2개뿐이다. 지주회사 격인 미래에셋 컨설팅과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등은 모두 비상장사로서 공시의무가 없고 오너 일가의 지분 구조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박 회장 일가는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91.86%를 보유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2.56%,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46.35%를 가지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생명보험 지분 47.06%와 미래에셋증권 지분 36.98%를,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32.23%를 보유해 사실상 박 회장 일가 회사라 할 수 있다.

KRIA 합병으로
미래에셋컨설팅 장악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91.86%의 내면에는 2010년 케이알아이에이(KRIA)와의 합병이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2008년 KRIA에서 인적분할해 분리해 나왔지만 2년 만인 2010년 오히려 KRIA가 미래에셋컨설팅으로 흡수 합병됐다. 당시 KRIA는 박 회장이 43.68%, 박 회장 부인이 10.24%, 세 자녀가 각각 8.19%씩, 모두 78.49%를 가지고 있었다.

미래에셋은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들여 박 회장의 배만 불리고 있다'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최근 펀드 수익률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럼에도 박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생명의 지분 평가액은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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